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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열어젖힌 호러의 시대, ‘손 the guest’의 빛나는 성취는 어떻게 가능했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11.02 15:14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문구야말로 11월 1일 막을 내린 <손 The guest>에 가장 어울리는 평가가 아닐까. <손 The guest>는 1회 1.575%로 시작하여 16회 자체 최고 시청률 4.073%로 마무리 지었다. 4%란 수치로만 보자면 이젠 케이블도 10%, 15%를 오르내리는 시절에 높다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르 드라마 위주의 OCN, 그중에서도 새로이 편성된 수목 밤 11시에, 도저히 무서워서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던 엑소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호기롭게 풀어내어 도달한 성취로 보자면 장르물의 '도깨비' 급이라 하면 좀 과장일까. 

하지만 시청률이 무색하게, 매 회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등장인물 혹은 등장인물과 관련된 단어가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건 여사가 된 '화제성'으로 보면 꼭 과장은 아닌 듯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벌써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내리는 <손 the guest>,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호러, 그 화려한 서막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손 the guest>의 성취를 논하기 위해 우선 이 드라마와 나란히 호러 장르에 도전장을 낸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올 여름 호기롭게 호러에 도전한 드라마들이 있었다. KBS2는 월화수목에 야심차게 호러 장르물을 편성했다. 10월 2일 종영한 <러블리 호러블리>와 10월 31일 종영한 <오늘의 탐정>이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두 드라마 모두 낮은 시청률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시청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 두 드라마는 아직 KBS의 장르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손 the guest>가 보여준 축적된 장르물의 성과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 김홍선 감독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일찍이 2007년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2>를 시작으로 <조선추리활극 정약용(2009)>, <야차(2010)>, <무사 백동수(2011)>, <히어로(2012)>, <라이어 게임(2014)>, <피리부는 사나이(2016)>, <보이스 1(2017)>에서 이제 2018년 <손 the guest>까지 작품이 곧 우리 장르물의 ‘역사’가 된 김홍선 감독. 그가 그간 꾸준히 쌓아온 장르물의 성과가 <손 the guest>를 통해 화려하게 빛을 발한다. 

'김홍선'이라는 장르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이미 <도시괴담 데자뷰>,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히어로> 등을 통해 호러적 영역을 꾸준한 시도해오던 김 감독은, 그가 연출했던 장르물의 축적된 성과를 <손 the guest>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이 찬사는 어쩌면 <손 the guest>에만 쓰기엔 무색할지도 모른다. 

이미 <무사 백동수>를 통해 거친 남성적 액션, <라이어 게임>을 통해서 리얼리티가 된 게임의 세계, 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에서는 도심 테러와 그에 대응한 위기 협상을, <보이스1>에서는 112센터를 중심으로 한 소리 추격 스릴러처럼, 어찌 보면 <손 the guest>의 엑소시즘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장르물의 새로운 영역을 꾸준히 개척했던 김홍선 감독이기에 당연한 것이 되었다. 늘 그의 팬들은 <라이어 게임>에서도 제발 시즌2를, 그리고 <보이스 1>에서도 당연히 <보이스 2>를 '고소원'했지만, 김 감독은 그런 애청자들의 간청을 즈려 밟고 좀 더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장르물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인도했고, 그 결과물로 이제 우리는 <손 the guest>를 만나게 되었다.  

즉 <손 the guest>는 새로운 장르이지만, 김홍선이라는 장르의 여정 속에서 만난 한 작품이며, 앞으로 더 무시무시한 그 무엇으로 인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바로 <손 the guest>의 성취 그 제 1요인이다. 이런 김홍선 감독의 내공을 <러블리 호러블리>나 <오늘의 탐정>이 어찌 넘볼 수 있었겠는가. 

그런 김홍선 감독이 있었기에, <안투라지(2016)>의 서재원 작가가 역전 만루홈런을 날릴 수 있었고, 김동욱‧김재욱 그리고 정은채가 자신의 몸에 맞는 캐릭터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즉, <손 the guest>는 서재원 작가를 비롯하여 배우 김동욱, 김재욱, 정은채를 재발견하게 해준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엑소시즘에 대한 알찬 구성과 전개를 통해 전작의 오명을 거뜬히 삼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원티드>를 통해 장르물 작가로의 기대주가 되었던 <오늘의 탐정> 한지완 작가의 부진과 비교된다. 

축적된 성과와 부문별 역량의 성공적 결합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마찬가지로 <신과 함께>를 통해 저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를 왜 그동안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없었는가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던 김동욱에게 제대로 찾아와준 기회. 이미 <보이스 1>을 통해 압도적인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김재욱의 앙상블. 거기에 초반 연기력 논란이 무색하게 '길영이 형'이란 애칭으로 사랑받았던 정은채까지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빛난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그런 주인공들에 못지않게 그들에게 기꺼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매회 혼신의 열연을 선보인 박일도에 빙의됐던 출연자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손 the guest>를 화려하게 피어오르도록 했다. 

감독과 배우, 하지만 <손 the guest>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르 드라마를 장르 드라마답게 만드는 데 충분조건이 된 음악·음향과 조명, 미술까지, 아니 어쩌면 출연자들보다 더 장르물다웠던 이들 기술음향팀의 열일이 엑소시즘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우리의 전통신앙인 샤머니즘과 외래의 엑소시즘의 결합을 굿판의 꽹과리와 결합된 OST를 통해 긴장감을 더했고, 붉은 색과 푸른색 등 보색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장르물의 색감을 화려하게 재탄생시켰다. 즉 드라마가 종합예술이지만 장르물의 경우 각 영역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시된다는 점에서, <손 the guest>의 성취는 바로 이런 축적된 성과와 제 역량을 한껏 발휘한 각 영역의 성공적 결합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이다. 

엑소시즘과 샤머니즘, 그 난제의 절묘한 해석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시작은 바다로 간, 아니 바다로부터 온 '손'이었다. 박일도라는 이름을 가진 귀신, 그에 빙의되어 한 세습무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만다. 그로부터 20년, 그 사건으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떠돌게 되어버린 윤화평(김동욱 분)은 박일도를 찾아 떠돌고, 역시나 박일도로 인해 가족이 몰살당하고 사제가 된 최윤(김재욱 분), 그리고 엄마를 잃고 형사가 된 강길영(정은채 분)와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손 박일도로부터 비롯된 샤머니즘은 구마사제의 등장을 통해 엑소시즘과 접신하고, 거기에 형사와의 협업으로 수사물의 형식을 더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드라마는 최윤을 걱정한 윤화평이 박수무당 육광에게 부적을 써서 최윤의 바지 주머니에 끼워 넣고, 마지막 회 구마의식 과정에서 전달된 십자가가 영매가 된 윤화평의 목에 걸려있듯이, 전통의 샤머니즘과 외래의 엑소시즘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빙의된 박일도를 쫓기 위해서는 엑소시즘의 구마의식이 필요하지만, 박일도, 그로 비롯된 악연의 계보는 '전설의 고향' 속 한 장면과도 같다. 즉 외국영화를 통해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장르물의 소재로는 낯선 엑소시즘을 드라마는 전래의 샤머니즘적 요소와 설화와 같은 박일도 집안과 주변 인물을 통해 설득해낸다. 

또한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에서 소외된 왕따 직장인, 계약직 사원 등을 통해 '악의 사회적 근원'을 파헤쳤으며, 나아가 양신부(안내상 분), 박홍주(김혜은 분)를 통해 빙의를 넘어선 '사회적 악'의 존재를 설파했다. 박일도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박일도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를 통해 2018년의 시대적 공기를 담뿍 담아낸다.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그렇게 낯선 엑소시즘 장르를 전통과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오늘에 맞게 재탄생시킨 <손 the guest>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역시나 16작의 호흡은 너무 길었던 것일까? 마치 양신부가 할아버지를 납치(?)하여 요양원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요양원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을 '현혹'하여 빙의자들의 피의 카니발을 벌이는 장면은 마치 할로윈 특집이나, <새벽의 저주>나, <워킹 데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서사적 연결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결국 최후 드러난 박일도의 존재와, 그의 그간 행적을 마지막 회에서 줄줄이 설명할 수밖에 없는 구성의 아쉬운 점도 상찬 속의 티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반전을 위한 카드 때문이었을까, 스스로 십자가를 부정하고, 성경을 부정했으며 악의 오른 팔이 되어 그토록 많은 이들을 제물로 삼았던 신부의 '자유'에 대한 개연성은 어쩐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하지만 그 갸웃해지는 혹은 아쉬워 절레절레했던 서사와 구성상의 단점들이, 물속에서도 서로의 목숨을 걸고 살리기 위해 손을 잡아 애원의 구마를 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손을 놓고 스스로 자신을 죽여 가는 배우들의 열연의 감동 속에 허물어져 버린다. 아쉬운 점을 접은 채 <손 the guest>와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영광의 박수로 보내며 마무리 짓고 싶게 드라마는 시청자를 설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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