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들을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나선 지 1년 8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했다.

경향신문은 “사필귀정”이라며 “이제 검찰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무리한 수사를 누가 지시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검찰 출신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살피느라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27일 경향신문 논설위원 등 전현직 기자 4명의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에 나선 지 1년 8개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53일 만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2021년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 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을 연속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대장동 초기 사업자 이강길 씨의 인터뷰를 근거로 “대출을 알선한 조우형 씨가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약 2년 뒤인 2023년 9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경향신문 기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경향신문 기자들의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면서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 강제수사를 진행해 비판을 사기도 했다.

또 검찰은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한 뉴스타파, 뉴스버스, JTBC, 리포액트 등 다른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강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한상진·봉지욱 기자,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등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부는 “기소의 핵심인 허위 사실을 명확하게 특정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소 3176명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를 실시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로써 대통령실이 "희대의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검찰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던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는 초라한 성적표로 모두 마무리됐다.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28일 입장문을 내어 “사필귀정”이라며 “검찰은 경향신문 기자들이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하려 고의로 허위사실을 보도했고, 거기에는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예단을 갖고 수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사들은 취재한 사실을 근거로 작성되었고, 허위의 의도나 배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예단을 갖고 무리하게 경향신문을 수사한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제 검찰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대선후보 검증 보도를 수사하겠다며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비판언론을 탄압하기 위해 누군가 지시한 하명 수사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수사를 누가 지시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와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공동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가 총체적으로 부당했다는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 출신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살피느라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다. 이 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뜩이나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검찰이 제 발등을 찍은 어리석은 수사”라며 “오로지 검찰 출신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보좌하기 위한 '하명 수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나. 과거 군사독재 시절 '공안 수사'가 정권 유지에 이용된 역사가 어른거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을 비판하면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고 급기야 비상계엄까지 선포했던 윤 전 대통령의 위험한 사고방식에 국가의 최고 수사기관이 부화뇌동한 꼴”이라며 “검찰은 역사적 평가 앞에 떳떳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검찰은 언론이 사실관계를 취재해 합리적으로 의혹을 제기해도, 권력자를 건드린다면 명예훼손으로 수사당할 수 있다는 치명적 선례를 남겼다”면서 “구성원이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고,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초를 겪은 이번 사안은 경향신문은 79년 역사에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앞으로도 사회의 공기로서 주요 공직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보도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