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 심문이 열렸다.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은 법원 확정 판결 이전에 근로자 지위를 보전해달라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MBC 측은 이들 중 SBS에 입사한 김민형 아나운서를 예로 들며 "상대적으로 의지가 박약한 것은 아닌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아나운서 측은 "폄훼와 혐오의 발언을 멈춰달라"고 호소했고, 이들과 함께 해고무효 소송에 임하고 있는 김 아나운서 역시 동료들이 의지박약이라거나 능력부족이라는 MBC측 주장은 폄훼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MBC 측은 지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에서도 이들이 계약 갱신기대권을 주장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2018년 05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계약만료로 회사를 나오게 된 전 MBC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이 모여 MBC측에 '해고 철회'와 근무 평가를 바탕으로 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모습. (미디어스)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지노위와 중노위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심문이 열렸다. 이들은 노동위로부터 MBC측의 계약 해지 통보가 부당해고로 인정받았으나, MBC가 노동위의 원직 복직 명령을 불이행하고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지난 달 해고무효 소송 제기와 함께 근로자지위보전 신청을 법원에 접수하게 됐다.

아나운서들의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법무법인 휴먼)는 이날 심문에서 노동위가 이들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사유들을 언급하며 근로자 지위 보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노동위는 이들에게 '계약갱신 기대권', 즉 계약연장 또는 정규직 전환의 기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채용과정과 업무는 기존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동일했으며 MBC 관계자들이 정규직 전환 기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MBC 경영진의 정규직 전환 방침이 있었으며 이들에 대한 특별채용 절차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류 변호사는 "구 MBC 단체협약에서는 해고 및 징계에 대해 지노위 결정에 즉시 따를 것이라는 규정이 있는데, MBC는 현재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단협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2년 MBC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된 해직언론인 6명은 2014년 자사 단체협약을 근거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을 신청해 승소했다. 당시 MBC 단체협약에는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의 판단이 있는 경우,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더라도 우선적으로 해고와 징계를 무효화 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6년 4개월 만에 체결된 지난 2월 MBC 단체협약에서 해당 조항이 빠졌다.

반면 MBC 측 법률대리인인 박상훈, 홍성, 박건협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채용 당시 이례적으로 많은 아나운서들을 채용한 것은 정규직 전환을 염두하지 않았음을 방증 ▲특별채용 절차는 정규직 전환 기회를 부여한 것 ▲신규채용에 비해 특별채용은 경쟁률 상 유리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는 계약으로 기간제 법상 총 사용시간이 2년으로 정해져 있을 뿐 계약갱신의 사유나 횟수에 대해 법률상 기준은 없음 ▲언론고시 지망생들의 채용기회 박탈 등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 기각을 주장했다.

아울러 MBC 측은 구 단체협약의 효력이 아나운서들에 미치는지에 대한 여부와 관련해 2013년 MBC 단체협약 효력이 사라진 이후의 입사자들로 해당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으로서 비정규직 문제를 파헤치는 MBC가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간제 법의 취지를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가 아닌 적법한 계약만료 기간으로 해석했다. 담당 판사가 지노위·중노위 판정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MBC 측은 "노동위 판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향후 법원 판결이 나온다면 고려해볼 수 있겠으나 법리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채용과 관련해 채용인원 1명을 처음부터 고지했느냐는 질문에는 "전원을 채용하기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라는 건 명백했다"며 "채용인원을 1명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고지는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 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 아나운서 부당해고 무효확인소송' 기자화견을 개최하고 있다. MBC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MBC가 노동위의 원직 복직 명령을 불이행하고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해고무효 소송 제기와 함께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접수하게 됐다. (사진=계약직 아나운서측 제공)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계약직 아나운서 대표인 이선영 아나운서는 MBC측에 "혐오발언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 아나운서는 "(MBC측 법률대리인은) 중노위 준비서면에서 갱신기대권 주장 자체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고 비난했고, 이번에는 김민형 SBS 아나운서를 사례로 들며 저희가 상대적으로 의지가 박약한 것은 아닌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폄훼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아나운서는 "저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어떻게든 생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한 가장이기도 하다. 저희의 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MBC측 법률대리인은 저희 인생을 폄훼하고 있다"며 "저희가 바라는 것은 명예회복과 복직이지만 더 이상 대리인들에게 험악한 표현을 듣고 싶지 않다. (재판부가)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MBC측 주장에 인용된 김민형 아나운서 역시 아나운서들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SBS에 입사한 김 아나운서는 이들과 함께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계약직 아나운서측에 따르면 김 아나운서는 '의지박약', '능력부족'이라는 MBC측 주장에 대해 폄훼 밖에 안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소송 과정에서 동료들의 배려로 입사준비에 전념해 SBS에 입사할 수 있었다는 게 김 아나운서가 전한 입장이다.

MBC측의 이 같은 주장은 심문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MBC측 변호사는 "1년 무직 상태가 채무자(MBC)의 책임인지 의문"이라며 "단지 1년의 무직기간을 이유로 전문직 능력이 있어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이들이 생계의 고통을 주장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양측에 2주의 추가 자료 제출 기간을 부여하고 이후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가처분 신청의 특성상 양측의 추가 자료 제출이 완료되면 빠른 시일내에 재판부의 판결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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