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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나쁜 인수합병' 안 되려면정부 심사 제도개선 필요성 대두…"공정위 주도 M&A 심사, 과기정통부로 창구 일원화 해 공정위-방통위 협력해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7.05 18:3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세계적 추세와 국내 미디어 환경 변화 등을 내세워 유료방송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표출했지만, 시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동일한 잣대로 과거 불허 사례를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료방송 M&A를 심사해야 할 각 정부 부처의 모호한 권한과 기준이 유지되고 있어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대표 민주당 김성수 의원)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에서는 사실상 공정거래위원회에 집중돼 있는 유료방송 M&A 심사 권한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일원화하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협력하는 방식의 M&A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기정통부를 '중심'에 두고 공정위와 방통위가 부심 역할을 해 심사를 '공정경쟁 및 공공성'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정책 세미나. (사진=미디어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2016년 M&A 당시 대부분의 세미나에서 반대 논리가 우세하였지만, 올해 유료방송 M&A에 대한 세미나의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M&A가 통신사업자를 포함한 ICT 사업자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변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박 실장은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노동시장의 불안전성, 지역성 강화, 콘텐츠 제작비용 투자 등 공공성 강화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에 공정경쟁과 공공성 부문을 심사해야 할 정부부처는 3년 전 M&A 불허 상황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박 실장의 지적이다. 방통위 설립 전부터 방송-통신 융합은 핵심 정책과제로 대두되어 왔고, 2016년 M&A 불허 이후 시장논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유료방송 M&A 흐름이 예측됐지만 시장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처나 청사진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에서의 유료방송 M&A는 공정거래법상 일반경쟁규제를 공정위가, 방송통신법상 전문규제를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맡고 있다. 문제는 각 규제 절차가 분리돼 있으며, 시장경쟁상황 판단이 전문규제기관의 정책적 판단보다 우선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M&A 과정에서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크다며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그러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관련 심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LG유플러스의 CJ헬로 M&A 과정에서도 정부 심사 절차의 허점이 드러난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합병'이 아닌 '인수'했고, 이에 따라 최다액출자자 변경 '허가'가 아닌 '승인'을 신청했다. 합병은 정부로부터 변경허가를 받아야 해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변경승인은 공정위와 과기정통부로부터 심사와 승인을 받으면 된다. 공정위가 시장경쟁상황만을 중점적으로 판단하고, 방통위에 비해 산업의 공공성보다는 진흥적 측면에 역점을 두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심사를 하는 상황은 공공성 심사 영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박 실장은 유료방송 M&A에 있어 관련부처 간 협력과 심사연계가 필수적이라며 과기정통부를 '주심' 역할로 내세우고 방통위와 공정위가 '부심'으로서 협력하는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박 실장은 "미디어산업의 M&A 규제에서는 규제기관간 협력적 행정수행과 다수 법령간 모순이 없는 조화로운 법해석이 중요하게 된다"며 "미디어산업에 대한 기업결합은 과기정통부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산업에서 기업결합 심사는 과기정통부가 전담하되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해서만 공정위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박 실장은 방통위 사전동의의 경우 2008년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권한 일부를 방통위에 존치시키려던 정치적 타협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전 동의가 실질적인 종국 심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 '협의' 정도로 법을 개정해 합리화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각 해당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현행 법령을 유지하자는 입장, 사전동의를 확대하자는 입장 등을 밝혔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인데 공정위는 법령에 따라 독립적인 부분을 심사하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순차적이 아닌 병렬적 검토를 하는 것이다. 방송통신 당국의 정책방향을 충분히 고려해 인수합병을 허용하되,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과거 사례를 충분히 생각해 향후 제도개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자리에서 어떤 방식으로 해야한다거나, 반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행 법령에서 주어진 각 부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 각 부처가 주어진 법령과 제도 안에서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방통위의 사전동의는 M&A과정에서 방송 공공성이 사라질까봐 만들어진 것"이라며 "합병은 사전동의가 필수인데 인수를 하는 경우에는 사전동의를 거치지 않는다. 결국 (인수나 합병의)목적과 효과는 굉장히 유사한데 사전동의를 인수를 하는 경우에도 추가적으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 청중석에서는 유료방송 인수합병 과정이 지금보다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공공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나쁜 인수합병 반대 공동행동'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오늘 토론회가 마지막이 안됐으면 좋겠다. 2016년 합병 당시 돌이켜 보면 정부 차원의 공청회가 두 차례 열렸고 그 의견을 미래부가 수렴해 중점 심사사안을 만들고, 설명회까지 했었다. 지금보다 그 때가 훨씬 투명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후퇴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LG유플러스 사업계획도 좀 더 공개될 필요가 있다. 요약본, 이 정도 내용을 가지고 이용자들과 시민사회가 내용을 파악하고,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냐"라며 "구체적 사업계획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불안의 당사자인 노동자들과 지역의 목소리에도 많은 발언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국내진입 등으로 과거 유료방송 시장 인수합병(M&A)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시각 전반이 변화했다. 하지만 지역성, 다양성, 공정경쟁, 노동권 보장, 콘텐츠 투자 등 방송산업의 특수성과 공적가치는 유료방송 시장 재편 흐름에서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허가·승인 조건으로 꼽힌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쁜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구호가 나오는 이유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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