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 은평구청이 문서 위조, 사기 미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은평시민신문을 고발하고 나섰다. 은평시민신문이 마을기업 육성사업 지원 과정에서 허위 문서를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은평구청은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 마을기업 약정체결 지정취소를 요청했다. 은평시민신문 측은 “은평구청이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려 한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평구청은 10일 입장문에서 “은평시민신문은 수년간 무차별한 정보공개 청구로 은평구청 공무원 괴롭히기, 거짓 보도로 인한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정정 결정, 준사법적 기관인 언론중재위 결정 사항을 반복적으로 미이행, 마을기업 신청서의 허위 작성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들의 과오는 간과한 채 ‘은평구청이 언론사를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호도하고 은평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에 마을기업 심사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은평시민신문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게 됐다”고 했다.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 협동조합 이사회 회의록의 출석 이사 4인 서명 필체가 동일 ▲마을기업 회원명부 서명 필체가 기존과 상이 ▲마을기업 회원이 아닌 자가 회원명부에 등재 ▲이사회를 미개최했음에도 허위로 이사회 회의록 작성 등을 문제 삼았다. 또한 은평구청은 10일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 은평시민신문 마을기업 지정취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은평구청이 수사기관인가”라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은평구청의 ‘언론탄압’이기 때문에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현재 은평구청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편집국장은 “은평구청은 입장문을 통해 수차례 은평시민신문을 모욕했다”며 “은평시민신문이 대기업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준호 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 재무건설위원장)은 11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언론환경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은 기초인데 이런 부분이 훼손되었다고 판단된다”며 “지속적으로 관찰 및 개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사실 규명이 드러나서 원만하게 합의되어서 은평구의 언론 민주주의 환경이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봉규 은평구의원(국민의힘)은 “민간 기업(은평시민신문)에 개인정보 자료 등을 요구하고 고발조치를 하고 입장문까지 발표했다”며 “은평구청은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다. 행정 감사기관인 의회에서 자료를 요구해도 안주면서 민간기업에는 이틀 만에 민감한 자료를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은평시민신문과 은평구청은 마을기업 약정체결을 두고 갈등 중이다. 은평시민신문은 2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4월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마을기업 약정 체결을 보류하고, 로펌에 법률검토를 의뢰했다. 은평구청은 지난 3월 은평시민신문 보도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해당 소송이 마을기업 사업과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평구청이 기한 내 약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마을기업 선정이 취소된다.

이런 가운데 은평시민신문 협동조합 이사회는 3일 “마을기업 사업을 포기하고, 박은미 편집장에게 ‘경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사회 결정에 반발한 은평시민신문 조합원들은 7일 이사회 총사퇴를 요구했고, 이사들은 10일 전원 사임했다. 은평시민신문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은평구청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미경 은평구청장(더불어민주당)은 3일 열린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 임시회의에서 은평시민신문과의 갈등을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구청장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김 구청장은 “요즘 지역 신문하고 갈등 구조가 있다”며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잘못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지역신문이 코로나 정국에도 1년에 수천 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를 굉장히 괴롭히는 상황이어서 거기(은평시민신문)와 전쟁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정이 날 것 같으니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