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대통령과 여야 정당의 지지율은 총선 때까지 이 상태로 유지될까? 알 수 없다. 질문을 바꿔보자.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없는 걸까? 여기엔 정해진 답이 있다.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총선이 1년 남은 시점이라 여러 언론에서 이후 전망을 하는데, 여의도 정치에서 1년은 조선왕조 600년에 비유될 정도의 기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 시기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정치 뉴스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선거가 코 앞에 닥쳐야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며 자신의 정견을 정돈한다. 언론은 주간 지지율 변동을 경마식으로 중계하면서 매일 매일 벌어지는 사건이 실시간으로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는 것처럼 해설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가 눈앞에 닥치면 관망하던 유권자들이 ‘정렬’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결론이 가능하다. 첫째, 지금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일도 아니고, 지금 상황이 좋다고 해서 안심할 것도 아니다. 둘째, 그럼에도 엎지른 물을 주워담을 순 없다. 유권자들은 일어난 사건에 대한 평가를 뒤늦게 하기는 해도 결코 이미 일어난 사건을 외면하진 않는다. 정권이든 여야 정치세력이든 끊임없이 더 나은 변화를 추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과연 여의도 정치는 누구나 아는 그러한 길을 가고 있는가? 

3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왼쪽부터 조수진 최고위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3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왼쪽부터 조수진 최고위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사진=연합뉴스)  

지난주는 여당 최고위원들의 이상한 발언들 때문에 뒤숭숭했다.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을 꾸짖듯 하던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캠페인’은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제1야당의 ‘머릿수로 밀어 붙이기’와 대통령의 ‘고심 끝에 거부권 행사’가 한순간에 코미디의 예고편으로 전락했다.

김기현 대표 입장에선 답답할 만하다. 새롭게 지도부를 꾸린 후 좋은 일은커녕 웃기는 일만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게 다 김기현 대표를 탄생시키기 위해 ‘윤심 100% 전당대회’를 강행한 결과이다. 그러니 국민 일반의 감성과는 동떨어진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부가 된 거다. 당원의 직접 선출로 지도부에 진입한 인사 중 아직까지 ‘설화’가 없는 인물은 김병민 최고위원 정도라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우리 속담 중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게 있는데) 이렇게 정확한 경우가 있나 싶을 정도”라며 비꼬았는데, 비교적 정확한 평가이다.

국민의힘은 윤재옥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는데 일각에선 ‘당내 친윤에 대한 견제’라는 식의 해석도 제기되지만 이것도 대통령과의 거리를 감안해서 볼 필요가 있다. 상대 후보였던 김학용 의원은 같은 김무성계 출신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밀었다는 것 외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별다른 접점이 없다. 반면 윤재옥 의원은 캠프 상황실장 출신이고 대선 직후 같은 경찰 출신인 이철규 의원과 묶여 행안부 장관 후보자군으로도 분류될 정도였다. 즉, 여당 의원들의 입장에선 윤재옥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지지하는 것은 당내의 ‘윤핵관’을 견제하면서 대통령과 대립하지 않고 ‘TK배려’까지 챙기는 묘수였던 셈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능력은 협상력을 얼마나 발휘해 야당을 설득해내는지, 이를 통해 얼만큼의 입법 성과를 거두는지가 평가 기준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 속에 선출된 원내대표가 과연 그러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돌격대장 역할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라는 옵션을 포기하지 않을 태세인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이 야당이 무리해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100%’ 거부권을 행사할 분위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야당은 밀어 붙이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의회정치가 총선 때까지 공전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정권 입장에선 야당의 폭주 때문에 정상적 국정운영이 어렵다며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겠다는 거고, 제1야당은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거부하며 거부권을 남발한다며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구도를 만들고 싶어할 게 아닌가.

이것은 지난 대선때 경험했던 ‘비호감 구도’의 연장이다. 그러나 이런 ‘비호감 선거’의 결과가 아슬아슬한 차이로 승자와 패자를 갈랐다는 걸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정권 입장에서 볼 때 그런 정도라면 이번 총선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 야당보다 아슬아슬하게 많은 의석 정도일 거다. ‘비호감 구도’로는 부족하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일부 언론은 ‘정치교체’를 대통령이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치교체’란 곧 ‘물갈이론’을 말한다. 대통령이 공천권을 틀어쥐고 정치권 물갈이를 주도할 수 있다는 구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데 물을 새로 붓더라도 어떤 물인가가 중요하다. 여의도 정치에서 대통령의 ‘정치교체론’은 이미 ‘검사공천론’으로 이해되고 있다. 기성정치와는 다른 문법을 가진 이들이 정치권에 진출해 상식적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통령 말을 더 잘 들을 수 있는 사람들로 국회의원을 바꾸겠다는 거 아니냐는 거다.

여야가 서로를 탓하고 각자 공천전쟁을 벌이는 상황을 1년 내내 계속한다면 총선 앞두고 관망하던 유권자들에게 좋은 점수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양대 세력 중 어느 한쪽이 먼저 변화한다면 민심의 저울은 확 기울 것이다. 대통령이 자기 비난하는 사람 불러다가 식사라도 대접하면서 반대 논리에 설득이 되어보면 어떻겠는가? 또는 이재명 대표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사법리스크’에 대응하며 민주당이 갈 길을 제시하면 어떻겠는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정치가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양당 내부의 ‘물갈이’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회 전원위 논의에 기대할 것이 없는 기대를 그래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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