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TBS 사장 선임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TBS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13일 오후 3시 6명의 사장 후보자에 대한 정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TBS 임추위는 사장 선임절차를 전면 비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후보자 명단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스는 사장 후보자 정책설명회에 앞서 후보자 중 유일하게 공개 의사를 밝힌 강양구 TBS 기자(과학재난팀장)를 10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양구 기자는 "TBS는 훌륭한 내부구성원 역량과 자원을 갖춘 조직"이라며 "가능성을 꽃피워 멋있는 방송사, 멋있는 언론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김어준 씨의 팬덤에 기댄 성취는 TBS가 도약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침 저녁 시사프로그램을 쇄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강양구 기자와 일문일답이다.

강양구 TBS 사장 후보자.
강양구 TBS 사장 후보자.

TBS 사장 후보로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제가 3년 전 TBS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과학전문기자로서 커리어 관리를 하면서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TBS에 와보니 두 가지 답답한 점이 있었다.

하나는 TBS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조직이었다. 내부구성원 역량이라든지, 자원이라든지. 이런 역량과 자원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을 것 같은데 왜 못하고 있는지 답답함이 있었다. 가능성을 확인하니 가능성을 꽃피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었다.

또 하나는 김어준 씨의 성취에 너무 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김어준 씨는 TBS 내부 인사도 아니고, 성취라는 것도 사실은 특정 팬덤에 기댄 것이다. 계속 그걸 가지고 가다가는 TBS가 한 차례 더 도약하는 데에 장애물이 되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조직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싶은 욕심과 김어준에 취한 조직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정치 상황이 바뀌고, 이강택 대표가 그만두면서 새 대표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외부에서 애먼 사람이 와서 대표를 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TBS를 지켜본 제가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사장 공모에 지원하게 됐다.

TBS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TBS는 인적 자원이 훌륭하다. PD, 기자, 아나운서, 엔지니어 등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이 굉장히 훌륭한데, 정작 자신들은 훌륭한지를 모르고 있다. 외부에서 TBS로 들어와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가능성을 업적으로 만들 수 있는데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3년간 TBS에 다니면서 격려하고 자극을 주면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훌륭한 방송사, 언론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일개 부장, 팀장의 역량으로는 사실 한계가 있다. 대표라고 하는 중요한 책임과 더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된다면 TBS를 멋있는 방송사, 멋있는 언론사로 가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사장 공모에 지원한 가장 확실한 동기다.

콘텐츠 발전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라디오는 아침 시사프로그램과 저녁 시사프로그램이 대표 콘텐츠다. 저는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할 생각이 없다. 아침, 저녁 시사프로그램을 쇄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쇄신 방향은 편가르기 하지 않고, 조롱·야유하는 것 없고, 가짜뉴스를 없애는 것이다. 사실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이런 것들로 팬덤을 자극하고 끌어모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장 구미에 맞는 팬덤의 눈에는 들 수 있겠지만 공동체 전반의 신뢰를 받는 방송이나 언론으로 거듭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는 청취율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진보든 보수든 '아,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라디오 진행자를 맡아야지', 내용면에서도 '아, 공영방송 라디오는 뭔가 다르구나'라는 시그널을 꾸준히 줄 수 있어야 라디오 채널이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받은 신뢰는 설사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서울시 권력이 바뀐다 하더라도 TBS의 든든한 자산이 된다고 저는 생각한다. 정치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공동체가 정말 고민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민주당이냐 국민의힘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정치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의제를 고민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목소리를 내는 채널이 한 채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준희 교수가 진행하는 KBS 열린토론에 출연한 적이 있다. KBS에서 기존 정당이나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마이너 의제를 가지고 시리즈를 했고 저도 거기에 참여를 했었다. 제가 담당 PD에게 '이러면 청취율이 너무 안 나올 것 같다'고 했더니, 거기 담당 PD가 '우린 공영방송이잖아요'라고 하더라. 그렇다면 TBS는 서울시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을 지향하고, 시민의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방송인데, TBS가 적어도 이런 마인드를 장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TBS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 마인드가 부족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어준 씨를 보고 찾아오는 팬덤으로 인한 성취가 너무 컸다. 또 하나는 TBS 구성원들에게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TBS 30년 역사에서 그 정도 성취를 이루고 주목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저는 그게 독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강택 대표가 여러 차례 변화를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성취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만약 김어준 씨의 성취를 포기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주저했고, 서울시의 정치 상황, 중앙 정치 상황이 바뀌면서 엄청난 역풍을 맞았고, 역풍에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지금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얘기를 하면 TBS 구성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어떻게 청취율 1위 방송을 없앨 수 있나'라고 한다. TBS가 상업방송이면 문제될 게 없다. 당연히 가장 높은 청취율이 목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TBS는 상업방송이 아니다. 서울시 공적재원 대부분에 예산을 의존하고, 구성원들도 독립해서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럼 청취율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따져야 하는데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다. 제가 TBS 안팎의 사람들 중에 그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지역성 구현 방안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로 모든 이슈가 빨려들어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의 지역방송이라는 게 어폐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중요한 실험이 이뤄지고 서울에서 중요 의제가 형성되면 그게 다시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오세훈 시장, 조희연 교육감과 관련해 눈여겨보는 프로젝트가 있다. 오 시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 실험에 대응해 안심소득 실험을 하고 있다. 탈산업화 시대의 새로운 복지제도가 필요한데 그 방향이 기본소득이 될지, 안심소득과 같은 방향이 될지 중요한 정책적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 지역방송이 밀착해서 안심소득은 어떻게 진행이 되고 기본소득과는 무엇이 다르고 성과는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내용이 부각돼 의제가 되면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탈산업화 시대의 복지제도의 방향을 정할 때 판단하는 근거도 마련할 수 있다.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 공교육에서 수월성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혁신학교 등의 실험을 했지만, 수월성 교육을 사실상 학원에 이양시켰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조 교육감이 3기를 시작하면서 공교육 체제에서 수월성 교육 달성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여러 시도들을 준비 중이거나 실험 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 것 역시 TBS가 밀착해서 성취와 한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을 통해 TBS가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지역성을 강조할 수 있는 것이고 TBS 입장에선 유니크한 콘텐츠가 될 것이고, 잘 쌓이면 TBS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 다른 지역에도 자극이 되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TBS의 지역성 구현을 위해서는 구 단위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구청 단위에서 구청장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여러 정책적 실험들이 있다. 사실 서울시민의 일상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것 중에는 구 단위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확산시키면 서울시 전체, 다른 지자체에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을만한 것들도 있다. 이런 것을 발굴하고 때로는 홍보하고 때로는 한계를 비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TBS는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의 군소언론들과 연대하고 협업하는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TBS 출연금 삭감 문제도 있었고, 서울시의회가 TBS 조례 폐지안까지 통과시키는 일도 있었다

TBS는 예산의 70% 정도를 서울시에 의존한다. 지금은 그것도 절반으로 줄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TBS의 재정독립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저는 마치 TBS가 당장이라도 재정독립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저는 당장은 원래 주던 400억 원 정도는 서울시가 출연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저는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10년 동안 매년 5%씩 TBS 예산 자기부담 비율을 늘리는 것이다. 10년이 지나면 7대 3에서 5대 5가 된다. 먼저 TBS 라디오 상업광고 규제는 풀어야 한다. TBS의 가장 경쟁력 있는 채널이 라디오다. 이게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 협찬을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사 중 대기업 협찬·광고 없이 운영되는 언론사는 없다. 그런데 TBS는 대기업 협찬이 없다. 하려고 하질 않았던 것이다. 상업광고는 허용돼 있지 않지만 협찬은 잘 검토하면 가능할 수 있는데, 지금 TBS에는 대기업 협찬이 없다.

세 번째는 당분간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빠져나가 효과가 제한적이겠지만 어쨌든 TBS는 100만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다. TBS가 변하는 모습을 보이면 새로운 TBS 나름의 팬덤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거기에 기반을 둔 뉴미디어 맞춤 광고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TBS가 TV 채널에서 각광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TBS는 라디오 따로, TV 따로, 유튜브는 전략기획실 산하에 팀으로 구획이 정해져 있다. 조심스럽지만 일종의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디오와 TV, 뉴미디어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성과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공동으로 한 팀이 돼서 작업을 하고, 공동의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할지 다시 고민하고, 저는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앞으로 방송사 조직운영 방향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TBS가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대형 방송사를 흉내내기 위해 짜놓은 울타리를 깨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공동의 성과를 만들고, 공동의 성과를 어떤 플랫폼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최선인지 판단해 가장 성과가 많은 쪽으로 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가 되면 이런 실험부터 가장 먼저 해보려고 한다.

시민 참여를 확대할 방안은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서울시 관계자들이나 구청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소통에 대한 욕구가 크다. 예를 들어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 이슈가 있다면 서울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에 당장 추진을 해야 하고, 시민들은 완강히 반대를 하고, 정치인들은 중간에서 눈치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공무원들이 설명하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그런 소통의 매개를 지역방송과 공영방송 정체성을 가진 TBS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지금 서울시민 개별적으로도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를 유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TBS가 그런 중요 창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BS에서 유통을 하거나, 제작 지원을 해주거나,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주는 방향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대표가 될 가능성을 굉장히 낮게 본다. 오세훈 시장이 당연히 차기 대표를 내정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구나 저는 국민의힘 편도 아니고 민주당 편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서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회색지대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쪽 저쪽 눈치 안 보고 제대로 된 언론, 방송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TBS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정상화시키고 성취까지 만들어내야 한다. 외부에서 애먼 사람이 왔을 때 오히려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TBS 구성원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고, 서울시민도 피해자가 될 것이고, 서울시나 오 시장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오 시장이 선택해야 할 몫이겠지만, 최선을 다해 제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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