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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단톡방' 사건, 기소유예-혐의없음…"환멸 느껴"불법 촬영물 유포-2차 가해 공론화 1년여만에…피해자 이중 고통 유발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3.23 21:00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해 9월 불법 촬영물 유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어간 ‘기자 단톡방’ 사건이 '기소유예', '혐의없음', '기소중지'로 결론 지어졌다. 이를 고소·고발한 여성단체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측은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21일 음란물 유포 혐의로 총 8명의 피의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명예훼손 위반 혐의를 받은 4명의 피의자에게는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을, 성매매 혐의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을 결정했다. 

이 중 처벌받은 이는 2명이다. 피의자 최 씨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범죄 혐의로 구약식 처분을, 피의자 공 씨는 음란물 유포 혐의와 모욕죄로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를 처분받았다. 6명의 피의자는 성명불상자로 기소 중지됐다.

기자 단톡방 사건은 지난해 4월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언론인들로 구성된 익명의 카카오톡 방에서는 버닝썬 관련 불법 촬영물로 추정되는 영상 유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이어 성 구매 경험이 무용담처럼 다뤄졌다. DSO는 지난해 5월 '기자 단톡방'사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단톡방에 익명의 아이디를 사용한 20여 명 중 12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인터넷 명예훼손 또는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9월 검찰에 넘겼다.

한 DSO 활동가는 “기자 단톡방 사건은 언론에서 많이 주목해줘서 사건이 비교적 빨리 처리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검찰이 보여주기식으로 수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아동 청소년 법, 성 보호법 위반으로 기자 단톡방 사건처럼 가벼운 처벌은 없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긴장을 늦추지 말고 관심 가지면서 적극적으로 정보공개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 단톡방 고소건은 마무리됐지만 기자 단톡방과 유사한 방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자 단톡방 멤버였던 '찌라시왕'이 중간 인증을 받으면 새로운 방을 열겠다고 예고했고 실제로 '임시 준비방'이 개설됐다. 이를 파악한 DSO 활동가는 "지난해 말 운영의 어려움으로 DSO가 해산을 결정해 쫓아가지 못했다"며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유사한 언론인 단톡방을 개설 준비중인 카카오톡 대화방 (사진=제보자)

디지털 성범죄 미약한 처분...사건 피해자들 "회의감 느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같은 처분 결과는 피해자와 함께 이를 공론화한 이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2017년 알려진 또 다른 ‘기자 단톡방’ 피해자 A씨는 “지금도 이들과 같은 기자 일을 한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2017년 서로 다른 언론사 30대 남자 기자 4명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동료 여기자 등을 품평하고 성적으로 희롱하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자 단톡방 사건이 공론화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나 출입처의 동료 선후배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언급하거나 성관계 여부, 신체 특징을 리스트로 뽑아 공유했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의 회사에서 감봉, 근신 등의 징계를 받고 복귀했다. 이들이 받은 처분은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2년의 자격 정지 등의 징계를 받은 게 전부였다.

피해자 A씨와 동료 기자들은 당시 일로 인해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A씨는 “당시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였고 보도도 많이 나왔는데 시간이 지나 도돌이표인 걸 보면서 허무했다”며 “피해자인 저는 당시 신상이 드러날까 두려웠고 기자를 포기할까도 고민했는데 그들은 멀쩡하게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기사로 써서 알리고 바로 잡으려고 기자가 됐는데 그들이 저와 같은 기자 생활을 하고 그중에 일부는 법원을 출입하는 걸 보면서 동료 여기자들과 ‘내가 왜 기사를 쓰고 있나’ 종종 하소연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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