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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개혁의 적기? 민주당의 이해관계 맞아야이철희 "의석 잃는다면 보상 있어야"…장제원 "개헌·선거제도 패키지로"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7.17 08:47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거대양당이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은 미온적인 태도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을 동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견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 앞에 거대양당이란 벽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6일 오후 3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변화의 시대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가 열렸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공동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가상준 단국대 교수가 사회와 토론을 겸했다. 토론자로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가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기조연설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헌법과 정치제도 개혁의 문제는 가장 절실한 과제"라며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분출되는 새로운 정치제도의 다양한 논의, 그 시발점인 선거제도 개편 토론이 진지하게 이뤄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 왼쪽부터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가상준 단국대 교수,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미디어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절"

강원택 교수는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강 교수는 "개헌 만큼 필요한 게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정은 지방선거 결과 어느 정당도 지금 현재 상황으론 안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선거제도 개정을 논의할 만한 시기"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금년 중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택 교수는 "그 동안 선거제도 개편이 되지 않은 이유는 각 정파가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으로서는 영남에서도 대표성을 확보하고 싶었고, 한나라당계 정당 입장에서는 그 지역을 내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더 이상 이 이해관계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지금 자유한국당이 TK자민련과 같이 특정지역에 제한된 정당 형태로 지지가 나타난다"며 "그런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강원택 교수는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 교수는 "대개 학계나, 김대중 정부 이후 민주당에서도 관심을 갖고 정치권과 언론이 많이 얘기하는 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며 "중앙선관위도 이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으로 하고 권역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을 국회에 권고한 바 있다.

강원택 교수는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 교수는 중앙선관위 안과 관련 "아이디어는 좋은데 비현실적"이라며 "지금 지역구가 253석인데, 중앙선관위 안대로 하려면 지역구 53석을 줄여야 한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역구 의석을 10석 정도 줄이고 지역구, 비례대표 비율을 2대1 정도로 해서 총 360석 정도는 국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는 바른미래당이 당론으로 삼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금권정치',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은 부작용 때문에 지난 1994년 중대선거구제를 폐지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지금 요르단 하원, 인도네시아 상원, 아프가니스탄이 중대선거구제를 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정치가 발전한 나라들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강원택 교수는 중대선거구를 굳이 밀어붙이겠다면 1인 1표제가 아닌 다른 투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순수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는 게 좋다는 생각이지만 워낙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하겠다는 분들이 있어서, 대안을 고민해봤다"며 "아일랜드의 경우 5인 선거구가 많은데 선호하는 후보자를 순서대로 적도록 한다"고 소개했다.

강원택 교수는 "제한투표제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며 "5명을 뽑으면 3~4표를 던지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는 도입이 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도입한다면 지금처럼 1표만 던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철희 "이해관계 맞아야"…장제원 "권력구조 개편과 패키지로"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거대양당 의원들의 입장은 선거제도 개혁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이철희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큰 간극을 보였다. 이 의원은 현실적 이해관계, 장 의원은 권력구조 패키지를 얘기했다.

이철희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공약이었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진정성이 있느냐고 하는데, 공약한 게 어느 날 갑자기 바뀌진 않는다"며 "대통령께서도 여러차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선거제도라는 게 헌법보다 더 바꾸기 어렵다"며 "그 만큼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의원은 "이것이 옳은 것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하면, 제가 아는 정치 상식으론 안 되는 방식"이라며 "약속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바로는 선거제도 개혁은 각 당의, 각 정치행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빼고 수세, 열세에 놓인 사람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수세를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며 "어떻게 하면 이해관계를 맞출거냐는 게 선거제도 개혁의 관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철희 의원은 "만약 소선거구제를 바꿔서 지금보다 의석을 잃는다면 다른 곳에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다른 걸로 절충, 보상이 되는 이해관계 조정이 이뤄져야 선거제도가 바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도 저도 아니라면 국민 여론이 대세가 돼서 압박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장제원 의원은 이철희 의원을 향해 "정당에서 의석과 바꿀 수 있는 게 있느냐"며 "선거제도 개혁 안 한다는 얘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이 '패키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제원 의원은 "1999년에 출판사를 했었는데 21세기 정치전망 책을 낸 적이 있다. 제가 편저자였다"며 "당시 제가 주장한 게 내각제,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제가 30대 초반에 주장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권력은 분점돼야 한다. 대한민국 직업공무원제도라든지 제왕적 대통령제는 다양한 의견수렴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보다 권력구조 개편에 무게중심을 뒀다. 장 의원은 "광장에서 일어나는 민심을 국회로 갖고와서 국회에서 치고받고 녹여서 광장민심을 추스리고 녹여야 하는데, 광장 민심이 번지면 국회가 더 싸우고 광장을 부추기고 있다"며 "결국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해 지금 국회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대선에서 530만 표 차로 대통령이 당선되고, 총선에서 보수진영이 180석 이상을 가져갔는데, 민주통합당이 발목을 잡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되자마자 김한길 전 대표가 광화문 가서 노숙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이 60~70% 지지를 얻고 있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노숙에 단식까지 했다"며 "그 이유는 하나다. 다음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싹쓸이했다.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싫어서였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호남에서 95%"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망하고, 가장 대척점에 있던 사람에게 기대하는 그런 민심인 것"이라며 "현재 야당도 지금의 민심은 아니지만 이 정권이 잘못됐을 때 가장 반대급부가 되는 세력이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메시아를 없애고 대화와 협상으로 녹여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를 하려면 대통령제는 안 된다"며 "저는 순수내각제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원화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권력구조와 패키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의원은 "강원택 교수님 말씀 거의 다 동의하는데 하나 동의 못하는 게 있다"며 "현실인식"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지금 선거제도로 총선하면 243대47인데, 민주당이 왜 선거제도를 바꾸겠나"라며 "지금대로면 개헌저지선 200석도 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왜 바꾸겠느냐"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서는 "바른미래당은 당론이 중대선거구제인데, 이거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하 의원은 "경북 한국당 싹쓸이, 호남 민주당 싹쓸이인데 왜하냐"며 "가능성이 0인데 목매는 정치인은 바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은 "유일하게 가능성 있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며 "저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하 의원은 "그런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민주당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 다른 당 지지율이 좀 올라가야 가능하다"며 "선거제도 개혁은 민주당이 패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절묘하게 모든 정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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