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발사주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지난해 9월 2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야근을 하며 PC 25대를 포맷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5월 고발사주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들이 증거인멸을 한 사실이 일부 밝혀졌다. 미디어스는 지금까지 드러난 고발사주 관련 증거인멸 행각을 정리했다.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넘겼다는 의혹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손준성 검사. (사진=연합뉴스)
김웅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손준성 검사. (사진=연합뉴스)

김웅, 고발사주 보도 당일 휴대전화 교체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고발사주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2021년 9월 2일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김 의원은 2021년 9월 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6개월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한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1년 9월 10일 김웅 의원의 자택, 차량,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차량 블랙박스는 압수수색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모두 삭제됐다.

일부 언론이 지난 5월 김 의원이 수사기관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잘못 보도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는 명백한 거짓임을 알려드린다. 압수 직후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에게 휴대전화 잠금해제 패턴을 알려줬고, 당시 공수처 수사관은 압수수색 조서에 그 패턴을 그려넣은 사실도 있다"며 "공수처의 거짓말은 수사 대상자가 범죄를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매우 저열한 작태이며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김 의원이 휴대전화 포렌식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으며 공수처에 휴대전화 잠금해제 패턴을 제공했다. 휴대전화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안티포렌식 앱 설치, 대화·통화내역 삭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임홍석 검사는 공수처가 손 검사와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다음 날인 2021년 9월 11일 새벽 1시경 자신의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했다. 안티포렌식 앱은 삭제된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도록 하는 앱이다.

임 검사는 2021년 9월 16일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내역을 삭제했다. 이날은 대검 감찰부가 고발사주 사건을 감찰에서 수사 사안으로 전환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했다고 밝힌 다음날이다.

임 검사는 2021년 9월 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를 받기 전 상관이었던 성상욱 검사(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수사정보2담당관)와의 통화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다. 이후 임 검사는 2021년 9월 21일 안티포렌식 앱을 추가로 설치했다.

손준성 대검찰청 송무부장. (사진=연합뉴스)
손준성 대검찰청 송무부장. (사진=연합뉴스)

아이폰 비밀번호 안 풀고 버티기

손준성 검사와 성상욱 검사는 공수처 수사와 관련해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두 검사는 모두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 현재 포렌식 기술로는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수처는 2021년 9월 10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손 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손 검사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또 공수처는 2021년 9월 28일 압수수색을 통해 성상욱 검사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그러나 성 검사 역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 포렌식이 이뤄지지 못했다.

손 검사는 2021년 12월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부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고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 구속수사를 면한 후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는 손 검사 측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조사 일정 조율을 요청했지만 손 검사 측은 추가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8월 29일 고발사주 재판에서 공수처는 "저희가 계속 피고인(손준성 검사)의 휴대전화, 태블릿 비밀번호 제공 협조를 요청드린 바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그 부분이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이미 재판 과정에 넘어왔기 때문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 저희는 밝힐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휴대폰 잠금해제, 그 비밀번호를 말하는 것이죠"라며 "검사님은 협조해달라고 하셨고, 변호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씀했다. 조서에 남기도록 하겠다"고 했다.

손 검사는 2021년 9월 13일 텔레그램을 탈퇴했다. 고발사주 사건 제보자 조성은 씨가 SBS 뉴스에 출연해 고발장 발송자가 손준성 검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인터뷰한 다음 날이다. 조 씨는 2021년 9월 12일 새벽 기자와 텔레그램 프로필 대조를 통해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이 손 검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검찰청 관련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 관련 사진(연합뉴스)

대검 수정관실, 고발사주 보도 당일 PC 25대 포맷

지난 19일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서 2021년 9월 2일 PC 25대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기 전 임홍석 검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대검 수정관실 검사·수사관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동영상과 사진파일을 확보했다. 이들은 25대 PC에서 하드디스크를 분리해 다른 컴퓨터에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진행했다.

대검 수정관실이 하드디스크 25개를 포맷한 날은 고발사주 사건이 보도된 2021년 9월 2일 오후 8시 16분부터 9시 45분까지다. 대검 수정관실은 2021년 8월 20일 PC 25대를 새 PC로 교체했는데, 10여 일 만에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것이다.

임홍석 검사가 고발사주 사건 이전인 2020년 11월 25일과 2021년 1월 15일에도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2020년 11월 25일은 대검 감찰부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사유 중 하나였던 판사사찰문건 작성 의혹으로 대검 수정관실을 압수수색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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