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가 1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새 이사진을 임명했다. 새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을 호선하고 이사진 구성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방송독립시민행동'과의 면담에서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 최기화 전 MBC 기획본부장의 방문진 이사 임명에 자유한국당의 개입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문진 임시이사회 현장에서는 MBC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16일 오전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 대표단은 방통위 회의실에서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만나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의 위법성, 방송의 정치적 독립 저해, 부적격 이사들에 의한 MBC 정상화의 후퇴 우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김도인·최기화 전 MBC 본부장을 차기 방문진 이사로 밀어붙이라는 '오더'를 내렸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효성 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 이 위원장이 사실상 자유한국당의 개입을 시인했다고 규탄했다.

시민행동은 "이효성 위원장은 시민사회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면서, 선임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개입이 있었고 방통위가 결국 이에 굴복했다는 점을 시인했다"며 "특히 이 위원장은 '정치권의 관행, 특정 정당의 행태를 모두 무시할 경우 일어날 파장과 정치적 대립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해 방통위가 법에 명시된 독립된 지위와 역할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돼 결정했음을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개입과 더불어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석진 방통위원에게 김도인, 최기화 이사를 찍어 관철시키라고 지시한 것과, 이를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김석진 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김 원내대표가 압박한 정황 등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8조(신분보장)는 '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민행동이 발표한 면담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성태 원내대표에게는 방통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김도인, 최기화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디어스)

방통위는 이날 오후 3시경 새 방문진 이사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명장을 수여받은 직후 이사들은 이사장 호선을 안건으로 상정한 임시이사회 참석을 위해 여의도 방문진으로 첫 출근했다. 이에 방송독립시민행동과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문진 앞에서 김도인, 최기화 방문진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MBC 본부는 김도인, 최기화 이사에 대해 MBC 재직시절 부당노동행위를 행해 왔다며 이들을 '적폐 인사'로 규정하고 이들이 방문진 이사에 입후보 할 때부터 선임에 반대해왔다.

MBC본부는 방문진에 도착한 김도인, 최기화 이사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며 "MBC를 망가뜨린 주범이 무슨 낯짝으로 이사에 지원했나", "정치권에 어디 줄대서 오나. 방문진에서 해임된 분들이 다시 오는 게 맞나"라고 따져 물었으나 김도인, 최기화 이사는 "이미 노영방송이지 않나.비키시라", "답변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6~7개월 동안 하고 싶은 대로 다하지 않았나. 결과가 어떤가. 이를 다 예전 사람들 탓으로 돌리면 좋아지나"라며 회의장에 입장했다.

김도인(왼쪽)·최기화(오른쪽)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입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과 마주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을 부당노동행위를 한 '적폐 인사'로 규정하고 사퇴를 촉구했다. (미디어스)

시민행동은 이효성 위원장이 정치권의 개입과 이에 따른 정치적 선임을 인정한 만큼 ▲방통위원 총사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대국민사과 ▲방문진 이사 선임 원천 무효 ▲정치권 개입 차단을 위한 방송관계법 개정 등을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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