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은평구청의 은평시민신문 탄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004년 창립된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은 마을미디어 문화 교실, 마을미디어공방, 은평시민신문 등 지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이사회는 3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마을기업 사업을 포기하고,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에게 ‘경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은평시민신문이 제출한 마을기업 관련 서류에 문제가 발견됐고, 이사회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박 편집장에게 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사회 결정에 반대하는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이사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은평시민신문 편집국은 “총체적 난국 앞에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사회는 ‘언론탄압이 아니다’, ‘신문을 휴간해야 한다’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은평시민신문과 은평구청은 마을기업 약정체결을 두고 갈등 중이다. 은평시민신문은 2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4월 은평시민신문에 대한 마을기업 약정 체결을 보류하고, 로펌에 법률검토를 의뢰했다. 은평구청은 지난 3월 은평시민신문 보도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해당 소송이 마을기업 사업과 관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평구청이 기한 내 약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마을기업 선정이 취소된다.

이사회는 3일 입장문에서 “은평구청은 서류 검토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은평구청이 제기한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검토했고, 잘못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문이고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번 문제를) 용납할 수 없었다”며 “깊은 논의 끝에 마을기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자체 검증을 위한 정당한 서류제출 등을 미룬 편집장에게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현 사태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무능한 이사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조합원 집담회를 통해 설명과 의견을 듣고 임시총회를 통해 쇄신과제를 찾고 혁신비대위를 구성하겠다. 혁신비대위가 구성되면 (이사회는) 현 사태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와 함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했다.

이사회 입장 발표 전날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의 마을기업 신청 서류에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이 이사회 개최 없이 마을기업 신청을 의결하는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했다 ▲신청 시 조합원 전체 명단을 제출해야 하나 210명 중 30명만 제출했다 ▲연 2회 이상 감사를 실시해야 하나 연 1회만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은평구청은 “공정한 사업추진과 잘못된 예산집행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약정체결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은평시민신문 이사 A 씨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마을기업 신청 서류에 허위사실이 있다는 건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사회가 관련 사안을 의결하긴 했지만 허위서류를 제출하라고 한 적은 없다. 충격을 받아 마을기업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이사인데 왜 사전에 서류를 확인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서류를 못 본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류를 회람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고, 이사들 역시 서류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A 씨는 은평구청의 은평시민신문 탄압 논란에 대해 “은평시민신문이 반론보도만 잘했어도 아무 문제 없었다”며 “끝날 수 있었던 문제가 커졌고, 언론탄압 프레임과 극한 대결로 갔다”고 말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 은평구청 관련 기사에 반론보도문을 게재하는 과정에서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누락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제작 과정상 실수”라며 다음 발행 신문에서 반론보도문을 재게재했으나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이 게재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650만 원 상당의 통장 가압류를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은미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일부 이사들이 ‘바쁘니 단체 대화방에서 하자’고 했다”며 “단체 대화방에서 마을기업 신청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고, 이를 회의록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시행지침에는 '사업신청 및 자부담 결의내용을 포함한 회의록을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만 있고 회의 형태에 대한 규정은 없다.

박은미 편집국장은 “마을기업의 뜻을 동의하는 조합원 명단만 제출했을 뿐”이라며 “직접 전화와 메시지를 드려 마을기업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은평구청은 서류상 문제를 트집 잡으며 은평시민신문에 공공성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공공성은 형식적인 서류로 확인되는 게 아니다”라며 “공공성은 은평시민신문이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고 지적했다.

은평시민신문 편집국은 이사회가 사건을 수습하기는커녕 도리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편집국은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사회는 조합 운영에 중요한 사항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갖지만, 그동안 운영 및 경영을 편집국에 책임 전가했다”며 “이사회에 은평구청 언론탄압에 대한 입장표명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책임을 방기해오던 이사회가 지난달 27일 부구청장 면담을 한 뒤 일을 일사천리로 몰아붙였다”고 밝혔다.

편집국은 “편집국장 징계와 관련해 징계 통보 및 당사자 소명 과정도 무시됐다”며 “협동조합이 총체적 난국 앞에 지혜를 모아 헤쳐 나가도 모자랄 판에 이사회는 도리어 ‘언론탄압이 아니다’, ‘신문을 휴간해야 한다’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 이런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은평시민신문 이사 B 씨는 통화에서 “은평구청의 언론탄압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한 이사들이 마을기업 사업까지 취소하자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은평구청에서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은평구청이 속으로 얼마나 쾌재를 부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B 씨는 “마을기업 사업은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치고, 행정안전부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서류에 문제가 있으면 은평구청이 수정·보완을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설령 문제가 크다고 생각했으면 선정되기 전에 탈락시켰어야지, 이제 와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B 씨는 “은평구청이 딴지를 거는 건 (은평시민신문 탄압 논란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다.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 결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4일 ‘은평구청 언론탄압 대응 및 은평시민신문 정상화를 위한 조합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이사회의 결정은) 직면한 언론탄압 문제는 외면하고 ‘내부 문제’를 운운하며 쟁점을 바꾸고 있다”며 “그동안 책임을 방기해 온 이사회가 갑자기 특정 사안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려는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난 현 이사회에 권한을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이사회 즉각 사퇴 ▲조직 정상화를 위한 임시총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은평구청 측은 통화에서 “마을기업 약정체결 전 면밀하게 검토하는 부분이 있다”며 “제출된 서류와 사실관계가 틀려 은평시민신문 측에 질의를 했지만 답을 못 받았다”고 밝혔다.

은평구청이 마을기업 신청 서류 문제를 파악한 것은 약정체결 보류를 결정한 뒤인 지난달 중순이다. 은평구청 측은 “이 문제를 파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의혹은 가지고 있었다. 은평시민신문 조합원 게시판을 계속 들어가서 확인했는데, 한 조합원이 올린 관련 질의서를 보고 구체화됐다”고 했다. 은평구청 측은 “또한 (부구청장 면담에서 은평시민신문) 이사진에게 사실관계를 물어봤고, 이사진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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