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왜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거예요? 언제 출범될 거 같아요?"

5기 방통심의위 출범이 기약 없이 연기되면서 경찰이 기자들에게 연기 이유, 출범 예상 시기 등을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방통심의위 상황을 궁금해하는 것은 ‘디지털성범죄’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출범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디지털성범죄 피해 확산 방지’라는 경찰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 확산 방지는 방통심의위, 경찰청,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 이들은 2019년 ‘디지털성범죄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경찰청은 가해자 처벌 및 디지털성범죄 정보 심의신청, 여가부는 피해자 상담 및 수사 지원을 맡는다. 방통위는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통한 웹하드 모니터링과 인터넷 사업자 점검 업무를 담당한다.

(사진=미디어스)

이 중 핵심은 방통심의위의 디지털성범죄 정보 삭제·차단 업무다. 방통심의위는 심의를 통해 디지털성범죄 정보를 판별하고, 인터넷 사업자에 삭제·차단을 요구한다. 디지털성범죄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관련 정보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데 이 업무는 온전히 방통심의위가 담당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차단·삭제 업무를 맡으면 ‘표현물 검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방통심의위 출범 지연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유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긴급한 사안의 경우 사이트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며 “하지만 디지털성범죄 정보를 차단·삭제하기 위해선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방통심의위가 출범되지 않으면서 여가부와 경찰청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통심의위 구성 절차가 있으므로 기다리고 있지만 답답하다”며 “현재 사이트 관리자가 차단을 거부하면 달리 방도가 없다. 방통심의위가 빨리 출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출범이 늦어지면서 디지털성범죄 심의 기능이 마비됐다. 4기 방통심의위 임기만료 후 접수된 디지털성범죄 안건은 18일 기준 4291건에 달한다. 이 중 1461건에 대해선 자율조치가 완료됐지만 2830건은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심의위 출범 지연으로 수천 건의 디지털성범죄 정보가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일 ‘제2의 소라넷’이라 불리는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최근 방통심의위에 사이트 삭제·차단을 요청했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사이트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3만 명에 달한다.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 긴급대응팀 관계자는 19일 “디지털성범죄 정보는 주로 해외 음란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다”면서 “빨리 심의를 시작해 관련 사이트를 삭제·차단해야 한다. 여가부, 경찰청, 방통심의위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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