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을 계기로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6일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전 헌법재판관)은 성명을 내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련 법률과 제도의 시급한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수사기관이 범죄 피의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활동은 범죄수사라는 사회적·공익적 정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러나 수사 목적을 위해 통신자료와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절차를 관련 법률에 마련함으로써 기본적 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구분된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이동통신사에게 요청해 제공받은 자료를 말한다. 이용자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ID 등 이통사 가입정보로 법원의 허가(영장) 없이 제공받을 수 있다. 이번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에 해당하는 이용자 정보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 일시와 시간, 인터넷 로그기록, IP 주소,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 등이 해당된다. 긴급 상황 시에 수사기관은 요청서만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을 수 있다. 사후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송 위원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 절차는 단지 '재판, 수사 등을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허용요건이 너무 광범위하다"며 "사전·사후적 통제절차가 미비하며, 해당 이용자에 대한 제공내역 통보 절차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통신의 비밀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른 수사기관 통신자료 제공현황 ▲2014년 인권위-2015년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권고 등의 전례를 들어 "공수처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 사례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등 모든 수사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과도한 통신자료 제공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이하 민변 디정위)는 같은 날 낸 논평에서 "비단 공수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검찰·경찰·국정원·기무사 등 정보·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민변 디정위는 "지금도 헤아릴 수 없는 통신자료조회를 하고 있는 검찰의 총장 출신 제1야당 대통령 후보가 이를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번 공론화가 내용 없는 정쟁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해 12월 30일 대구·경북 방문 준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KBS '사사건건' 방송화면 갈무리)

민변 디정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달리 단순한 정보들이기 때문에 현행 제도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있다"며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가입자의 구체적인 인적사항, 아이디, 가입해지일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통신자료는 다른 통신의 내용이나 자료들과 결합될 경우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통신사실확인자료와 거의 다를 것이 없게 된다"고 짚었다.

지난 2015년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반대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영장주의에 입각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조회 시 제공사실과 요청자 등을 이용자에게 통지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으로 새누리당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21대 국회에는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총 5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시절 검찰의 '통신자료' 조회는 282만여건에 달한다. 이 시기 검찰의 문서당 통신조회 수는 ▲2019년 하반기 평균 10.2건 ▲2020년 상반기 평균 10.9건 ▲2020년 하반기 평균 9.9건 등으로 나타났다. 윤 후보가 수사팀장을 맡아 진행한 '국정농단 특검'은 90일동안 220만 건의 통신조회를 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후보는 국정감사에 출석해 "통신조회는 가입자 조회로 하다보면 번호 몇백 개가 나온다"고 말했다. (관련기사▶논란의 통신조회 제도 개선, 국민의힘 전신 반대로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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