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이 취임사에서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을 거론하며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이 무죄 판결을 받아도,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다.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직격했다. 서울동부지검은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수사를 주도했다. 

임 검사장은 4일 오전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조사단’의 조사를 받으러 처음 서울동부지검으로 출석하며 늦겨울 한기에 마음이 시리고 발걸음이 무거웠다. 수사구조 개혁이 이뤄질 때, 더욱 시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 검사장은 “주권자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검찰의 권위는 신기루”라며 “우리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 막강한 검찰권을 검찰에 부여한 주권자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이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검사장은 “(검찰에 의해)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되었고, 특정인과 특정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 역시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검찰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고, 정의와 공정을 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학의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사건 등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은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냐”고 반문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재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동부지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를 문제삼아 당시 이규원 검사,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재판에 넘겼다. 최근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임 검사장은 “사실을 직시해야 진단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적절한 처방을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수년간 지켜보았던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고 말했다. 

임 검사장은 “우리는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다.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라며 “국민은, 우리 사회는,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 '잘한 게 더 많다'는 변명이 아니라, 한결같은 법과 원칙, 정의와 공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에게 변명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 검사장은 “늦었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빠른 적기”라면서 “우리 스스로 자초한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밀려들고 있는데,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고 했다. 임 검사장은 “검찰의 변화는, 검찰의 내일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한편 임 지검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석열 정부가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평가가 있지 않았나. 그때보다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지검장은 “한때 존경했던 검찰 선배가 내란수괴로 조사받는 것이 참담한 후배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 검찰이 그때 잘못 평가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검찰이 수술대 위에 놓인 상황이다.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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