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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랑하는 사이 마지막회- 먹먹했던 모든 순간, 그들이 건넨 위로가 감사하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8.01.31 14:38

먹먹하기만 했던 이야기는 희망을 남겼다. 우린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다. 외면하면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외면은 결코 해법이 아님을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이야기하고 있다. 

한번은 있어도 좋을 기적;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슬픔, 그 지독한 상처를 담담하게 품는 이야기의 힘

강두가 쓰러졌다. 자신의 병을 알리기 위해 찾은 문수 집 앞에서 무너졌다. 그런 강두를 병원에 옮긴 후 힘들어하는 문수는 자신의 간이라고 내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 문수도, 냉정하기만 했던 동생 재영도 답답하기만 했다. 

이식 받을 간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재영은 더는 의사가 아니었다. 오빠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보다 악랄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까지 했다. 오빠가 이렇게 빨리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차마 하지도 못했던 재영은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오빠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혼자 두고 가지 말라던 재영은 잠들고, 그런 동생을 보며 "죽으면 안 되는데"만 되뇌며 우는 강두는 아프기만 했다. 동생 혼자 남길 수 없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문수를 두고 갈 수도 없다. 억울해서 죽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강두는 상만이 이식을 하겠다는 것도 막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상만의 간을 가질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머리를 다쳐 손가락질만 받아왔던 상만. 상만에게 강두는 친형제 이상이다.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재까지 상만에게 강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줘도 좋을 사람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모든 준비를 해서 이식 동의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막은 이는 엄마였다. 

어린 아들을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살아왔던 엄마. 악착같이 버티며 사는 이유도 모자란 아들을 위해서다.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상만을 지킬 수 없다는 불안 때문이다. 그런 아들이 자신의 간을 내주겠다는데 그렇게 하라고 할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상만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던 엄마는 강두를 찾아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해해 달라고 말이다. 그 오랜 시간을 봤으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상만 엄마는 이식을 허락했다. 한번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상만 엄마에게도 강두는 친자식이나 다름없었다. 

너무 순수한 그래서 강두에게 간을 나누고 싶어 한 상만. 마리도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간이라도 내주고 싶은 마리에게도 강두는 가족이다. 자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 자신의 곁을 지켜줬던 강두는 가족 그 이상이다. 평생 자신이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았던 강두는 그렇게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살아왔다. 

"자존심도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 상만의 간을 받을 수 없다는 오빠에게 "그깟 자존심 버리면 어때"라며 이식 수술을 요구하는 재영에게 건넨 말은 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이었다. 사고로 가족은 붕괴되었다. 사망한 아버지는 철근을 빼돌린 파렴치범으로 오해 받아야 했고, 어머니는 그렇게 먼저 아버지 곁으로 떠났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어린 강두는 재영을 위해 돈을 빌렸다. 그렇게 지독하게 버티며 살아왔던 강두는 자존심 하나를 내세워 버텼다. 사고 후 배운 것도 없이 오직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버텨왔던 강두에게는 그렇게 자신의 곁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가족 그 이상의 존재들이었다.    

"불편하니까, 시간이 지났으니까, 보상금을 받았으니까, 그렇게 잊기 시작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같은 일이 반복되죠"

추모비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겼다. 과거 붕괴된 잔재들을 추모비로 세우겠다는 제안에 유진은 거부감이 들었다. 그건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수는 그런 유진에게 말한다. 그저 잊으면 그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잊기 위해 노력만 하니 자꾸 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에 담겨 있다. 우리가 그 상처에서 도망만 치다보니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저 사고 자체를 떠올리는 것이 불편하니까 잊자고 주장한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그만이라거나 보상금 받았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주장은 결국 무한반복하듯 재앙을 키워내는 일일 뿐이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사는 것은 너의 욕심이 아닌 우리의 욕심이야. 곁에 살아있어 주기 바라는 우리의 욕심이야. 너에게는 선택권이 없어. 넌 힘들어도 살아야 돼"

상만의 간을 이식 받기 힘겨워하는 강두에게 한 문수의 말은 모든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강두. 그래서 자신의 삶조차도 그렇게 망설이는 강두를 향해 생존은 너의 욕심이 아닌 아끼는 모든 이들의 욕심이라는 말은 든든함으로 다가왔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이어질 듯했던 강두의 수술은 불가해졌다. 적합했던 상만은 간만 정상일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문수와 마지막일 수도 있는 하룻밤을 보낸 강두는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여인숙 옥상에 앉았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곳에서 문수의 품에 안겨 쓰러진 강두.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설마는 그저 설마였다. 그렇게 억울하게 강두를 보내서는 안 되었으니 말이다. 재영이 간절하게 말했듯, 강두에게도 이제는 그 기적이라는 것이 찾아오기를 말이다. 긴급하게 간 이식이 가능해진 강두는 살아났다. 물론 그 기적은 누군가의 불행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강두 수술을 전후해 모든 이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문수 엄마는 스스로 치료를 받기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았다. 10년 동안 이혼을 거부했지만 이혼을 결정한 후 내린 변화였다. 문수 아버지는 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아이를 잃은 후 작은 국수집에서 그 지독한 고통을 감내하기만 했던 문수 아버지는 다시 일상을 찾았다. 딸 문수에게 휴게소 음식 사진을 함께 찍어 보내며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모습은 문수에게도 너무 오랜만이었다. 유택은 이사에서 밀려났고, 그 일로 인해 아내와 이혼을 준비 중이다. 유진은 청유건설을 이끄는 새로운 인물이 되었고, 주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했다. 

이혼 이야기가 나온 후 유택은 마리를 찾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유택이 안착하고 싶었던 것은 마리였다. 술집 여자가 아닌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재영은 1년이라는 약속을 하고 마마가 운영하던 곳에서 임시 의원을 열었다. 그렇게 소외 받은 이들을 치료해주는 재영은 영원히 그 작은 곳에서 의술을 펼칠까?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강두에게도 목표가 생겼다. 감리사가 되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참 쉽지 않다.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강두에게 모든 것은 행복이다. 재난 속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사람들. 그 생존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 근원적은 질문을 던졌다. 

그저 재난 속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행복해져야 한다"는 극중 이야기처럼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의 힘은 그래서 너무 강렬하다. 

담담하게 먹먹함을 선사했던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이준호 원진아라는 보석을 발굴했다. 유보라 작가라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 따뜻한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담아낸 김진원 피디의 연출 역시 탁월했다. 물론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채워줬다는 것도 완성도를 높인 이유가 되었다.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어 완성한 보석과 같은 작품이었다.

시청률로 절대 평가할 수 없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힘은 드라마가 끝난 후 더욱 강렬하게 남겨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막장 요소도 극단적인 설정과 자극이 넘실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가 통할 수 있음을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차분하게 잘 보여주었다. 사랑해서 다행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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