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발표 하루 전 '민주당이 독재적 발상으로 예산을 삭감해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취지의 SNS 글을 게재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예산 삭감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며 '대왕고래 예산 삭감'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이상휘 위원장의 지역구는 대왕고래 시추가 진행된 경북 포항이다.
"계속 시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대왕고래 실패를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국민의힘은 '대왕고래의 실패가 이재명 대표의 꿈이 아니길 바란다'며 민주당이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우선해 대왕고래 사업을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에는 '정무적 개입'이 있었다.

이상휘 위원장(포항 남구·울릉군)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석유가 나올 수 있다, 가스전이 발견됐다, 지난해였다. 희망을 봤고 미래를 그렸다"며 "이 문제만큼은 다 같은 생각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달랐다. 민주당은 우리들의 꿈을 야멸차게 밟아버렸다"고 썼다. 이상휘 위원장은 "세계가 주목하고 인정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다. 그 첫발이 시추였다"며 "497억 원의 예산은 완전히 없애버렸다. 대한민국의 미래, 그리고 청년의 꿈과 다음세대의 희망을 무시하고 내동댕이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설마 유전이 발견되면 다가올 선거와 민주당의 권력쟁취가 힘들 수 있다는 정략적 계산이 작용했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며 어리석인 판단"이라며 지난해 국회 예산 심사를 언급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작년 12월 민주당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예산을 삭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연하게 눈을 감아주었다"며 "대왕도 날리고 유전도 모른 체 한 것이다. 작금이 국가적 혼란도 민주당의 이러한 독재적 발상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에너지 보국이니 독립이니 그런 찬란한 말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그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뛰어들고 찾아내야 한다"며 "대통령 놀이와 숫자를 앞세운 원시적인 힘과시에 정신이 없는 민주당 여러분께서는 이 점을 깨우치시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 날인 6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언론에 "지난 4일 마무리된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탐사 결과 일부 가스 징후가 있는 걸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산자부 관계자는 "1차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 영향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장관님께서 비유로 든 것 자체가 많이 부각되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대왕고래 매장 가치를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2200조 원)라고 설명했다. 1차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 현안 브리핑이기도 했다. 당시는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씨 관련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던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내란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거대 야당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까지 꺼트리려고 하고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대왕고래 예산 삭감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동해 가스전 시추 예산,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예산도 사실상 전액 삭감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시추를 더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언론에서도 사기극, 희망고문 이렇게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질문에 "글쎄, 한 번 시추했는데 안 됐다는 거 아니겠나"라며 "한 번 시추해 봤는데 바로 나오고 그러면 산유국 안 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같은 날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왕고래 심해 가스전 시추 개발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시추에 나서게 됐다"며 "동해 심해 유전구는 총 7개 구가 있는데, 대왕고래는 그중에 한 군데"라고 했다. 김상훈 의장은 "이번 시추탐사 결과를 사기극이니 뭐니 하는 정치적 공격은 자제하라"며 "정부도 용기를 잃지 않고 나머지 동해 심해 유전구 6개소에 대해 시추탐사 개발계획을 실행해 국민들께 희망을 선사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모든 것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첫 시추 결과를 가지고 사업의 실패를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며 "가장 기대를 걸었던 대왕고래에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향후 탐사에 유용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남은 6개 유망구조에서 4차례의 추가 시추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휘 위원장은 "국가 미래가 걸린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정파적 이익보다 대한민국 국익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며 "앞서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서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예산 497억원 전액 삭감했다. 대왕고래의 실패가 이재명 대표가 바라는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대왕고래의 미몽에 자신들은 물론이고 국민을 가두려고 한다"며 "시추를 더 해봐야 한다고 강변하더니 '문재인 정부서 계획이 수립된 만큼 정치적 공격을 자제하라'며 책임 전가에 나섰다"고 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반성하고 사과하지는 못할망정 정당한 비판을 정치적 공격으로 매도하다니 참담하다. 부산 엑스포 실패 때도 정쟁으로 몰아가더니 조금도 바뀌지 않은 모습이 한심하다"며 "더욱이 대왕고래의 꿈을 붙잡아야 한다니 어이없다. 총선 전 벚꽃 피면 김포가 서울이 된다던 약속은 어떻게 됐나"라고 꼬집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결국 대국민사기극으로 판명 났는데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재판에서는 아직 살아있다"고 촌평했다.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대통령의 치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고 변론 중이다. 김보협 대변인은 "윤석열은 석유·가스 경제성 확인도 전에, 시추 이전 단계부터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희망고문’한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SNS에 "정부가 석유를 채굴한 것이 아니라 바닥난 지지율을 채굴하려다 실패했다는 조롱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며 "그럼에도 여당과 대통령실은 별다른 해명도 없이 후속 시추작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성급한 발표에 대한 사과도 없이 '묻고 더블로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준석 의원은 "대통령의 발표 당시 해외 여러 신용평가사 및 석유개발사가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평가하였고, 프로젝트 분석 회사인 액트지오에 대한 낮은 신뢰성이 꾸준히 지적되었음에도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으로 프로젝트 발표를 강행했다"며 "국가적 사업을 더이상 아니면 말고식 도박판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국정토토가 아니라 국정운영을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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