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가 새로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 중 최기화 전 MBC 기획본부장,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 등 MBC 구성원들이 '적폐 인사'로 규정했던 인물들이 포함돼 방통위원들에 대해 언론시민사회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0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끝내 자기 책무와 권한을 포기했다. 총 9명의 이사 명단에는 시민행동이 부적격 후보자로 의견을 제출한 최기화, 김도인이 포함됐다"며 "시민행동은 방송정상화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방통위의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방통위원들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당장 총사퇴하라"고 규탄했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 7월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행동은 KBS 이사 후보 중 7명, 방문진 이사 후보 중 8명 등 총 15명을 비위, 성평등 침해, 방송공정성 침해 행위 등을 이유로 부적격 후보로 선정했다. ⓒ미디어스

시민행동은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후보 공모가 진행중이던 지난달 23일 15명의 부적격 이사 후보를 선정해 방통위에 제출했다. 당시 시민행동은 심사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선임된 최기화 전 본부장과 김도인 전 본부장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시민행동은 "최기화는 노조 파괴에 혈안이 돼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고,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며 "김도인 역시 국정원의 'MBC 장악 프로젝트'에 따라 진행자 퇴출과 공정방송 무력화를 주도했다. 특정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고 아이템과 취재원 선정에까지 부당 개입해 MBC의 방송편성규약을 수차례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비판했다.

최기화 전 본부장은 과거 보도국장 시절 공정보도 침해를 지적하는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보고서를 찢고, 민실위 간사의 보도국 출입을 막아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최 전 본부장은 현재 이 사건에 의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최 전 본부장을 '편파‧왜곡보도를 자행한' 인물로 꼽고 있다.

김도인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언론노조 MBC본부는 "국정원이 작성한 MBC 장악 문건을 충실히 이행해 김미화, 윤도현 등 블랙리스트 방송인 퇴출에 앞장선 장본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민행동은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공모 방식을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선임 기준과 과정을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묵살한 것은 오늘과 같은 밀실, 담합, 위법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있어 공모 절차를 밟아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시민행동은 방통위의 결정이 이전 관행보다도 오히려 후퇴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번 이사 후보 지원서를 홈페이지 공개용과 내부 논의용으로 나눠 제출 받았다. 두 지원서의 차이는 '추천인란'여부였다. 외부에 공개된 지원서에는 추천인란이 없어 해당 이사가 어느곳의 추천을 받은 사람인지 알 수 없지만, 이를 심사하는 방통위원들에게 전해진 지원서에는 추천인이 명시됐다.

또한 시민행동은 방통위에 이사 검증 기준을 밝히고, 심사 과정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 추천'이라는 관행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해 온 방통위가 방송법과 방문진법 취지에 맞게 이사를 선임하고 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이번 방통위에서도 심사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때문에 접수된 시민의견이 실제 이사 후보 면접과정에서 얼마만큼 반영됐는지, 정치권의 추천은 없었는지 등을 알 수 없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김석진 방통위원에게 최기화 전 본부장, 김도인 전 본부장을 방문진 이사로 "밀어붙이라"는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언론노조 MBC본부를 통해 불거지면서 '밀실' 선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행동은 "오늘 방문진 이사 선임 결과로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현재 방통위는 방송의 독립과 사회적 책무를 수호하고 구현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시민사회가 그토록 요구했던 성평등, 지역성, 다양성 구현도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 권한과 책무를 포기한 방통위원들은 위법한 선임을 당장 원천무효화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또한 시민행동은 방문진 이사 추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위법하게 개입했거나, 개입하려 한다면 해당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법률 위에 군림하고 공영방송 이사회를 자리 나눠먹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려 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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