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굴지의 에너지 기업인 호주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동해 영일만 유전 사업에 대해 '가망 없다' 결론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석연찮은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진영 논리로 자해를 할 셈이냐"며 야당 비판에 힘을 쏟았다.

지난 5일 시사IN은 한국석유공사와 지난 2007년부터 영일만 일대 지역인 동해 8광구와 6-1광구를 탐사해 온 '우드사이드'가 2022년 하반기 '철수(exit)'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우드사이드는 2023년 8월 홈페이지에 게시한 반기 보고서에서 "탐사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여 더 이상 가망이 없는 광구를 퇴출시켰다"며 "여기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심해 5광구에서 철수하기로 한 결정과 캐나다, 대한민국, 미얀마 A-6광구에서 공식 철수 활동을 완료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우드사이드는 한국석유공사와의 계약을 통해 확보한 조광권(해저광구에서 해저광물을 탐사·채취 및 취득하는 권리) 지분 50%도 포기했다.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이후 한국석유공사는 컨설팅 회사 '엑트지오'를 분석 용역업체로 선정하고 물리탐사 분석을 맡겼다. 엑트지오가 분석한 자료는 우드사이드가 탐사에 참여했던 시절 생산된 자료라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엑트지오가 우드사이드와 같은 자료를 보고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엑트지오의 판단 근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추가적인 탐사 자료를 엑트지오에 제공했고, 엑트지오는 자체적인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분석을 진행해 이번 결과가 도출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사유에 대해 '자원개발기업과의 합병으로 인한 사업 재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엑트지오가 '1인 컨설팅 회사' 아니냐는 의혹도 논란이다. 뉴스버스는 지난 4일 "엑트지오의 직원이 1명이며 본사 주소지는 가정집"이라고 보도했다. 뉴스버스는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기업 정보를 확인한 결과 엑트지오의 직원 숫자는 1명이고, 연방정부에 보고된 엑트지오의 연 평균 매출은 2만 7,701달러라고 보도했다. 엑트지오의 연 매출은 지난해 540만 달러(약 70억 원)로 대폭 증가했다. 엑트지오는 업종을 '직업훈련과 관련 서비스'라고 당국에 신고했다. 부업종이 '지리 컨설팅'이다.
엑트지오의 직원 1명은 지질학자 빅토르 아브레우 박사다. 회사 주소지는 아브레우 박사의 집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7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일만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뉴스버스는 7일 기사 <'동해 광구' 분석 액트지오, 홈페이지 '컨설팅' 메뉴 급조>에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발표 이후 다운돼 열리지 않았던 액트지오 홈페이지는 6일 다시 오픈됐다"며 "이전 홈페이지에는 없었던 '컨설팅'을 메뉴 맨 앞에 내세워 뉴스버스를 비롯한 한국 언론의 의혹제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해당 홈페이지는 6일 현재 컨설팅 메뉴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7일 예정된 아브레우 박사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급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사IN은 6일 기사 <액트지오, 영국에선 1파운드짜리 회사?>에서 "액트지오가 영국에서 1파운드(약 1750원)로 법인을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시사IN은 엑트지오의 영국 법인 소유주는 르네 종크 에버딘 대학 지질학·지구물리학 명예교수라고 했다. 엑트지오의 영국 법인 사무실은 르네 종크 교수의 자택이다. 르네 종크 교수는 1파운드 주식 1주로 엑트지오 영국 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7일 중앙일보는 사설 <모호한 사업성에 정치 셈법 대상 돼 가는 동해 유전>에서 "야당의 태세 전환에는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계산이 작용했겠지만, 동해 유전 개발과 관련한 석연찮은 의문이 있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당장 불거진 건 동해 유전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을 확인해 준 컨설팅업체 액트지오의 전문성 논란이다.(중략)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며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매장량 탐사가 상업적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흥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의혹에 제대로 불을 붙인 건 이번에 정부가 대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에서 한국석유공사와 2007년부터 15년간 심해 가스전 탐사를 공동 수행했던 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지난해 1월 철수했다는 보도"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사안이 정치적 셈법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제성이나 사업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한 탓이 크다"며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 수준의 가치’라며 장밋빛 전망만을 한 것도 국민에 대한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굴지 업체는 철수, ‘석유 시추’ 국민적 의문부터 풀어야>에서 "이번 탐사는 수심 1000m 안팎의 심해에서 이뤄지는 탓에 시추 한번에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경제성이 담보되려면 매장량이 충분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어설픈 ‘깜짝’ 발표로 아직 가능성 단계인 유전 탐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걱정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 업체와 실무선에만 미뤄둘 게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제기된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글로벌 대기업도 손 뗀 ‘동해 광구’, 하나부터 열까지 의혹투성이>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은 동해 유전 가능성을 공개한 3일 안덕근 장관에게 탐사 시추 진행을 지시했다. 통상이라면 정부 부처 간 검토와 협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발표도 조율한다"며 "하지만 산업부는 대통령실과의 소통 과정이나 액트지오사 관련 자료 공개를 ‘자원안보·영업기밀’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의문투성이 발표를 하고도 주무부처가 함구하고 있으니 갖가지 억측들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이 어떤 판단과 의도로, 누구 조언을 듣고 시추를 결정하고 서둘러 발표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글로벌 대기업이 철수한 사업을 왜 재개하게 됐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관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재명 “영일만 석유, 십중팔구 실패”, 그래서 하지 말자는 건가>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자신의 SNS에 "십중팔구(성공 확률 최대 20%) 실패할 사안이라면서 전액 국민혈세를 투입하는 것도 걱정이고, 주가폭등에 따른 추후 주식투자자 대량손실도 걱정"이라며 "잘 되길 바라지만 참으로 걱정이 많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브리핑에 대해 조롱과 저주에 가까운 말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은 광물 자원 개발을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인식하고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데 우리만 진영 논리로 자해(自害)를 할 셈인가"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모든 자원 개발은 극히 희박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수많은 실패를 거쳐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며 "전문가들도 시추에 많은 투자가 필요해 재정적 부담은 있지만, 자원 개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탐사해볼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처럼 '실패 확률이 십중팔구'라며 비아냥거릴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에서 '우드사이드 철수'와 관련된 관련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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