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서 검언유착 의혹 2라운드가 벌어졌다. 고발사주 고발장이 검언유착 의혹 대응 성격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검언유착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범행 동기를 입증하고 있다. 반면, 손 검사 측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서 이동재 전 기자가 무죄를 받은 사실, 제보자 지 모 씨 진술의 신빙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고발사주 사건은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준성 보냄'이 적힌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정치인,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한 MBC 기자들, 김건희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이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으로 전달된 사건을 말한다.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로 밝혀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동재 녹취록 "□□□한테는 얘기했어"…채널A 기자 "□□□는 한동훈"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서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공수처는 이 전 기자가 한동훈 장관과 유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 취재와 관련해 대화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낭독했다. 이 전 기자는 공수처 검사가 자신의 녹취록을 읽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공수처 검사 : 변호인이 동의한 증거에 대해 제시하겠다. 검찰조사 받으면서 본인(이동재 전 기자) 대화 녹음된 녹음파일을 제시한 듯한데, 읽어드리면...
이동재 전 기자 : 읽지마세요. 제가 볼게요.
재판장 : 읽어보세요.
공수처 검사 : "아, 내가 □□□한테는 얘기했어.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묻는 거야 XX놈이. 그래서 내가 직접 '아니다'라기보다 범정(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하는 게 낫겠다"라고 언급했는데 이게 어떤 얘기냐.
이동재 전 기자 : 내용이 잘못된 게요. 증인으로 나왔는데 피고인 신문하듯 하시니 불쾌한데요. 내용 자체도 저질이라고 보고 이걸 읽는다는 게.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진 후 채널A가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에는 <▶ □□□와의 통화 내용 관련>이라는 소제목이 등장한다. 해당 부분에는 "이 기자는 이 통화에서 취재원을 □□□로 지칭했다. 조사위는 백OO(이동재 전 기자의 후배기자)를 상대로 한 진술조사에서 '이 기자가 A를 □□□라고 부른다', '법조팀원 모두가 □□□라고 하면 A 지칭으로 알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적혀 있다. 백 기자는 2020년 6월 9일 검찰 조사에서 진상조사보고서의 A가 '한동훈 장관', □□□를 이 전 기자가 한 장관을 부르는 별칭이라고 밝혔다.

2020.6.9. 백OO 기자 검찰 진술조서 일부

검사 : 조사위 진상조사보고서를 보면, 피의자는 2020. 3. 10. 오후 4시 18분 이동재와 통화하면서 이동재로부터 현직 검사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상세하게 전해들은 것으로 확인되는데 맞는가요.
백OO 기자 : 그때 이동재가 저에게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한 게 맞습니다.
검사 : 조사위 진상조사보고서에 보면, A라고 익명 처리되어 있는 검찰 관계자는 한동훈 검사장이 맞지요.
백OO 기자 : 네, 한동훈 검사장이 맞습니다.
(중략)
검사 : 이동재는 이 통화에서 취재원을 □□□로 지칭하였다는데, □□□는 무슨 말인가요.
백OO 기자 : 본건 취재 이전부터 한동훈 검사장을 이동재가 불렀던 별명인데, □□□는 '□□□'입니다.
검사 : 피의자는 조사위 조사에서 이동재가 한동훈 검사장을 □□□라고 부르고, 법조팀원 모두가 '□□□'라고 하면 한동훈 검사장 지칭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맞는가요.
백OO 기자 : 네, 맞습니다.

 

"이동재,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전후 한동훈과 메시지·보이스톡"

공수처는 이 전 기자가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전후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한동훈 장관과 연락을 취한 사실도 공개했다. 채널A는 MBC가 검언유착 의혹을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2020년 3월 23일에 인지했고,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는 2020년 3월 31일, 4월 1일 이뤄졌다.

공수처 검사 : 새 전화번호로 3월 27일부터 4월 2일 06시 30분까지 한동훈과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보이스톡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재 전 기자 :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그랬을 수 있을 듯하다.

이 전 기자는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 전 기자는 새 전화번호로 한 장관과 대화했다는 내용이 공개되자 "제가 묻고 싶은 게 변호인이 (증거에)부동의하면, 나도 (증거에) 부동의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건 증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그냥 답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이 전 기자가 "제가 3년 간 거의 소송으로 인간이 파멸되고 힘든데 본질과 관련이 없고 손준성에 대해 물어보면 성실히 답변하겠는데"라고 하자, 재판부는 "피고인과 증인 사이 직접적인 내용은 얼마 없고 배경이나 동기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는 "저를 피고인 신문하듯이 하니 트라우마가 든다"며 "저는 공수처의 피해자이고, (공수처는)여태 사과도 안 하고 있고, 사기꾼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런 말은 자제하시라"라고 제지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진=연합뉴스)

손준성 측 "이동재 무죄·한동훈 불기소"…이동재 "MBC 보도는 공작"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이동재 전 기자가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무죄를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검사 측이 "백OO(이 전 기자의 후배기자)와 증인, 1·2심 무죄 받았다. 한동훈은 불기소 처분됐다"고 말했다.

이동재 전 기자는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이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지OO이 (이 전 기자를 만날 때) MBC 기자를 대동했고, MBC 기자가 몰래촬영을 한 것 같은데 증인은 그런 사실을 언제 알았나"라고 물었다.

이 전 기자는 "이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MBC 보도 일주일 전 채널A 사람 통해서 알았다. 언론사가 사기꾼을 이용해 몰카를 찍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이 "지OO이 다른 언론사 기자를 대동할 것이라고 생각 못하지 않았나"라고 하자, 이 전 기자는 "지OO은 나중에 황희석을 만날 때 JTBC 기자도 대동했다"며 "(지OO이)기자를 많이 안다"고 말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이 "오히려 지OO이 (검언유착 의혹을) 선거에 이용한 것이냐"고 묻자, 이 전 기자는 "네, 최강욱은 페이스북에 올리며 허위사실 유포도 같이 했다"며 "선거운동과 허위사실 유포를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래서 당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고발사주 사건으로 손 검사가 기소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이 "채널A 사건과 이 사건 피고인이 관련성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기자는 "제가 모르는 피고인(손 검사)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발사주라는 건 가당치도 않은 기소라고 생각한다. 김어준의 공작사주"라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자신이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취재윤리 위반도 그 사람들이 (무죄가 나와서)할 말 없으니 그런 소리 하는 것"이라며 "취재윤리를 문제 삼을 거면 KBS, MBC, 한겨레는 문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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