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임기 1년 동안 KBS를 구했다는 성과를 자랑하는 퇴임사를 남겼다. 박민 사장은 "특히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조성된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에 KBS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당부의 말씀'을 남겼다.
그러나 KBS 보도가 12·3 내란 사태 국면에서 국민을 멀리하고 '탄핵 정쟁' 프레임에 집중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박 사장은 상당 기간을 개인 신분에서 소송 대응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서 KBS 사장으로서 한 일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며 "박장범 앵커(사장 내정자)에게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박민 사장은 9일 임기를 마치면서 KBS 사내 게시판에 이임사를 게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박민 사장은 예정된 퇴임식을 어제(8일) 취소했다.
박민 사장은 "지난 1년 간 KBS가 이뤄낸 성과들은 결코 가벼이 평가할 수 없다"며 "수신료 분리 고지를 포함한 3대 위기 극복, 방만 경영 혁신을 통한 2024년 적자 규모 절반 축소, 미래 비전을 위한 조직개편안 확정과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라고 주장했다.
박민 사장은 "사내외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전례 없는 위기에서 KBS를 구하고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한 성과로 KBS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박민 사장은 "당부의 말씀"이라며 "공영방송 KBS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소명 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기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KBS인은 정확성과 불편부당이란 가치를 어떤 상황에서든 사수해야 한다. KBS인은 특정 정파나 특정 노조,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라 공영방송 KBS인로서 주체적인 입장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민 사장은 "특히 최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조성된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에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민 사장은 "보다 과감한 조직개편과 인식의 전환"을 당부하면서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말이 있는데 너무 많은 당부를 하게 돼 죄송하다. 언제 어디서든 영원한 KBS인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5일과 6일 성명을 내어 KBS의 부실 보도를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4일 KBS 보도에 대해 ▲ 언론·출판의 자유를 금지한 계엄사 포고령에 대해 "실제 실행에 옮기지 않아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의 불법이냐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 인터뷰 배치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내란죄 분석 리포트 없음 ▲특수부대의 국회의장·여야대표 체포조 가동 무보도 등을 지적했다.

5일 KBS 보도에 대해 언론노조 KBS본부는 "핵심은 누가 뭐래도 국방위였다. 증언 하나하나가 계엄 당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주권자인 국민들의 안전이 얼마나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KBS 뉴스는 탄핵 소추안이 7일 본회의 표결이 펼쳐진다며 8년 만에 다시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는 앵커멘트로 뉴스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특히 탄핵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여야의 물밑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멘트를 수차례 방송했다"며 "야당의 총공세, 여당의 탄핵 반대 뉴스를 배치해 마치 탄핵을 앞둔 여야 대치가 핵심으로 보이게 했다. 이처럼 뉴스의 가치평가 수준이 한심한 것을 넘어 구성원 누구도 납득하기 힘든 뉴스 편집을 결정한 보도국 수뇌부에게 KBS뉴스를 맡겨두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민 사장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의철 전 사장을 해임하고 임명한 보궐사장이다. 지난 10월 사장 연임에 도전했지만 '파우치 인터뷰' 논란의 박장범 KBS '뉴스9' 앵커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박민 사장 재임기간 KBS에서는 ▲뉴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물갈이 등 방송장악 ▲윤석열 대통령 특별대담 '용산 방송' ▲수신료 분리고지 방치 ▲'역사저널 그날' 폐지 ▲감사 독립성 훼손 ▲세월호 참사 다규 불방 ▲이승만 미화 다큐 방영 ▲광복절 기미가요 방영 ▲고강도 구조조정 등의 논란이 일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KBS 기자들 "이러다가는 내란 공범…특별취재팀 가동하라"
- KBS 기자들 "특보 시청률, 종편보다 낮아…국민 외면 시작됐다"
- 야권 KBS이사들 "탄핵 정국 속 박장범 취임, 국민의 KBS 외면 부채질"
- 과방위 야당 "'친내란' 류희림·KBS 보도국 간부 경거망동 말라"
- KBS구성원, 10일 일일 총파업…"민주주의·언론자유 심각한 위기"
- 언론노조 KBS본부 "대통령실, 계엄 2시간 전 '계엄 방송' 준비 언질 소문"
- 기자협회 추천 KBS 시청자위원 "'파우치 박'은 프레임, KBS는 피해야"
- "박민, KBS 위기 몰아넣고 '순은 180돈' 공로패?"
- KBS 직능단체 "수신료 통합징수법 환영…경영진, 국민신뢰 제고하라"
- '수신료 통합징수법' 과방위 소위 통과…박장범은 환영할까
- "'용산 교체 통보' 박민, 자리 약속 못받아 비분강개했다더라"
- KBS구성원, '계엄 사전 언질' 의혹 사장·보도국장 고발
- KBS기자협회 "직원 의견 경청? 박장범 가식 참 빨리도 증명돼"
- "KBS기자들, 소수 간부의 뉴스 큐시트에 분노·좌절"
- KBS '뉴스9'에 딱 맞춘 듯한 '내란 선동의 확성기 되지 말라'
- 다시보는 KBS '윤석열 내란·탄핵' 늬우스
- 이상민 "'비상계엄 생방송 예정'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