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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보도, 2차 가해와 이분법적 시각에 한 몫언론노조 성평등위 "속보·특종·따옴표에 매달린 언론,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7.15 07:0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피소와 관련한 언론의 무분별한 속보·특종 경쟁이 성추행 피해호소인 2차 가해와 정치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는 14일 '언론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유력 정치인의 사망과 피소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박 시장의 실종 소식 이후 사망이 확인되기 전까지 수 백 건의 '속보'가 쏟아져 나왔고, SNS에 떠돌아다니는 글까지 특종 경쟁의 대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재확산하기도 했다"면서 "또한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발언들을 인용부호만 달아 보도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추모와 진실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해석하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보도의 남발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지난 9일 오후 박 시장이 실종상태였던 시점에 언론은 박 시장이 사망했다는 오보를 연달아 쏟아냈다. 오후 6시 45분 '월간조선'은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성균관대 부근에서 발견> 기사를 내어 박 시장 시신이 서울 성균관대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박 시장 시신이 성균관대 후문 와룡공원 인근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해당 보도들이 오보로 판명되고 삭제되는 과정에서 언론은 밤 9시 30분경 또다시 박 시장의 시신이 발견되었으며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오보를 썼다. 이들 오보 전후로 기사 내용과 유사한 이른바 '지라시'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번지고 있었다. 

박 시장이 전날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보도와 함께 사실상 2차 가해가 시작됐다. 속보 제목에는 '미투 연루'라는 단어가 나붙었고, 일부 언론을 통해 경찰에 접수된 성추행 피해 호소인의 고소 내용이 '알려졌다', '전해졌다' 등의 서술어를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의 생사가 확인이 되지 않은 시점의 언론보도로 이들 보도를 통해 피해 호소인의 직업, 건강상태 등이 알려졌다.  

보도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해 호소인에 대한 '색출 작업' 움직임이 일었다. 이런 움직임이 언론을 통해 '2차 가해 우려' 기사로 생산되면서 피해 호소인과 관련한 정보는 더욱 확산되어 갔다. 

피해호소인 신원과 관련해 "박 시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람이 나경원 전 의원 비서다. 이건 한국일보 문모 씨가 알려준 내용"이라는 허위정보가 온라인상에 돌고, 이를 논란으로 보도한 사례도 있었다. 피해 호소인이 입장문 대독 형태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박 시장 장례절차가 마무리 된 직후인 13일이다. 

박 시장 사망 이후에는 정치권 여야 의원들의 발언을 따옴표로 제목으로 쓰는 방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피해호소인 이야기는 귀 기울여야 하지만 똑같은 이유로 박 시장 업적 또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김경수 경남도지사),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온다"(허윤정 민주당 대변인), "가해자 기정사실화는 사자 명예훼손"(진성준 민주당 의원), "미투처리 모범, 2차가해 막으려 죽음으로"(윤준병 민주당 의원), "아들 병역비리 의혹 결론내라"(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 "채홍사 역할 한 사람도 있었다는 말 떠돌아"(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의 발언이 따옴표를 통해 기사 제목에 박혔다. 이 같은 보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언론의 또 다른 책무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그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언론이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명분으로 피해자의 호소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약자들을 침묵과 고통 속에 몰아 넣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 추모 분위기 속에서 우리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사회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고 더 나은 세상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 (사진=연합뉴스)

또한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했다는 증언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문책을 촉구한다"고 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2항은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시장 죽음으로 형사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현재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방식 중 하나로 남녀고용평등법상 해당 기관의 의무가 언급되고 있다.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피해자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그가 꿈꾸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하겠다"며 "이것이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던 고 박원순 시장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이라고 썼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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