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아들이 지난해 한 NFT 커뮤니티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불장 다시 왔을 때 인생 엑싯"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대표 아들이 해당 발언을 한 곳은 자신이 근무하는 암호화폐 투자사가 인큐베이팅한 NFT 프로젝트 관련 대화방이다.

지난 9일 암호화폐 투자사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김 대표 아들은 트위터, 링크드인 등을 삭제했다. 언오픈드가 유튜브에 올렸던 김 대표 아들의 출연 영상도 삭제되고 있다.(관련기사 ▶ 김기현 아들, 암호화폐 투자사 임원…내년부터 코인 공개 대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김 대표 아들이 근무하는 언오픈드는 지난 2021년 11월 첫 번째 NFT 프로젝트로 '다바프로젝트'를 내세웠다. 그러나 다바프로젝트는 투자금을 모은 후 사업을 방치하고 있다는 '러그풀(rug pull)' 논란에 휩싸였다. 제시한 로드맵대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다. 언오픈드는 "사업자금이 소진돼 팀을 축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11일 미디어스는 러그풀 논란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해 2월 경, 김 씨가 음성채팅프로그램 디스코드 '다바프로젝트 커뮤니티'에서 투자자들과 나눈 대화 내역을 확보했다. 김 씨는 커뮤니티에서 'Dr.Krone'이라는 대화명을 사용하고 있다. Dr.Krone은 지난해 11월 25일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언오픈드 COO 김OO"이라고 밝혔다. COO는 'Chief Operating Officer'로 기업 내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이다.

지난해 2월 2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아들 김 모 씨가 '다바프로젝트' 커뮤니티 대화방에 올린 채팅. (사진=디스코드 캡처)

김 씨는 지난해 2월 22일 오후 1시 48분 "다바 개같이 부활해서 불장 다시 왔을 때 다바로 인생 엑싯해야죠"라고 말했다. '불장'은 코인 상승장을 말하는 은어, '엑싯'은 '엑시트(EXIT)'의 줄임말이다. 즉, 코인 상승장이 오면 큰 돈을 벌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한 투자자가 "개같이 부활 ㄱㅈㅇ"라고 하자, 김 씨도 "ㄱㅈㅇ"라고 했다. 'ㄱㅈㅇ'는 '가자'의 인터넷 용어인 '가즈아'의 자음을 딴 말이다.

한 투자자가 "크론님(김 씨의 디스코드 대화명의 한글 발음)은 어떤 담당이세요? 마케팅?"이라고 묻자, 김 씨는 "저는 사업개발&전략 쪽"이라며 "이름만 멋있고 뭐 이것저것 다합니다"라고 답했다. 이 투자자가 "전략크론 응원합니다"라고 하자 김 씨는 "가즈아"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23일 다바프로젝트 공식트위터에 "프로모션에 사용될 물량 확보를 위해 팀에서 플로어를 긁었다. 프로모션 물량이 더 필요한 경우가 온다면 앞으로도 계속 하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투자자들이 "헉 바닥 다 긁혔다", "바닥긁혔네요" 등 사업이 잘 되는 것 같다는 글을 올리자, 김 씨는 "팀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죠"라고 독려했다. 김 씨는 "오늘 트위터 보셔서 아시겠지만 앞으로 팀은 한국어로도 소통을 많이 할 예정"이라며 "개같이 부활 간드아"라고 적었다.

김기현 "아들, 중소기업 직원"이라는데…유튜브 진행자 "이사님"

김기현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제 아들이 '(주)언오픈드'라는,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 벤처기업(블록체인 산업 관련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며 "위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 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 아들은 언오픈드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근무하고 있다. COO는 기업 내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이다. 지난 3월 8일 드림플러스 유튜브 영상에서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는 김 씨를 "이사님"이라고 불렀다. 김 씨는 언오픈드를 대표해 참여했던 행사에서 "언오픈드 최고운영책임자"로 소개됐다.

한 블록체인 관련 행사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아들 김 모 씨 소개글.

김 씨가 스스로 작성한 링크드인(Linked in) 프로필에도 김 씨는 지난 2021년 11월 언오픈드에 Cheif Of Staff(총괄 책임자)로 입사한 후 2022년 8월 COO로 승진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씨는 언오픈드를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임원이라는 얘기다. 

김기현 대표가 언오픈드를 단순히 '중소 벤처기업'이라고 축소해 설명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언오픈드의 모회사인 해시드는 국내 1위 블록체인 전문투자사다. 언오픈드가 지난 2021년 7월 설립될 당시 회사명은 '해시드 스튜디오'였다.

해시드는 수조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테라·루나의 초기 투자사이기도 하다. 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해시드 측은 루나에 대해 우호적인 SNS 글을 작성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루나 사태가 터지자 해시드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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