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의회민주주의에 심대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간호단체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다.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로 이송돼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폐기된다.
간호법은 의료법상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 별도의 법으로 제정하는 것을 말한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3명을 돌봐야 하는 현실에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두고 “국민을 거부한 것”이라며 재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의 리더십은 찾을 수 없다.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자, 국민의힘 21대 총선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갈등 중재와 합의 처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는다”면서 “오히려 거부권 행사 명분을 쌓기 위해 국민 분열을 선택했다. 국민통합의 길로 가야 할 정치 상황은 극단적 대치의 길로 가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 뜻에 따라 국회에서 재투표에 나서겠다”며 “국민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임 만큼, 흔들리지 않겠다”고 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본인의 약속마저 파기한 민심에 대한 도전이자, 국회의 입법권을 또다시 부정하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취임 1년 만에 전 대통령 박근혜 씨와 같은 거부권 행사의 수를 기록했다"며 "이미 노골적으로 거부권을 예고하는 방송법과 노란봉투법까지 하면 ‘이명박근혜’ 정부의 10년 동안 거부권 수도 집권 전반기에 넘어설 상황이다. 가히 거부권 대통령이라 할 만하다”고 꼬집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독선과 협치 거부 선언에 민심으로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이 본회의 재의마저도 막아선다면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을 파괴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다시 국회에서 간호법을 재추진하겠다.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이날 오후 대표자 회의를 열고 단체행동 수위와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15일 간호협회는 회원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98.6%(10만 3743명)는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적극적인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면허증 반납 운동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64.1%(6만 7408명)이며 ‘1인1정당 가입하기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79.6%(8만 3772명)에 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간호협회를 찾아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1일 간호사 간담회에서 "간호사 업무 개선을 위해 저뿐만 아니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해주도록 원내지도부와 의원님께 간곡한 부탁을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월 24일 간호협회와 국민의힘 정책간담회에서 당시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국민의힘은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간호법이) 입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윤 대통령) 후보가 직접 약속했다. 정책본부장으로서 공식발언"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공식 대선 공약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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