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가 광복절 당일 KBS가 방영한 ‘이승만 미화’ <기적의 시작>이 협찬고지를 최소 6번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일 보도자료를 내어 “KBS 편성작 <기적의 시작>이 광고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제작지원’이나 ‘제공’ 등의 불법 협찬고지를 했다”며 “3일 방통위에 민원을 내고 엄정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민언련이 지적한 '기적의 시작' 협찬 고지 위반 내용(사진=민언련)
민언련이 지적한 '기적의 시작' 협찬 고지 위반 내용(사진=민언련)

민언련이 지적한 협찬고지 위반 사항은 ▲제공 대한역사문화원 ▲제작지원/자료제공 대한문화역문화원 ▲촬영협조/자료제공 이화장,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음원제공 권혜진 ▲제작지원 프리덤칼리지장학회 ▲제작지원 춘천 통일한마당, 권박사 지구촌TV 등의 자막이다.

민언련은 방송법 시행령 제60조(협찬고지) 2항 1호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항은 ‘정치적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는 협찬고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우파의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청년인재들을 길러내고 시민들을 계몽한다’를 설립 목적으로 하는 프리덤칼리지장학회를 정치적 단체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한역사문화원은 프리덤칼리지장학회 산하조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제공·제작지원’ 자막도 협찬고지 위반 사항으로 지적됐다. 협찬고지 등에 관한 규칙 8조(지상파텔레비전중앙방송사업자) 3항과 6항은 각각 ‘캠페인협찬은 방송프로그램과 방송프로그램 사이에만 고지할 수 있다’ ‘프로그램 종료 시 1회에 한 해 협찬주명을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민언련은 “<기적의 시작>은 프로그램 종료 시 1회에 한하는 협찬고지를 시작 시점에는 제공·제작지원으로, 종료 시점에는 자료제공으로 연달아 고지해 횟수를 어겼고, 수시로 촬영협조와 자료제공을 자막으로 고지해 시청자의 시청 흐름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협찬고지 위반과 관련해 700만 원~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민언련은 “KBS 구성원과 역사·언론·시민단체, 시청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강행된 <기적의 시작>은 영화진흥위원회조차 독립영화로 인정하지 않은 졸작”이라면서 “김동윤 KBS 편성본부장이 부적절한 역사왜곡 장면을 삭제하거나 편집하는 등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며 직접 후반작업에 나섰지만 정작 불법협찬은 걸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KBS 구성원들의 반대 속에 종합편집실에서 '기적의 시작'이 편집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지난달 31일 KBS 구성원들의 반대 속에 종합편집실에서 '기적의 시작'이 편집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는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 속에 <기적의 시작>을 방영했다. 구성원들은 ▲제주 4.3, 3.15부정선거, 4.19 혁명 등의 역사적 사실 왜곡 ▲이승만과 기독교 미화 ▲관객 수 대비 높은 구매 가격 등의 이유를 들어 방영 철회를 요구했다. KBS는 통상 독립영화 구매비용의 두 배인 1000만 원을 들여 <기적의 시작>을 구매했다.

4·3사업위는 “반헌법적 인물이자 4‧3 학살 주역 중 하나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칭송 일색의 작품이고 현대사 전반에 심각한 편향 왜곡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기적의 시작>에 대한 ‘독립영화 신청’을 두 차례 거부했다. 영진위는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로 독립영화 인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민 KBS 사장은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23회계연도 결산’에서 ‘<기적의 시작>에서 법정기념일인 제주 4.3에 대해 좌익이 일으킨 사건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시각을 KBS가 다뤄도 되는 것인가’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법정기념일이더라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달나라에 갔더라도 안 갔다는 시각들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또 박 사장은 ‘건국이 1948년 8월 15일’이라는 <기적의 시작>의 주장에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지금 답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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