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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주도의 유료방송 M&A 심사 문제 없을까방송통신 전문규제기관은 뒷전에…LG유플러스의 헬로모바일 인수, 공정위 묘안은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6.17 08:5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시도와 2019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합병 시도는 어떻게 다를까.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국내진입 등으로 유료방송 시장 인수합병(M&A)을 바라보는 시각 전반이 변화했다. 이제는 세계적 추세와 국내시장의 보호 등을 고려하면 유료방송 M&A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정부와 업계, 노동·시민사회계 전반에 깔려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이 사회적 분위기가 변화하는 동안 정작 M&A를 심사해야 할 정부의 판단 기준(관련 법률)은 과거의 모호한 틀을 유지하고 있어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3년 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던 정부가 이번 M&A심사에서는 상당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인 '헬로모바일'의 시장지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3년 전 내렸던 독행기업 판단에 대해 어떤 입장 변화를 보일지가 유료방송 M&A 국면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방송산업 M&A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정비 없이 공정위에 집중된 M&A 심사 권한이 문제로 지적된다. 

14일 열린 대한경영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에 '5G시대의 유료방송 발전전략'이라는 특별세션이 마련됐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서 김성환 아주대 교수, 김태오 창원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김정현 고려대 교수,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신민수 한양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1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대한경영학회 춘계통합학술대회에서는 특별세션으로 '5G시대의 유료방송 발전전략' 주제 논의가 이뤄졌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 김태오 창원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김정현 고려대 교수,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신민수 한양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진=미디어스)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알뜰폰' 사업 변수로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올해 방통위가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전국단위 시장분석을 병행해 명시한 만큼 시장획정 문제에 있어 공정위의 판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2016년 공정위는 SK텔레콤이 CJ헬로 기업결합을 신청하자 방통위의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를 근거로 유료방송 시장을 79개 권역으로 보고 지역에서의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김 교수는 "유료방송 시장을 전국시장으로 획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도 시장이 혼재되어 있어서 둘 다(전국단위, 지역단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고, 저도 방통위·KISDI 입장과 비슷하다"며 "공정위 판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 교수는 LG유플러스의 헬로모바일 인수를 M&A 국면의 변수로 봤다. 김 교수는 "MVNO(알뜰폰) 시장은 바뀐 상황이 없다. 3년 전 공정위는 '독행기업'이라고 못을 박아놨다. 공정위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CJ헬로모바일의 문제는 여전히 3년 전과 같다"고 지적했다.

독행기업(maverick)이란 공격적 경쟁전략을 통해 기존 시장의 경쟁을 촉진, 가격인하와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CJ헬로는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로 LG유플러스가 헬로모바일을 인수하게 되면 알뜰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이유 중 하나로 CJ헬로 알뜰폰 사업을 들었다. 이동통신 경쟁상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으로 경쟁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는 지난달 초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더라도 헬로모바일은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자들 역시 통신사업자의 알뜰폰 사업 인수 문제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 변화가 있으려면 충분한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현 교수는 "시장획정의 문제는 시간이 흘렀으니 달라졌다고 하면 간단할 수 있다. 그러나 MVNO를 허용하고자 한다면 논리를 바꿔야 할 것"이라며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알뜰폰 사업 인수를 가장 힘주어 주장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박상호 실장은 "헬로모바일은 알뜰폰 사업 독행기업이다. 알뜰폰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인수를)결정하고 나면 알뜰폰 정책은 어떻게 되는가. 정부가 전혀 고민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민수 교수도 "헬로모바일이 독행기업이니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원칙이 있다"며 "정부가 알뜰폰 시장의 역할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정부가 알뜰폰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것인지, 기대하는 역할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정위에 집중된 유료방송 M&A 심사 권한, 문제없나

'유료방송 M&A의 법적 과제'를 주제 발표한 김태오 교수는 공정거래법상 일반경쟁규제를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법상 전문규제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설명하며 인수합병 과정에서 해당 절차들이 분리돼 있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인수합병 과정에서 전문규제기관의 정책적 판단이 동시에 보장되는데, 한국은 일반경쟁규제기관의 시장경쟁상황 판단이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M&A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이 크다며 해당 인수합병을 불허하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심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공정위 판단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시장경쟁상황에 대한 판단이 지역성, 공공성 등 전문규제기관의 정책적 판단보다 우선시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의 유료방송 M&A 국면을 연 LG유플러스-CJ헬로 M&A 과정에서도 이 같은 정부 심사 절차의 허점이 나타난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합병'이 아닌 '인수' 했다. 향후 합병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LG유플러스가 인수부터 나선 이유는 2016년 SK텔레콤의 전례와 정부의 심사 절차 등을 고려해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합병은 정부로부터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인수는 변경승인을 받는다.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 없이 공정위와 과기부로부터 심사와 승인을 받으면 된다. 공정위가 시장경쟁상황만을 판단하고, 방통위에 비해 산업의 공공성보다는 진흥적 측면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과기부가 심사를 하는 상황은 공공성 심사 영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최소한 방송의 경우에는 다양성, 지역성, 공익성을 판단하는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공정위부터 하고, 전문규제를 통해 심사하는 구조가 아니라 병행적으로 심사하거나, 지금처럼 하더라도 기관 간 상호협조를 통해 각 기관이 협의할 수 있는 소통채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정현 교수는 "경쟁제한성 외 방송의 다양성, 지역성, 공익성 이슈를 논의하는 데 있어 방통위가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방통위를 제외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라며 "과기부와 방통위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업무협력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상호협력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호 실장은 "인수와 인수합병이 왜 차이가 나야 하는가. 방통위와 껄끄러운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합병할 건데 방통위가 빠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3년 전 '불허' 결정 정부, 유료방송 M&A 흐름 예상하고 정책 그림 그렸어야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유료방송 M&A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의 원인을 정부 정책 비전의 부재에서 찾았다. 2016년부터 유료방송 M&A 징후가 충분히 감지되었음에도 정부가 관련 정책이나 부처별 권한을 정비하거나 전체 시장에 대한 구상을 그리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러 판단을 달리하려 해 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상호 실장은 "거시적 차원에서 유료방송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공정경쟁, 지역성, 다양성 등의 개념이 상당히 중요한데 개념도 정립이 안 되어 있고, 3년이나 지났는데 세계적 트렌드를 정부가 알고 있었음에도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노동권·시청권 보장에 대한 부분도 3년 전과 똑같다"고 질타했다. 

김정현 교수는 "우리 유료방송 시장을 보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전방위로 싸우면서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집이 좀 무너지다가 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이라며 "모든 것이 다 맞물려 있는데, 한쪽 기둥을 잡겠다고 하면 전체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정부가 커다란 그림을 가지고 가야지 그것 없이 부분적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교수는 이 같은 토론자들의  지적에 더해 정책 부재로 이어질 정부의 조건 부과 문제를 지적했다. 사전규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법을 정비해야 해결할 문제로, 일종의 협상에 따른 조건 부과를 통해 규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합병을 막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조건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병 과정에서 원래 법을 만들어 해야 할 규제를 애초 지역성, 다양성 등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가 합병조건에 몰아넣어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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