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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the guest’, 전통적 정서를 ‘호러’로 되살려 낯선 장르 친숙하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9.14 15:46

<무사 백동수>, <라이어 게임>, <피리부는 사나이>, <보이스>는 김홍선 감독의 전작들이다. 흥행과 상관없이 장르적 특성이 강하며, 새로운 소재라는 점에서 언제나 독보적이었다. 그 김홍선 감독이 <보이스>의 속편 대신 들고 나온 작품은 뜻밖에도 '호러' <손 the guest>다. 이 또한 장르 드라마 영역에서는 새로운 한 발이다. 

엑소시즘, 익숙하지만 낯선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손 the guest>는 '엑소시즘(exorcism)’에 대한 이야기이다. '손'으로 대변되는 절대 악령, 사제 최윤(김재욱 분)의 '구마 의식'을 통해 그 악령에 씐 사람들에게서 귀신을 쫓아낸다. 

이는 지난 2015년 개봉한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과 흡사하다. 영화 속 사제 김 신부(김윤석 분)가 구마 의식을 진행하고, 그의 곁에서 부사제인 최 부제(강동원 분)가 그를 돕는다. 영화에서는 인간의 몸에 들린 귀신을 제거하는 구마 의식을 바티칸이 비공식적이지만 전통적으로 수행해오던 의식으로 그려낸다(실제 2014년 교황청은 비공식적으로 행해지던 장엄 구마 의식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 

드라마 역시 나이든 신부(남윤철 분)과 함께 부사제 최윤(김재욱 분)이 엑소시스트로 나선다. 2016년까지 연달아 제작되고 있는 장르물로서 <엑소시스트>는 우리 관객에게도 익숙한 '엑소시즘' 영화이지만, 2015년 개봉했던 <검은 사제들>은 신선한 시도라는 찬사와 함께,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소재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손님, 그 이방인의 설화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엑소시즘'이라는 소재에 다가가기 위해 드라마는 '손'이라는 전통의 개념을 들여온다. 그리고 그걸 설명하기 위해 1화에서 전통의 '손' 설화를 그려낸다.

바닷가 마을 세습무당의 집안에서 벌어진 제사. 물에 들어간 종진의 몸에 '손', 귀신이 들고, 그 귀신은 아직 세습무를 받지 않은 어린 화평에게 드리운다. 화평으로 인해 죽어간 어머니와 할머니. 굿판 무당의 말을 듣고 아버지는 화평을 죽이려 한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말리며 할아버지는 자신들의 힘으로 어쩌지 못한 '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구마 의식'을 하는 신부를 불러들인다. 

드라마는 귀신, 악령의 호러적 대상을 우리 고유의 '손'으로 치환한다. 드라마에서 막상 수행되는 건 엑소시즘이지만, 그 엑소시즘을 전통적인 설화를 통해 뒷받침해낸 것이다. 박일도라는 사람이 마을에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이 사라지고, 박일도는 스스로 눈을 찔러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악령의 캐릭터 메이킹을 '설화적 형식'으로 전한다. 

이 '손'은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손님>에서 차용된 개념이다. 전통적 공동체에 들어온 이방인의 이름 '손,' the guest. 손은 말이 좋아 손님이지 전통적 공동체에서는 '타자'이다. 그 '배타적'인 전통적 관계의 정서를 영화는 독일의 우화 <피리부는 사나이>를 변용시켜 풀어내고자 했다. 그에 반해 드라마는 말 그대로 이 낯선 이방인을 그대로 '악령'이라는 장르적 존재로 전환시킨다. 

전통적 정서를 호러로 되살려 

OCN 수목 오리지널 <손 the guest>

이는 거슬러 천연두를 '손님'이라 부르던 전래의 네이밍으로 이어진다. 

옛날에는 부모가 셋이었다. 나를 낳아준 부모, 나를 점지해준 삼신제왕님, 손님네를 말한다.  삼신할머니가 곱고 잘생기게 점지해주어도 손님네를 잘못 만나면 곰보나 언청이가 되거나 뱃사공의 일곱째 아들처럼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나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꽤나 무섭고 두려운 신 '손님네'. 정성이 부족하면 앙화를 면하기 어렵고, 그들을 맞이하여 처신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살아있는 한국 신화> 신동흔

‘손’은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질병을 뜻하며, 그 속뜻은 고통을 안겨주고 집안을 망가뜨리는 불청객이란 말이다. 즉, 전통의 손님이란 친숙한 개념에서 '엑소시즘'을 길어오는 방식을 통해 낯선 장르의 친숙하게 하기를 취한다. 

이 방식은 같은 호러 장르를 내세운 KBS2의 <러블리 호러블리>에서도 등장한다. 드라마를 여는 건 '재수가 없다'거나 혹은 '운이 나쁘다'는 주인공들의 처지이다. 거기에 더해 눈이 하나 먼 할아버지 점쟁이가 등장하여 주인공의 도둑질한 사주를 들먹인다. 

KBS 2TV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

드라마 작가인 여자 주인공에게 들리는 환청, 의지와 상관없이 쓰여지는 대본이라는 '초현실적 현상'을 접신의 경지로 설명하고, 두 주인공들의 얽혀드는 운명을 한날한시에 태어난 같은 운명의 사주로 설득한다. 거기에 더해 하나의 뿌리로 얽혀든 나무의 ‘전설'까지 드라마는 현재의 초현실적 현상을 인연 혹은 운명이라는 가장 전통적이고 익숙한 도구를 통해 설명한다. 

이렇게 <러블리 호러블리>, <손 the guest>는 초현실적 장르물인 '호러'의 생소함을 익숙한 전통의 정서, 개념, 설화를 통해 연다. 거기서 <손 the guest>는 박일도라는 설화 속 인물로 부터 비롯된 악연으로 세 주인공 최윤, 윤화평 그리고 강길영(정은채 분)의 비극적 악연을 길어낸다. 자신 때문에 가족을 잃은 어린 영매, 박일도의 희생양이 된 형 때문에 가족을 잃은 화평, 그리고 형사라는 사명감 때문에 들른 화평의 집에서 엄마를 잃게 된 길영이 이제 택시 운전사, 구마 사제 그리고 형사가 되어 박일도가 씌인 또 다른 '손'을 맞닥뜨려 자신의 '업'을 풀어나가는 것이 <손 the guest>의 관전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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