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내가 잘한 게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선 내 잘못이 문제가 될 때는 상대방 잘못을 거론하라는 게 모범답안처럼 돼 있다. 추석을 앞둔 이재명 대 김건희 대전 구도가 보여주는 게 이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이재명 대표 촐석 요구가 야당 탄압이라는 불순한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명절 밥상’에 이재명 대표 수사 건을 올려 망신을 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는 거다. 이재명 대표 본인이 적극적으로 이 해석을 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검찰의 출석 요구는 정치탄압일까? 법적으로 볼 때 그렇게까지 무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에 따라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이를 수 있는 건이다. 고발당한 피의자 조사도 없이 수사를 끝내면 그것대로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면조사로 충분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러한 요구를 검찰에 하면 된다. 실제로 민주당이 밝힌 대로 조사는 서면으로 이뤄지고 있던 차였다. 출석요구서가 왔더라도 방식이나 일정을 조율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망신일까? 일평생 성인군자로 인식돼 온 사람이 수사를 받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분명한 망신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유권자는 거의 없게 되었다. ‘쌍특검’이니 하는 말까지 꺼냈던 바 있지 않나.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로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는 모습이 공개된다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닌 것이다.

더 정치적으로 볼 때 더 중요한 것은 대선 패배 직후 보궐선거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방탄론’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라는 거다. 이것은 당 내외에 걸쳐 앞으로 두고두고 부담이 될 평가다. 그러니 오히려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모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판단을 굳이 하지 않으려는 배경이 궁금하다. 하필이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출신 후보에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논하고 있다. 앞서 ‘밥상론’의 연장선으로 보면 추석 밥상에 이재명 대표가 아닌 김건희 여사를 올리고 싶다는 의도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이재명 장군에 김건희로 멍군인가? 이런 방향이라면 오히려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에 응하면서 “우리는 다 떳떳하게 조사받는데 김건희 여사는 왜 소환조차 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물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은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뉴스타파의 최근 보도와 대통령실의 반응은 이를 방증한다. 뉴스타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그간 해명, “‘선수’에게 돈을 맡기긴 했지만 주가조작에 직접 가담한 바 없고, 문제의 소지를 알게 되자 ‘선수’와 절연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녹취록에 김건희 여사가 매입을 직접 지시하고 최종 승인한 정황이 드러나 있고 ‘절연했다’는 시점 이후에도 ‘선수’ 이 모 씨와 관계를 이어간 정황 역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임 매매’를 통해 거래 사실을 보고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반쪽도 아닌 3분의 1짜리다. 뉴스타파 보도에 등장하는 3개 녹취 중 1개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렇다. 대통령실이 법적 대응 운운 하면서도 이런 부실한 해명을 내놓게 된 배경은 뭘까? 기사를 꼼꼼히 읽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럴 리는 없다. 쟁점에 대한 세세한 대응논리가 아니라 “법적대응을 한다더라”는 입장이 훨씬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본 거다. 그래야 보도가 확정적 사실이 아닌 ‘논쟁 중’인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실의 대응은 진상을 밝히고 명확히 하려는 게 핵심이 아닌, 기술적인 어떤 조치일 뿐이라는 거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 의혹을 다루는 태도도 비슷한 데가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그룹 간 유착 의혹을 두고 “형법교과서”, “범죄스릴러” 등을 언급한 게 그렇다. 쌍방울 그룹 내외에 걸친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있고,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재명 대표 주변인들이 이 기업에서 사외이사 등의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의 연결고리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연일 논란의 크기를 키우는 배경은 뭘까?

국민의힘으로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때려야 사는 국면이다. 그래야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내홍을 주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교과서 문제를 앞장서 제기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뺐다는 둥 남침을 가르치지 않게 됐다는 둥 하는 얘기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강제북송 등 사안과 함께 국정감사에서 이념갈등을 부추기는 소재로 활용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재명 대표=친북=범죄자’ 등식으로 ‘우리 편’을 결집시켜 지지율 하락 등 최근의 난관을 돌파하는 전략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출석 요구 사실을 선제적으로 밝힌 것도 사실 비슷한 얘기라고 본다. 민주당도 전당대회를 거치며 입은 상처를 안은 상태로 이재명 체제를 꾸려야 하는 처지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일본과도 손을 잡는다는 얘기도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운 상대와 손을 잡기 위해선 외계인의 침공을 기정사실화 할 필요가 있다는 거 아니겠나. 서로 상대를 가리켜 외계인이라 부르며 자기 편을 결집시키는 정치, 이런 악순환을 ‘적대적 공생’이 아니면 뭐라고 하겠는가. 악순환을 먼저 끊어야 이길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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