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장군에 김건희 멍군, 추석 민심 승자는 어느 쪽일까? 무승부고 정치권 각자도 그 정도 성적을 기대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해석일 듯하다.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보복’으로 볼 것은 아니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러 의혹은 특검으로 밝힐 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상식적인 얘기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무조건 정당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억울한 정치보복이며 김건희 여사 특검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태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중도층 내지는 부동층 여론이 전체 결과를 좌우하게 되는데, 이 계층이 볼 때는 이재명 대표든 김건희 여사든 관련 의혹의 진상을 모두 밝히고 이제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되는 거다. 대장동이니 주가조작이니 이제는 지겨운 얘긴데, 그렇다고 땅에 묻고 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월 27일 성남 서울 공항을 출발한 공군 1호기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7월 3일 공개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대통령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6월 27일 성남 서울 공항을 출발한 공군 1호기에서 자료를 검토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7월 3일 공개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여기서 이미 모범답안이 도출된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수용하면 되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받아야 할 수사를 군말없이 떳떳하게 받으면 된다. 이재명 대표 수사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김건희 특검은요?”라고 반응하는 것은 최악의 구도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오히려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생각될 만큼 최악의 구도로 굳이 들어가고 있다. 1차적으로는 서로 대립하면서 각자의 내분을 봉합하는 것에 목표가 있겠지만, 시점을 길게 보면 결국 차기 권력이 어디로 향할 것이냐의 문제로 수렴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재명 대세론’으로 5년을 돌파할 작정을 한 모양새다. 역대의 ‘차기 권력’ 사례를 보면 초기 우세에 있던 인물이 결국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거나, 그게 아니면 혜성처럼 나타난 새로운 인물에게 밀리거나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으로 보면 ‘혜성’이 나중에 나타날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적어도 지금 시점에 이재명 대표 이외의 대안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 휴지기를 길게 가졌다면 세력 내의 다른 경쟁구도가 형성됐을 수도 있으나 대선 직후 선거를 통해 조기에 정치 일선에 복귀하면서 다른 구심이 형성될 공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조건이 됐다.

이러면 당 전체가 ‘대세론’ 모델로 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재명 대표가 다시 한 번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당대회에서 ‘사법리스크’가 주요 쟁점이 됐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이미 결론은 내려졌고, 남은 건 당이 이재명 대표가 권력을 잡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앞장서서 치우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낙마’하지 않는다면 넘고, 던지고, 받아치고, 구르는 이런 상황은 5년 내내 계속될 것이다.

여당으로서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국민의힘 사정은 어떤가? 이준석 전 대표 문제가 급해 보이지만 지지층 내에서는 이것도 어느 정도 결론이 난 문제이다. 당분간 이준석 전 대표는 여당 내에서 주요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된 것이다. 때가 다시 올 때까지 이준석 전 대표는 ‘나는 TK사람’이라는 딱지와 ‘2030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으로 버텨보겠다는 태도다.

버티는 건 버티는 거고, 이제 정권과 여당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검수완박’과 ‘검수원복’의 대립구도를 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이 졸속으로 처리한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시행령을 통해 무력화하는 전략을 망설임 없이 감행했다.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한동훈 장관은 시치미를 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2021년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2월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피의자가 모법과 충돌하는 시행령을 통해 진행된 범죄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수사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이 주축인 윤석열 정권이 이러한 현장의 혼란 방지를 우선한다면 시행령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는 게 아니라 법안을 다시 고쳐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는 정치를 펼쳤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장관과 함께 읍소하고 그래도 안 되면 시행령으로라도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론으로 국민을 직접 설득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그런 접근은 애초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장관의 언행에 실마리가 있다. 한동훈 장관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에 대해 민주당이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걸로 보고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즉, 자기 수사를 막으려는 사람에게 수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먹히겠는냐는 거다.

현실 정치가 윤석열 정권과 여당, 민주당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게임이라면 이런 접근은 합리적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결국 명분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정치를 우습게 보고 있다. 대통령이 전 정권 탓을 한다거나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고 평가하고 몰아내는 것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이쪽이나 저쪽이나 정치를 차기 권력을 둘러싼 게임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하다. 자기들끼리의 이런 장군 멍군 타령이 국민 대다수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대선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벌써부터 이런 정치 게임에 정치사회적 자원이 전부 동원되고 있는 현실은 어떤 미래를 암시하는가? 적어도 명분을 챙기는 척이라도 하자는 얄팍한 정치가 그런 것조차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뻔뻔한 정치로부터 배척당하는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이러한 답없는 물음 앞에선 누구나 곤란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표정이 바로 ‘추석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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