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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 뛰는 방통심의위 위원, 차단 방법 없을까현재는 위원 추천 과정 비공개…전문성 부족·문제적 인사 추천 받아도 막을 길 없어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3.14 08:49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5·18 망언’ 심의정보를 유출한 이상로 위원의 자진사퇴 권고안을 결의한 것을 두고 “합리적인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통령과 정당이 특정 위원을 추천하는 이유·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적절하지 않은 인사가 뽑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상로 방통심의위 위원은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뉴스타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5·18 망언 유튜브 영상을 심의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민원인임을 공개했다. (관련기사 ▶ 이상로 "5·18 망언 심의정보, 내가 다 알려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원인 공개는 금지된 사항이지만 이상로 위원은 “국민에게 알려줘야 할 당연한 의무”, “심의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11일 전체회의에서 “이상로 위원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공적 지위에 하자가 있다”면서 ‘자진사퇴 권고안’을 결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상로 위원이 심의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상로 위원은 지난해 4월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지만원 씨의 게시글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제가 북한군이 왔을 것이라고 추론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방통심의위가 JTBC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문제없음’ 결정을 내리자 이상로 위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6개월간 정치심의를 해왔다”, “심의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상로 위원은 방통심의위에 들어오기 전 '태블릿PC 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을 지내며 'JTBC 태블릿PC 보도 조작설'을 주장해왔다. 당시 위원들의 항의가 있었고, 이상로 위원은 "생각이 짧았다.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개사과를 했다. 선수인지 심판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다. 

방통심의위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추천 위원 3인, 국회의장 추천 위원 3인, 국회 과방위 추천 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정당 추천 몫 중에서 여당과 야당이 각각 3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다.

문제는 대통령이나 정당이 결격사유가 있는 인사를 추천하거나, 위원 임기 도중 부적절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특별한 제동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각 정당의 위원 추천 방식이 공개되지 않으며, 정당에서 추천한 인사가 타의에 의해 낙마한 사례도 없다. 위원에 위촉된 후에도 방송·통신 심의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장기간 심신장애·법률에 따른 직무상의 의무 위반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면직되지 않는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를 3기 방통심의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박효종 명예교수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정치쇄신 특별위원으로 활동했고, 201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간사를 지낸 이력이 있었다. 당시 야당은 크게 반발했지만 박효종 위원장은 3기 방통심의위 위원장에 임명됐다.

2기 방통심의위의 엄광석 전 위원(한나라당 추천 인사)은 2011년 8월 현직 심의위원 신분으로 인천의 한 식당에서 지역주민 19명에게 박근혜 지지 모임 가입을 유도하며 식사를 제공한 바 있다. 법원은 엄광석 씨에게 8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방통심의위 위원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권혁부 전 부위원장은 현직 부위원장 신분으로 KBS 사장 공모에 나섰다.

이에 대해 “처음부터 추천권자들이 합리적인 인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현재 국회에서 방통심의위 위원을 추천할 때는 물밑 교섭을 한다"면서 "그 절차를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 위원 추천권을 정당에 맡긴 것에 대한 의미는 각 정당끼리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상의를 하라는 뜻”이라면서 “하지만 현재는 자신들이 위원 임명권을 확보한 것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이상로 위원의 경우 추천 당시부터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문제를 수렴할 수 있는 경로가 없었다”면서 “합리적인 위원 추천을 위해 국회 스스로 투명하게 절차를 마련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로 위원 자진 사퇴 권고’ 결의안에 대해선 “이상로 위원을 추천한 기관인 국회 과방위에 책임이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특별위원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위원을 추천하는 기관에서 제발 전문적인 인사를 추천했으면 한다”면서 “심의 전문가가 방통심의위 위원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전문성이 낮아서 개인의 주관이 심의에 반영되는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성옥 교수는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내용규제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걸맞은 전문적인 인사가 와야 한다”고 밝혔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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