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에 878억 원을 편성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흘째 언론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밀실·졸속' 정책 결정을 누가 밀어붙였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5일 SBS가 정부 내년도 예산안에 영빈관 신축 예산이 878억 6300만원 책정됐다는 [단독]보도를 내놓았다. 이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위기로 민생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수백억 원대의 영빈관 신축이 맞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보도 이후 대통령실은 내외빈 영접 공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보도 하루 만인 16일 철회 지시를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하기 위해 18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도 직후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이 다시 주목 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사가 영빈관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 영빈관을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혀 무속 논란을 빚었다. 김 씨 발언으로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영빈관을 옮기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현재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건희 씨 과거 발언을 근거로 비판에 나서자 "영부인이 신축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집단적 망상에 빠져 정쟁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언론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윤석열 정부의 작동 시스템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실 수석들조차 몰랐다는 영빈관 신축 계획이 언론에 의해 드러나 하루 만에 철회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다음은 16일부터 19일까지 주요 언론의 영빈관 신축 계획 논란 비판 사설 제목이다. 

문화일보 <878억 들여 대통령실 영빈관 짓겠다니, 누구 발상인가>
동아일보 <영빈관 신축하려다 철회… 누가 졸속으로 이런 일 벌였을까>
조선일보 <납득하기 힘든 878억 영빈관 소동>
한국일보 <여론 반발에 밀려 하루 만에 백지화된 영빈관 신축>
한겨레 <'용산 영빈관' 논란되자 급히 철회한 윤 대통령>
경향신문 <‘878억 영빈관’ 논란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한 윤 대통령>
중앙일보 <영빈관 신축, 대통령실 수석들도 몰랐다니>
서울신문 <비판 여론 하루 만에 번복된 영빈관 건립>
국민일보<영빈관 신축 추진·철회 과정서 드러난 대통령실 난맥상>
한겨레 <어물쩍 넘길 수 없는 용산 영빈관 '밀실 추진'>

16일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추진 과정은 더 고약하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보다 더 많이 투입되는 일이라면, 국민에게 먼저 필요성을 설명하고 당당히 추진했어야 한다"며 "그런데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국유재산관리기금 2023년 예산안 자료'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새 영빈관 발상은 터무니없다. 누구 발상인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대선 과정에서 폭로된 김건희 여사 발언 녹취록에 '(영빈관을)옮길 거야'라는 표현이 나와 온갖 억측을 낳은 바도 있다"고 전했다. 

17일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민들로선 '이건 뭐지?'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중략)이런 큰 사업을 추진하면서 왜 사전 공론화도 없이 기재부 예산에 먼저 반영부터 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영빈관 신축을 누가 이토록 어설프게 추진하려 했는지 경위를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서 영빈관에 큰돈을 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며 "지금은 대통령실이 경제 안보 복합 위기에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하는 시기다. 영빈관 신설과 같은 문제로 시비를 일으킬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단순히 영빈관 신축 계획을 철회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누구의 발상으로 무리한 계획이 만들어지고 추진됐는지를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통령실 이전 계획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확히 얼마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는지도 투명하게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9일 오후 한가위 연휴를 맞아 청와대에서 개최한 '청와대, 칭칭나네' 행사 중 영빈관 앞에서 관람객들을 위한 한가위 풍류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 9일 오후 한가위 연휴를 맞아 청와대에서 개최한 '청와대, 칭칭나네' 행사 중 영빈관 앞에서 관람객들을 위한 한가위 풍류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말이 지난 19일 언론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추진 과정부터 불투명하고 졸속이었다. 정부 내에서 누가 이런 발상을 기획하고 밀어붙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영빈관 소동'은 윤 정부의 작동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의 하나다. '만 5세 취학' 등 설익은 정책을 불쑥 던졌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자 부랴부랴 거둬들이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대통령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대통령의 공언을 뒤집는 사업을 밀실에서 추진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혈세 낭비'란 비판이 일자 윤 대통령이 신축 계획 철회를 지시했는데 그 결정이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도 놀랍다"면서 "대통령실이 중요 현안을 충분한 내부 검토나 여론 수렴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부 장관 사퇴를 부른 ‘취학연령 만 5세로 하향’ 혼선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영빈관 신축은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주장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뒷북이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용산 영빈관 신축을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진행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서울신문은 "비난 여론에 하루 만에 계획을 철회한 것은 대통령실조차 졸속 추진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 등에서 이번 정책 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합당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 의혹을 키운 건 대통령실의 밀실 추진이다. 김 여사 개입이 사실이 아니라면 더더욱 누구 주도로 이런 황당한 예산 편성이 이뤄졌는지 대통령실이 앞장서 추진 경과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밀실 추진을 알고도 추인했다면 최종 책임을 져야 하고, 몰랐다면 국정 무능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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