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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랑하는 사이 4회- 이준호 원진아 잃은 기억, 그냥 사랑에 물들기 시작했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7.12.20 09:57

사고가 크면 당사자는 그 기억을 잊고 싶어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로 기억을 가둬버리는 일은 이상하지 않다. 문수 역시 다르지 않다. 사지에서 겨우 살아난 어린 문수는 그렇게 자신의 기억을 묻어버렸다. 그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둔 기억을 강두는 바라보고만 있다. 

남겨진 자들의 고통;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두와 문수, 서로에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강두는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 오른쪽 다리의 통증은 그나마 약으로 달랠 수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환각과 환청은 제어가 되지 않는다. 무너진 쇼핑몰. 그 안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던 강두는 문수를 만났다. 어두운 공간에서 그녀를 인도하기 위해 '불독맨션' 노래로 안내를 했던 강두였다. 

다리를 다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강두는 불안한 건물 더미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렇게 문수는 구조되었지만, 추가 붕괴로 인해 강두는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사람만이 아니라 한 명이 더 있었다. 문수만이 아니라 강두도 자신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누군가는 방치되고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문수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강제로 그 기억을 가둬버렸다. 더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을 잊기 위한 자기방어기제의 작동이었다. 문수가 그나마 이렇게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힘은 결국 망각이었다. 하지만 강두는 달랐다. 좀처럼 잊을 수 없는 그 기억으로 인해 약이 아니면 하루도 버틸 수가 없다. 

망가진 몸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그런 행동이 자신을 버티게 하는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먼저 구조된 문수, 그리고 자신과 달리 버려진 그 누군가의 기억들은 강두를 괴롭히기만 했다. 그렇게 우연과 같은 필연으로 강두는 문수를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문수 아버지가 하는 국수집에서 강두는 확신했다. 사진 속 그 어린 소녀가 자신과 함께 건물붕괴 현장에서 갇혀 있던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불독맨션'을 모르냐고 물었다. 하지만 문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강두는 그게 괘씸하면서도 부러웠다. 아픈 기억을 망각할 수 있는 것 역시 축복이니 말이다. 

문수는 강두가 싫었다. 거칠고 아무 말이나 막하는 이 남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진다. 왜? 라는 단어가 강두만 만나게 되면 떠오른다. 그 기억의 시작이 붕괴 현장에서부터라는 사실을 문수는 아직 알지 못했다. 

기억을 봉인했다고 해도 강두에 대한 기억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뭔지 알 수 없는 그 끌림은 결국 과거의 기억에서 시작된 상호 작용의 하나였을 뿐이다. 이상하게 신경 쓰이는 이 남자의 두서없는 말은 의미가 있었다. 두서없이 다가온 이유는 문수가 기억의 한 부분을 봉인했기 때문에 생기는 단절일 뿐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주원은 왜 문수에게 끌렸을까? 그 이유는 없다. 정확한 문제를 지적하는 그 여자가 궁금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문수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 순수하게 100%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그의 곁에 유진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사랑했던 유진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도주하듯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 집안과는 악연으로 점철되었다. 아버지는 억울하게 죽어야 했고, 어머니는 그 집안에 들어가 버티며 주원을 공부시켰다. 그렇게 둘 사이는 더는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그렇다고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진은 뒤늦게 돌아와 주원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만천하에 둘의 관계를 드러내고 사귈 수도 없다. 그저 자신만 좋은 비밀 연애를 이어가기 원하는 유진과 달리, 공개할 수 없는 연애는 무의미하다며 선을 긋는 주원. 그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강두가 있다. 강두는 주원과 통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두 사람 모두 쇼핑몰 붕괴 사고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다. 강두 아버지는 노동자였고, 주원 아버지는 쇼핑몰 설계자였다. 유진의 아버지는 건설사 회장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쇼핑몰 붕괴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다.  

거친 강두가 싫었던 유진은 그의 아버지가 과거 쇼핑몰 붕괴 사고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고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두와 주원이 뭔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강두 아버지가 희생자라는 사실을 주원은 알지 못한다. 

주원도 뒤늦게 문수가 희생자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업을 하다 잠들었던 문수의 책상에 희생자 가족 리스트를 보며 깨달았다. 과거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희생자 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명단 속에 문수와 비슷한 이름. 그걸 보며 주원은 그녀가 희생자 가족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능력 이상의 자리에 올라 항상 불안하고 힘겹기만 한 유택은 마리에게 집착한다. 사랑 없는 결혼은 거래였고,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술집 마담인 마리가 전부다. 그녀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유택 역시 또 다른 의미의 희생자일 뿐이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천박한 자본주의에 물든 유택에게는 불안만 존재할 뿐이다. 능력도 없이 이사 자리에 올라 동생을 견제해야 하는 그에게 돈으로 갑질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으니 말이다. 매입이 완료되지 않은 땅 주인은 약장수 할머니일 가능성이 높다. 그녀가 강두 곁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그 땅과 함께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수는 강두로 인해 '사과 요정'에 '프로 질문러'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다는 여인숙까지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여인숙 옥상은 입구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그곳에서 강두가 읽는 너무 뻔해서 더 특별한 무협지를 읽는 모습 속에 행복이 느껴졌다. 

뻔하고 단순한 무협지를 좋아하는 강두는 세상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명확하게 권선징악이 이뤄지는 무협지는 단순해도 좋았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잘못을 해도 벌도 받지 않고 피해자는 영원히 피해자로 남겨질 수밖에 없는 사실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문수는 그동안 연애다운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주원에게서 가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유진과 만나는 모습을 보고 피할 정도로 문수에게 주원은 특별한 남자로 새겨지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주원과 전혀 다른 강두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왜 일까? 그저 부족하기 때문에 모성 본능이 작동했기 때문일까? 절대 그런 일은 없다. 기본적인 호감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모성 본능이 발동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문수가 강두에게 끌리는 것은 숙명과 같다. 

궁금증이 생기고 그의 삶에 조금씩 녹아 들어가는 것은 노력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행위일 뿐이다. 그게 사랑이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삶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남자, 거칠고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강두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사랑이다.  

그게 사랑인지 명확하지 않고, 과거의 기억마저 봉인된 상태에서도 문수는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스를 수 없는 지독한 사랑은 그렇게 조금씩 봉인된 문수의 기억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소리 놓여 노래를 부르며 문수의 기억을 되찾고 싶어 했던 강두와 달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래를 흥얼거리는 문수.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그들은 그냥 그렇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강두와 문수는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그날의 진실을 찾고 싶은 주원과 아버지 회사이자 자신 집안을 지키기 위한 유진은 과연 원하는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채 불안해하는 유택은 마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까? 사랑은 그냥 하는 것이라는 이 드라마는 그렇게 본격적인 감정의 흐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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