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카카오가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면서 PC·모바일 전면 구독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주요 언론사가 자극적인 어뷰징·해외 토픽 기사를 구독 첫 화면에 배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결국 모든 언론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디어스가 네이버·카카오톡 모바일·PC 구독화면을 살펴본 결과, 주요 언론사는 구독 첫 화면에 자극적 기사를 배치했다. 네이버 구독화면의 경우 2개의 사진기사와 4개의 텍스트 기사로 이뤄진다. 사진기사의 주목도가 텍스트 기사보다 높다.

3일 조선일보, 매일경제, 중앙일보의 네이버 구독 첫 화면 갈무리
12월 31일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의 네이버 구독 첫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3일 한 경제매체 기자가 동료 기자와 불륜설에 휩싸였다는 소식을 주요 기사로 배치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센터장이 1차 백신만 접종했다는 내용의 기사, 보안업체의 바이럴 마케팅 소식을 사진기사에 배치했다. 이밖에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오후 성매매 혐의를 받아 자숙 중인 배우 엄태웅 씨 소식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들 기사는 조선일보의 인터넷기사 전문 자회사 ‘조선NS’가 작성했다.

매일경제는 3일 천은미 센터장 소식, 미국인 보모가 아이를 살리고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는 해외 토픽을 사진기사로 뽑았다. 또한 매일경제는 지난달 31일 미국의 한 교사가 비행기 탑승 중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실을 확인해 기내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다는 내용의 해외 토픽을 사진기사에 배치했다. 매일경제는 여성 교사 사진을 구독 첫 화면에 내걸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아내 김건희 씨의 오빠 라디오 인터뷰 기사,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이 500kg 넘게 감량했다는 해외 토픽 기사를 사진기사로 선정했다.

카카오톡의 ‘뷰’ 상황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는 카카오톡 구독 서비스 ‘뷰’에서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뷰’ 서비스를 다음 모바일·PC에 도입할 방침이다. 조선일보는 ‘뷰’에서 5개 기사를 노출하고 있는데, 3일 기준 취재기사는 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사는 모두 조선NS 기자들이 작성한 연성기사다.

"저널리즘 품질 하락 자명…모든 언론, 악순환의 고리 빠질 수도"

이와 관련해 송경재 상지대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사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어뷰징 기사를 들고 나온 것"이라면서 “포털 뉴스 알고리즘을 비판해왔던 언론사들이 비판을 받게 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언론사가 구독 첫 화면에 자극적 기사를 배치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언론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저널리즘의 품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며 “단기적으로 조회 수를 늘릴 순 있으나,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모든 언론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재 교수는 “경쟁이 더 심해진다면 구독 첫 화면에는 연성뉴스나 자극적인 뉴스만 가득할 것”이라며 “‘다양한 정보 제공’이라는 포털 알고리즘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디어 전문지나 언론 시민단체가 언론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11월 24일 오전 조선일보 포털 네이버뉴스 화면 캡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26일 <조선일보, ‘클릭수’에 매몰된 온라인뉴스 경쟁 멈춰라> 논평에서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 포털뉴스 메인화면에 끔찍한 가정폭력 피해자 사진이 실렸다”며 “뉴스의 자극성도 충격적이지만 어떤 보도가치가 있기에 수천만 명의 국민이 보는 포털 메인뉴스에 이런 자극적 기사를 버젓이 올렸는지 놀랍기만 하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선정적인 기사를 쓰지 않으면 클릭 수가 떨어지고 수익이 낮아지니 대형 언론사마저 ‘디지털친화 전략’이란 명목으로 상업적이고 자극적 기사를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포털 네이버 뉴스에서 보이는 언론사 기사 6개 편집권은 해당 언론사가 갖고 있다. 포털 종속을 넘어서는 것도, 저질뉴스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결국 스스로 선택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민언련은 “대형 언론사부터 저질뉴스 경쟁에 앞장서지 말고, 언론 본연의 역할로 하루빨리 되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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