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KT규제법’이라고도 불린다. KT는 현재,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과 IPTV를 합산해 시장점유율 28% 언저리를 확보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1/3 점유율(33%)을 금지하고 있어, KT를 직격할 수 있다. 물론, KT만 규제를 받는 건 아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SO 또한 같은 규제를 받게 된다. 그래서 'KT규제법'이라고 명명되기 전에는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법'이라고도 불렸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이 청부입법 규제라는 한국경제

경제지들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가 싫은 것일까, 아니면 KT를 규제하는게 달갑지 않은 것일까. 태도가 심상치 않다. 한국경제는 10일 <“KT 유료방송 손봐달라”는 또 하나의 청부입법>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규제개혁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마당에 국회는 또 거꾸로 가고 있다”며 “합산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는 순간 해당 사업자는 가입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사전적으로 막겠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고 되물었다. 노골적인 불편함의 표출이다. 한국경제는 이어, “특정 사업자를 표적으로 한 규제다. 한마디로 소비자 선택권은 물론 기업의 영업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면서 “이런 법안이 국회에서 버젓이 발의되고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10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또한 “이 법안이 도입되면 위성방송, IPTV를 합쳐 시장점유율이 약 28%인 KT는 시장을 더 확대하고 싶어도 점유율 규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KT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기존 가입자가 탈퇴하기 전까지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오로지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의 탄생이다. 일종의 인종차별적 규제라고 불러야 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제는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대해서도 “이 원칙이 맞다고 해도 시장점유율을 규제하자는 식이라면 이는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사업자도 기존 서비스와 경쟁하는 차별적 서비스 개발에 나설 유인이 없어진다. 일체의 서비스 혁신을 아예 포기하자는 얘기”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한국경제는 앞서 <“유료방송 점유율 33% 넘으면 영업 금지”…정치권 과잉규제 논란> 기사에서도 “KT를 제외한 유료방송 기업들은 합산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급속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경쟁사인 KT가 규제받으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또, “KT가 준비 중인 IPTV 방식의 위성방송인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 등이 상용화되면 KT 가입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KT표적법을 ‘독점규제법’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한국경제의 사설과 기사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KT표적법’으로 보고, 누군가에게 이득이 가는 가에 초점을 맞춰 싸잡아 비난하는 일방적 논리에 섰다. 그러다 보니 “KT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기존 가입자가 탈퇴하기 전까지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는 기업 홍보자료 문구에나 들어갈 문구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차별적 서비스 개발에 나설 유인이 없어진다”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KT를 규제하는 것이 초첨이 아니라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의 원칙에서 논의 된 일종의 ‘독점규제법’이다. 결합상품을 기본으로 한 KT의 ‘저가출혈’ 방식 영업이 유료방송 전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취지가 입법에 포함되어 있다. 저가 상품이 당장에는 소비자에게 이득처럼 보이지만, 이를 통해 특정 사업자가 한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올랐을 때 나타날 폐해가 명약관화하기에 이를 방지하자는 차원이기도 하다.

이를 아는지 모른는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지 한국경제는 ‘사후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독점화된 시장에서 사후규제가 얼마나 무용한 것인지는 경제를 주로 다루는 한국경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회 미방위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간사는 “특정 대기업이 특정 시장에 80%의 점유율 하게 되면 규제기관의 말을 안 듣는다”고 이미 정리한 바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KT표적법’이라고 규정한 한국경제는 그 이유를 “KT를 제외한 유료방송 기업들은 합산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급속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경쟁사인 KT가 규제받으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라고 규정했다. ‘인종차별’이라는 비약적 비유까지 사용했다. 이 대목에 이렇게 되묻고 싶다. 한국경제는 왜 유독 KT만 반대하는 법안을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흡사 KT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기사와 사설까지 쓰며 말이다. 한국경제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청부입법’이라고 썼는데,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해당 사설과 기사는 ‘청부 기사’라고 불러야할런지, 사뭇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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