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조선일보 노사가 지난달 28일 3.4% 임금인상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내부에서 노조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측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노보에 실었다며 “이게 노보냐”란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노조는 임금협상이 끝나기 전인 지난달 24일 노보에 <회사, 3.4% 인상안 제시…10년 내 최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보도의 부제목은 ‘평기자 기본급 인상률로는 7.4%…업계 최고 수준’, ‘올해 5%대 물가 상승률 상회…실질 임금 하락 보전’, ‘유아 학자금,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제도도 신설’이었다.

지난달 24일자 조선노보.

노보는 “노조는 지난 10월 임협에서 사측에서 7~10%의 인상안을 제시했었다”며 “사측이 화답한 3.4% 인상안은 조합원 설문 조사 수치에는 못 미치지만, 본지 기준으로는 지난 10년 이래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률”이라고 썼다.

노보는 “회사는 그간 언론사별로 기본급 베이스가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몇% 대 몇%’ 식의 숫자 비료를 하기보다는 ‘1등 신문’에 걸맞은 업계 최고 대우를 우선적으로 한다는 기본 전제를 강조해왔다”며 “올해 A사의 평기자 기본급 인상률은 6%, B사의 기본급 인상률은 4.7%였다. 본사 조합원들의 기본급 인상률이 이들 타사보다 높다는 게 사측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사측이 제시한 임금협상안에 따르면, 조선일보 구성원들의 임금은 ▲평기자의 경우 평균 기본급이 7.4% 인상되고(평균 연봉 5.9% 인상) ▲차장대우는 평균 기본급이 4.2% 인상(평균 연봉 3.5% 인상)된다. 조선일보 노사는 지난달 28일 사측이 제시한 안과 동일한 2022년도 임금인상안에 최종 합의했다.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스)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스)

하지만 지난달 24일 조선일보 내부에서 “이게 노보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조가 노보에서 사측 입장을 지나치게 홍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구성원들 일부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협상안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서 한 조선일보 구성원은 “노조 막판까지 대단하네요 진짜”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이 구성원은 “회사 어려운 거, 업황 안 좋은 거 다 안다”면서도 “근데 3.4% 인상안 보도 제목에 굳이 ‘10년 내 최고’라고 달아야 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게 노보입니까? 사보지”라며 “신문 숱하게 만들어보신 분들이 모르고 그랬을 리 없고 진짜 대단하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조선일보 구성원들도 이 글에 조선일보 노사의 임금협상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조선일보 구성원은 “물가인상률보다 낮은 인상률로 직원들 실질임금 삭감안을 받아들고 찬양하고 있다”면서 “하긴 지면에선 맨날 노조 증오하고 있으니 월급 올려달라고 할 낯이 있겠나”라고 썼다.

다른 조선일보 구성원은 “차장 대우는 사실상 연봉 삭감이고 애는커녕 결혼도 안 하는 경우 많은데 유아학자금? 상당한 고심과 결단의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본인들 칼럼 어떻게 쓰나 봅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박국희 노조위원장은 2일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일부 구성원들이 임금협상 결과를 비판하는 것과 관련해 “원래 조선일보는 임금 ‘하후상박’ 구조”라며 “예전부터 선배들은 좀 낮게 올리고, 후배들은 높게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가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비판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노조 활동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원 대상 ‘임금 여론조사’를 한 달 내내 진행해도 참여율이 50%가 안 되고, 임금협상 관련 대의원 회의를 해도 참여율이 50%가 안 된다”며 “조합원들이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고 나서 권리를 이야기하면 비판을 감내할 수 있겠지만, 권리 뒤에서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 일을 하면서 '사회 고발을 업으로 하는 기자들이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목소리를 낼 줄 모른다'는 지적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면서 “기자들 스스로도 네이버 욕설 댓글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듯 나 역시 블라인드 앱은 깔아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자동차, 선박, 휴대폰 만드는 회사 노조와 언론사 노조는 다르다”며 “조선일보 노사문화는 대립적이지 않고 상호보완적”이라고 덧붙였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