[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일보가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한 의원들을 국회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기자 칼럼을 게재했다. 

해당 칼럼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의 실명과 지역구, 한국교회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을 국회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으로 채워졌다. 10대 종합일간지인 국민일보가 보편적 인권을 도외시하고 종교지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일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보수 기독교계가 출자한 언론사다. 

10월 21일 국민일보 칼럼 갈무리 (네이버 뉴스)
10월 21일 국민일보 칼럼 갈무리 (네이버 뉴스)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빛과 소금] 차금법 발의한 의원들을 기억하라>(전병선 기자, 미션영상부장) 칼럼을 지면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전 기자는 칼럼에서 "한국교회가 성적지향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돼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발의됐다"며 "한국교회가 신앙과 양심, 학문, 표현의 자유를 크게 침해한다며 반대하는 이 법을 어떤 의원, 어느 정당이 이토록 집요하게 추진하는 걸까"라고 했다. 

전 기자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4건의 차별금지법 대표·공동발의자인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을 거론했다. 또 차별금지법과 무관한 의원들의 부정적 이슈를 끼워넣기도 했다.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을 제외한 모든 문단이 차별금지법 발의 의원을 나열하는 내용이다.

전 기자는 "차별금지법을 막는 최선은 이를 추진하고 찬성하는 의원들을 국회에서 내보내는 것"이라며 "마침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성적지향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면 앞서 거론한 의원들과 이들이 속한 정당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고 썼다. 네이버 뉴스 기준 해당 칼럼에는 73개의 좋아요 표시와 43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차별금지법 반대' '을사오적' '반인륜적 법안' '당선저지' '낙선운동' 등의 표현과 성소수자 혐오 표현 등으로 채워졌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4건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으며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법사위가 차별금지법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하면서 관련 논의는 멈춘 상태다.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이 성적지향·성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은 특히 '동성애를 죄라고 설교하면 잡혀간다'는 주장으로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특정 의원들을 향한 낙선운동, 전화·문자 폭탄도 진행됐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에서 차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차별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 조치'가 있을 때로 한정된다. 그마저도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등으로 분야가 한정된다.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평등법은 아예 형사처벌 관련 조항을 들어냈다. 다시 말해 법이 통과돼도 차별한다고 잡혀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제재 수준이 낮아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5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 단식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2년 5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 단식을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25일 미디어스에 "성소수자 이슈에서 국민일보는 종교지와 다를 바 없다.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이슈만으로 볼 수도 없다"며 "이런 수준의 칼럼이 국민일보 정도 되는 매체에서 발행되어 안타깝다. 국민일보는 종교지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일종의 '낙선운동' 같은 칼럼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에 반하는 후보는 뽑지 말자',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호도하는 성차별주의자는 뽑지 말자'와 같은 보편인권의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객관성이 결여된 문제적 관점으로 정치와 선거를 호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지금 제네바에서는 한창 자유권규약 이행결과를 심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소수자 권리분야는 'E' 등급을 받았다"며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서 성소수자 권리 보호는 '보편성'의 문제인데 국민일보가 종교의 교리에 어긋난다며 특정 의원을 낙선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 위원장은 "이런 주장의 성명서나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것도 아니고, 칼럼 지면에 (기자)주장으로 제시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금지법, 퀴어문화축제, 성소수자 이슈 등에 관해 언론의 보도가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하기 위한 언론계의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고 강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적용한다 ▲‘다름’과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그들이 차별과 소외를 받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도적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은 "우리는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북한이탈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편견을 확산시키거나, 이들이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는 공포를 부추겨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혐오표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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