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계약만료로 퇴사하게 된 MBC 전직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주문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서가 공개됐다. 중노위는 서울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에 더해 MBC의 경영방침 등을 추가 이유로 들어 아나운서들의 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판정서를 송달받은 MBC는 중노위의 구제명령 이행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MBC가 판정에 불복할 경우, MBC와 중노위 간 행정소송이 이어진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 달 18일 2016~2017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지난해 5월 계약만료로 퇴사하게 된 전직 MBC 아나운서들의 '부당해고'를 인정, 원직복직을 주문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노위는 앞선 노동위원회 판정에 채용 당시 MBC의 경영방침 등을 추가 이유로 들었다.

2018. 05. 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계약만료로 회사를 나오게 된 전 MBC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이 모여 MBC측에 '해고 철회'와 근무 평가를 바탕으로 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모습.(미디어스)

중노위는 "2016년, 2017년 당시 부서 책임자인 아나운서국장 등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정규직으로 전환이 보장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였다"며 "실제로 이 사건 사용자(MBC)는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평가 후 고용형태를 변경한다는 경영방침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경영방침은 2018년도 특별채용으로 구체화되었다"고 설명했다.

MBC는 이들의 채용시기이던 2016~2017년 아나운서 직무에 대해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영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MBC 경영평가보고서는 전년대비 여성 계약직 증가 원인 중 일부로 "정규직 임용 전 검증을 위하여 아나운서 등 일부 직무를 계약직으로 고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는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정규직 임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명시했다.

MBC의 관련 경영방침은 당시 핵심 경영진의 보고에서도 나타났다. 2017년 7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과 관련해 MBC 계약직 321명에 대한 전환 문제가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당시 MBC 핵심 경영진 중 한 명은 "아나운서 같은 경우, 2년 계약으로 뽑은 다음에 실적을 봐서 다시 사원화시키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중노위는 "아나운서 국장 등의 발언과 경영방침 그리고 특별채용으로 이어지는 전후사정을 고려하면 고용형태 변경에 관한 방침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되었음을 짐작케 한다"며 "이 사건 근로들로서는 정규직 전환방침 전달자들의 지위에 비추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충분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이들 아나운서들에 대해 MBC가 실시한 특별채용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도 근거를 보강했다. 중노위 판정에 따르면 MBC는 2018년 4월 3일 특별채용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절차는 2018년 3월 13일자 이메일로 '3월 18일에 평가를 실시한다'고 통보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채용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채용절차가 시작됐다.

MBC는 전체적인 전형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각 단계별 시험마다 전형의 내용과 일정 등을 대상자에게 이메일로 통보하고, 참석하지 않는 경우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해당 특별채용 절차는 MBC의 인사규정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MBC 인사규정상 특별채용 대상자는 '근무성적이 우수한 자'이다. 그러나 MBC는 이들 아나운서들에 대한 근무성적 평가를 하지 않은 채 이들 모두를 특별채용 대상자로 선정, 특별전형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은 약간의 방식과 일정에서만 차이를 보일 뿐 신규채용과 유사하다"는 게 중노위의 판단이다. MBC에 갱신 거절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MBC는 노동위원회 구제명령에 대한 이행 여부를 두고 논의중에 있다. 만약 중노위 판정에 불복할 경우, MBC는 이들 아나운서 전원을 복직시킨 상태에서 혹은 구제명령을 불이행하고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태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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