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에 두 갈래 태도를 보인 정의당에 탈당 바람이 불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변인은 “고인의 삶이 한국 사회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당에서는 심상정 대표의 조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애도와 조의를 표하되 피해 호소인이 2차 가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두 가지 조치를 다 취하자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은 지난 10일 새벽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면 비통한 마음뿐”이라는 짧은 애도 성명을 냈다. 심상정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박 시장 빈소를 찾았으며 이후 논평을 통해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개별 의원들의 입장문이 나왔다. 류호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애도를 표하지만, 조문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 호소인과 관련해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혜영 의원은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개인 SNS에 입장문을 올렸다. 장 의원은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에 당혹감을 느낀다. 문제를 제기한 이에 대한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페이스북 갈무리

두 정의당 의원의 입장문과 관련해 일부 당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며 주말 사이에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철 정의당 대변인은 1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문하지 않겠다는 생각을)굳이 드러내야 했냐는 질문들이 있는데 두 의원을 변호하자면, 대부분 조문을 가다보니 피해 호소인에 연대하는 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호소인으로서는 본인이 원치 않았던 박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이 귀결돼 버렸다. 이에 피해 호소인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공개적인 형태로 (연대하는 마음을)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차원에서 입장이 통일되는 게 좋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워낙 이 사안이 민감하고 특히 우리 사회에서 성과 관련된 문제들에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냐”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의 행동에 대한 고려 차이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당원 중에서는 탈당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들의 규모가 ‘탈당 러시’라고 할 정도로 많은 수를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한 일부는 두 의원이 나서준 데 대해 ‘고맙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저희로서는 진통 과정, 질서 있는 토론과 서로 인식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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