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은평시민신문의 마을기업 선정이 은평구가 약정 체결을 미루고 있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은평시민신문 측은 은평구의 지역언론 탄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2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는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마을기업으로 선정하고 3년간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약정을 체결해야 하며 기한 내에 약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취소된다.

은평구는 지난 4월 서울시에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마을기업 약정 체결 보류를 요청하고, 로펌에 법률검토를 의뢰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12월 은평시민신문의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에 대해 지난 3월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해당 소송이 마을기업 선정과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평구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은평시민신문 보도에 따른 법적 분쟁이 마을기업 지정요건 중 하나인 '공공성'에 위배되는 건 아닌지 알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은평구청장 비서실장은 통화에서 “은평구와 은평시민신문의 법적 분쟁이 마을기업 사업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문제가 될 것 아닌가”라며 “확실하게 하고 마을기업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을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의 법적 분쟁은 마을기업 지정요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행정안전부는 공공성 부문에서 마을기업 정관, 설립 목적, 사업계획서 등을 확인, 판단한다. 은평구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법적 분쟁과 마을기업 요건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소 민감한 사항이라 답변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인은 “은평구가 행정력을 동원해 지역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편집인은 “은평시민신문은 서울시와 행안부 심사과정에서 ‘공공성·공동체성·지역성’ 등을 인정받았다”며 “은평구는 이미 선정된 지원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행정력으로 언론사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구와 은평시민신문이 마을기업과는 관련 없는 사안으로 법적 분쟁 중에 있다”며 “은평구 측에서는 법적 분쟁이 공공성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은평구와 은평시민신문이 기한 내 약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마을기업 지정이 취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 보도에서 '은평구가 운전원에게 출장비를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운전원이 관내에서 운전 업무를 한 것을 ‘출장’으로 보고 출장비를 지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은평구는 소장에서 “은평시민신문의 기사 때문에 은평구가 출장여비를 지급하는 것이 위법한 것처럼 여겨졌다”며 “은평구는 구민의 신뢰를 잃게 됐으며 운전원들의 명예가 훼손됐다. 또한 기사 때문에 주민의 정보공개청구와 문의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어 행정력이 낭비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은평시민시문이 두 차례 게재한 반론보도문

최근 은평구는 은평시민신문에 대해 650만 원 상당의 가압류를 걸었다. 은평시민신문이 지난해 12월 반론보도문을 지면에 게재하는 과정에서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0월 <부구청장 위해 새벽 출근하는 공무원... 과잉 의전 논란> 보도에서 “은평구 운전원이 강남에 거주하는 부구청장 출퇴근을 위해 최대 18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다”며 “부구청장 전용 운전원을 두는 것은 과도한 의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평구는 “실제 운전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이기 때문에 과잉노동이 아니다”라며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및 150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반론보도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은평시민신문은 같은 달 지면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면서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넣지 않았다. 홈페이지의 반론보도문에는 해당 문장이 들어갔다. 은평시민신문은 “제작 과정상 실수”라며 다음 발행 신문에서 반론보도문을 재게재했다.

그러나 은평구는 2월 “지난해 12월 은평시민신문의 첫 반론보도문이 제대로 게재되지 않았다”며 650만 원을 요구했다. 언론중재위 조정에 따르면 은평시민신문은 기한 내 반론보도를 하지 않으면 은평구에 하루 5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 은평시민신문은 격주 발행 신문으로 반론보도문을 재게재하기까지 2주가 걸렸다.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인은 “반론보도문에서 마지막 한 문장이 빠진 것에 대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지면 제작 과정에서의 실수였고 홈페이지에선 반론보도문 전문이 게재됐다. 마지막 한 줄이 빠졌다는 이유로 가압류를 건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했다.

은평구 홍보담당관은 통화에서 “은평시민신문이 반론보도문 게재 조건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홍보담당관은 “지역신문과 구청이 나쁘게 지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라며 “그동안 은평시민신문에 ‘객관적 입장에서 구청의 입장을 같이 써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은평시민신문이 입맛대로 기사를 써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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