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T 대리점 앞에는 ‘접시’가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실시간방송과 올레TV의 VOD 서비스를 합친 ‘올레TV스카이라이프’ 홍보물이다. 국회가 합산규제 논의를 본격화한 시기부터다. 그런데 KT의 스카이라이프 홍보효과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관악구 행운동에 있는 KT 직영대리점 앞에 있는 OTS 홍보물. (사진=미디어스)

KT가 30일 발표한 2014년 실적자료를 보면, OTS 가입자 포함 KT의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2013년 1분기 422만8천명에서 2014년 4분기 585만9천명으로 크게 늘었다. OTS도 190만1천명에서 233만2천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합산규제 논의가 활발하던 지난해 3~4분기 실적인데, 3분기 233만4천명이던 OTS 가입자는 233만2천명으로 줄었다. KT 유료방송 가입자가 3분기 563만5천명에서 4분기 585만9천명으로 22만4천명이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 격차를 단순히 ‘2천명 감소’로 볼 수만은 없다.

스카이라이프의 단독 공시자료 분석 결과도 같다. KT가 스카이라이프를 광고한 효과는 아예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라이프가 28일 발표한 2014년 연간 실적자료를 보면, OTS 가입자는 9월 234만1천명에서 12월 233만9천명으로 줄었다. 11월(235만2천명)과 비교하면 1만3천이 빠져나갔다. 1월 225만명, 3월 227만4천명, 6월 230만5천명, 9월 234만1천명, 11월 235만2천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던 가입자가 12월 들어 빠져나간 것.

▲ KT의 유료방송가입가구 현황. (이미지=KT 공시자료)

KT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앞두고 OTS 계약기간이 끝난 가입자에게 올레TV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는 오는 2월 중 KT그룹의 위성방송 가입자와 IPTV 가입자를 합산하고 이를 ‘전체 유료방송가입가구의 3분의 1’이라는 점유율 규제 아래 두는 방향의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법안들은 2013년 발의됐으나, 국회는 이 법안을 2년 가까이 처리하지 않고 있다. 당시 ‘KT가 법안 처리를 지연하면서 공격적으로 OTS와 올레TV를 영업하고 있다’는 게 경쟁사들 주장이었다. 그 동안 KT는 ‘방송=공짜’로 판촉했다.

그러나 최근 법안 처리 시기와 최근 KT의 영업행태를 고려하면 ‘정해진 시간 내 점유율 33%를 넘기지 못하고 합산규제를 적용받게 된 KT가 OTS 가입자를 자사 단독상품이나 휴대전화 결합상품으로 갈아태우려 한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정책팀장은 “KT 입장에서는 합산규제 적용 이전에 어느 쪽으로든 가입자를 정리할 상황에 놓였다”며 “올레TV 가입자가 늘고 OTS 가입자가 줄어들거나 정체 중인 실적 자료는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 용산구 갈월동 KT대리점 모습. (사진=미디어스)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매출 6228억 원에 영업이익 779억 원을 기록할 만큼 KT의 알짜배기 계열사다. 소송 비용 등 일회성 손실이 없었더라면 이익은 천억 원이 넘어갔다. 그러나 이런 실적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 가입자의 55%가 OTS 가입자일 정도로 KT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특히 위성방송은 단방향서비스라 양방향 VOD서비스가 불가능하고, 이동통신사의 결합상품과 경쟁에서도 밀리는 게 사실이다.

KT는 대리점 밖에서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를 홍보하지만, 실제로 대리점에 들어온 고객에게는 올레TV-휴대전화 결합상품을 유도하는 기존 영업행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스카이라이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합산규제 논의를 더 늦추려는 쪽도 스카이라이프다. KT가 스카이라이프 ‘버리기’ 플랜을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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