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보건복지부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돌봄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는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복지부가 기존 입장을 뒤바꾼 것이라며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간호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간호사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으며 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직능 단체 의견 수렴과 당정 협의를 거쳐 충분히 숙의한 다음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같은날 CBS 라디오에서 “제대로 된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70년간 유지해 온 의료법 통일체계를 흔드는 법”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1일 공식 페이스북 통해 자문자답 형식의 ‘간호법’ 설명 카드뉴스를 게재했다. 복지부는 ‘정부가 간호법안 통과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묻고 이에 대해 “환자는 간호사 혼자 돌볼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간호법안에 대해 다른 보건의료 직역단체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료·돌봄 직역 간 협업체계가 깨지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가 부족한데, 간호사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자문에 복지부는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 변화에 맞추어 직역 간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간호법안이 아닌 의료법 등 관련 법제 재검토를 통해 가능하다”며 “간호법안은 오히려 돌봄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학력을 고졸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다른 직역에서는 이러한 학력 제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단체가 단 한 차례의 회의조차 거부하고,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든 차별적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2일 성명을 내어 “복지부가 현대 사회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대국민 사기극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적으로 시작했다”고 규탄했다. 간호돌봄시민행동은 “간호법에는 간호사 혼자 환자를 돌본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의료기사가 「의료법」이 아닌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독립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고 의료기사 혼자 환자를 돌본다고 할 수 있나, 간호법안 몇 조 몇 항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냐”라고 따져 물었다.

‘간호법이 돌봄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해 간호돌봄시민행동은 “다른 직역과의 협업을 규정해야 하는 것은 기관을 대상으로 한 법률에서 담아야 한다. 간호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간호법에 담아야 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복지부의 주장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간호돌봄시민행동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학력을 제한한다’는 주장에 대해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자도 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간호조무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며 “심지어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은 간호법에서 처음 신설된 내용이 아니다. 2013년 4월 1일 공포된 규정에서 시작됐으며 10년 동안 복지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왔다”고 반박했다.
간호돌봄시민행동은 “그런데 복지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법안심사에서 ‘간호법 제정에 공감한다’고 했던 말은 어찌할 것인가, 국회에서 4차례나 심의하여 의결하였음에도 의사집단이 반대하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간호돌봄시민행동은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작금의 복지부는 의사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수행했던 공무수행을 부정할 뿐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반헌법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사집단을 대변할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 간호법 관련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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