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표이사 회장 황창규)의 IPTV와 KT스카이라이프(대표이사 사장 이남기)의 위성방송을 합산해 규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KT스카이라이프가 국회에 ‘절충안’을 제시했다. KT와 스카이라이프를 특수관계자로 묶되 점유율 규제를 2분의 1로 하거나 위성단품 서비스는 규제에서 예외로 두거나, 사후규제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모회사인 KT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한 안도 있고, 스카이라이프 처지로 보면 ‘구제안’에 가까운 안도 있다. 경쟁사업자들은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지난주 KT스카이라이프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전해진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합산규제 법안 관련 절충안’을 보면, KT는 △(1안) 점유율 규제 기준을 현행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완화하고 △(2안) 3분의 1로 유지하되 위성방송 단품을 합산하지 않고 △(3안) 3분의 1로 하되 사후규제를 하는 안을 제시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1안을 제시한 이유로 “시장 규제 기준 관련하여 국내외 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례는 일반 기준인 1/2 이외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상 규제기준은 대부분 3분의 1이나 30%인데, KT 논리에 따르면, 방송법 상 규제는 대부분 위헌법률인 셈이다.

2분의 1을 내세우는 이유는 또 있다. 점유율 규제 기준을 3분의 1로 했을 경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시청자 선택권이 제약된다는 게 KT 논리다. KT는 3분의 1로 기준을 잡으면 CJ헬로비전이나 SK브로드밴드가 씨앤앰을 인수하더라도 3분의 1 상한에 임박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국내 미디어 전반의 기업가치를 하락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뜻을 모은 CJ나 SK까지 반대 논리로 활용한 것이다.

2안 ‘위성단품 합산규제 제외’를 제안한 이유도 황당하다. KT는 “단방향 위성방송은 양방향 케이블TV나 IPTV 서비스와 대체관계가 아니고, 단방향 위성방송은 공적 서비스 성격이 강하며, 나아가 남북통일을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합산규제의 점유율 제한 적용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억지다. KT는 유일하게 위성과 IPTV 두 가지 유료방송 플랫폼을 소유하고 이 플랫폼을 바탕으로 유료방송 사업을 하고 있다. 더구나 경쟁사업자들은 ‘유선방송이 들어가지 못하는 오지’에 대한 부분은 합산규제에서 예외조항을 두는 방향까지 용인하겠다는 입장인데, KT는 한술 더 떠 위성방송은 합산도 규제도 하지 말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3안 ‘사후규제’ 논리 또한 황당하다. KT는 “시장점유율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경우 상한 기준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기업의 영업 자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KT는 “선진국에서는 기존 방송의 수직규제에서 수평규제로 전환과 함께, 경직적인 사전 진입 및 점유율 규제를 최소화하고 금지행위 등 개별적·사후적 규제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점유율 규제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합산규제 관련 KT스카이라이프 주장 및 케이블업계 반론. (자료=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KT가 이 같은 내용의 절충안을 국회에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쟁사업자들은 반박자료를 냈다. 17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양휘부)는 △국내 방송법은 다수 조항에서 독점력 규제 기준을 30% 내외로 규정하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30% 규칙을 준용하고 있으며 △KT 주장대로라면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에서 아날로그 케이블을 제외해야 하고 △사후규제 적용은 KT의 점유율 33% 초과를 인정하는 것이라 법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케이블협 김용배 홍보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이 같은 방식으로라도 국회를 움직이려는 것은 위성방송이 합산규제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KT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IPTV 가입자는 크게 늘어났지만 OTS 가입자는 줄었다. KT가 OTS 약정이 끝난 가입자를 올레TV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KT가 국내 유일 위성방송사를 고사시키는 상황을 연출해 합산규제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국회 미방위는 설 연휴가 끝나고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관련 법안을 정리, 의결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합산규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여야는 3년 일몰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KT 입장에서는 3년 일몰제는 손해 볼 게 없다”며 “위성방송만 피해자가 되는 상황에서 국회가 위성방송의 역할에 대해 논의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3년 일몰제를 전제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KT가 점유율 규제로 묶일 3년 동안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 등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연합으로 제4이동통신을 출범시켜 이를 결합상품 판매에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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