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연구윤리 부정 의혹에 대한 과학·교육 당국의 진위 조사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을 비롯해 김상희·변재일·우상호·윤영찬·이용빈·조승래·조정식·전혜숙·정필모·홍익표 의원 등은 9일 성명을 내어 이른바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된 한 후보자 딸 논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즉각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약탈적 학술지'란 돈만 내면 별다른 심사 없이 논문을 게재해 주는 학술지를 말한다.

뉴스타파는 지난 5일 미국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 카벨의 블랙리스트(Cabell’s Blacklist)를 통해 한 후보자 딸이 논문을 투고한 학술지 두 곳이 모두 약탈적 학술지였으며 카벨의 블랙리스트는 한국연구재단이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자료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과방위원들에 따르면 한 후보자 딸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동안 약탈적 학술지에 단독논문을 포함한 대량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출판국가는 대부분이 방글라데시로, 공저자 중 방글라데시인도 있다. 논문 주제는 의학, 인공지능, 인문, 사회, 경제 등으로 다양하다.

9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후보자 딸은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단독저자로 '콘퍼런스 페이퍼'를 냈다. 전문가들은 '콘퍼런스 페이퍼' 등은 통상 박사과정생이 작성한다고 말했다. 또 한 후보자 딸이 발표한 논문과 전자책에 각각 대필·표절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같은 논문 게재 행위가 '입시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미국 아이비리그 소속 치과대학에 진학한 한 후보자의 조카 최 씨가 고교생 시절인 2019년 작성한 논문에 대한 의혹도 논란거리"라며 "이 논문은 최 씨가 제1저자, 최 씨 외숙모인 서울 시내 유명병원의 이모 교수가 교신저자로 등재돼 있다. 논문 주제는 ‘점성이 높은 유산균(연쇄상구균 살리바리우스)을 경구용 의약품으로 넣기 위한 최적화 방법에 대한 실험’으로, 고교생이 작성하기엔 쉽지 않은 주제"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한 후보자의 또 다른 조카 역시 ‘머신 러닝’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저자와 함께 4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며 "한 후보자의 처형 진모(49)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석사 강태영 씨,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 강동현 씨가 지난 2일 공개한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국내 영재고·과학고·자사고 등 고교 213곳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 참여한 해외논문 558건 중 72건(12.9%)이 약탈적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경로로 발표되는 고교생 논문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에 출간된 16편의 고등학생 공저 국제 학술논문 중 37.5%(6편)가 부실학회·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었다.

9일 한겨레 보도에서 강태영 씨는 "교육부가 2014년 학생부에 논문 기재를 금지하고 2019학년도부터는 자기소개서에도 쓰지 못하게 한 뒤에도 논문을 작성하는 학생은 국내 대학이 아닌 해외 학부 유학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전체 논문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약탈적 학술지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논문이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일 뿐 논문이 아니고, 학술지 게재는 단순히 아카이빙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한 후보자는 고등학생 2학년인 딸이 해당 논문을 입시에 활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2018년 한 언론사의 '블랙잡지' 연구부정 보도가 있었고, 당국은 대학교수와 연구자들의 진상을 조사해 징계 등 대책을 마련했다"며 "그런데 현재 한 고등학생의 연구부정이 수차례 벌어지고 있는데도, 당국은 입을 닫고 있다. 소통령 한동훈이기 때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들은 "미성년 딸의 연구윤리 부정에 부모가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주도해 온 한동훈과 그의 아내에 대해서도 같이 조사하고, 관여가 드러나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과기부와 교육부가 명운을 걸고, 공정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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