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감사원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의 '대통령실 문자보고'로 감사원 독립성 논란이 한창이다. 국무위원도 아닌 유 사무총장의 국무회의 참석부터 배제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조선일보는 유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서면조사를 주도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유 총장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사원은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헌법기관"이라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유 총장이 '무식한 소리'라고 지목한 것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 의결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한겨레 [단독] 보도다. 윤 대통령은 6일 "문자가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국정기획수석실은 부처나 기관 관련 보도가 나오면 늘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정치적으로 해석할 만한 어떤 대목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7일 상당수 주요종합일간지는 유 총장의 문자보고와 관련한 사설을 통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 정권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독립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더욱 주의해야 하는 감사원이 본분을 벗어난 행태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감사원 실세의 ‘용산 직보 문자’ 들통, “독립기관” 어찌 믿나>에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아야 그나마 논란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인데, 대통령실과 감사원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동아일보는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 전 정부에서 임명된 수장이 있는 기관 ▲신재생에너지 사업 ▲코로나19 백신 수급 등의 감사를 진행 중이거나 예정하고 있다며 "하나하나가 정치적 파급력이 큰 민감한 사안들이고 야당은 '표적 감사' '정치 감사'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동아일보는 부처 관련 보도가 나오면 늘 확인절차를 거친다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대통령실이 감사원에 확인을 한 보도가 여러 개라는 취지로 들린다"면서 "감사원에 대한 기사는 주로 감사의 내용과 절차, 즉 감사의 실체에 관한 것이다. 그 진위를 대통령실이 묻고 감사원이 답하는 것 자체가 감사원의 독립성에 반하는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유 총장의 국무회의 배제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유 총장은 국무위원도 아니면서 국무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문제의 문자도 국무회의 시작 전에 보낸 것이라고 한다"면서 "앞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불허한 윤석열 정부가 정작 헌법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사무총장은 참여시키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유 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은 법절차를 뛰어넘는 감사를 수없이 강행하고 있다. 감사원이 '검찰 대신 감사원'이라는 모욕적 비판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언론의 정당한 비판은 '무식한 소리'라고 매도하고 있다. 야당의 거센 퇴진·해임 요구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유병호 문자 논란... 감사원 독립성 믿을 수 있겠나>에서 "감사원이 '정권의 사냥개'(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비판에 휩싸이는 것은 단지 감사원의 체면 문제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쟁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 우리 사회를 지키는 제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사설 <공정성 의심받는 감사원, 독립기관 본분 지켜라>에서 "감사원과 대통령실은 언론 보도에 대한 문의와 설명이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업무보고"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있는 사안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오해를 살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해명자료가 나간다는 사실까지 시시콜콜하게 문자로 보고했는데 다른 사안은 어떻겠는가"라며 "언론의 합리적 비판을 '무식한 소리'라고 폄훼하는 인식수준도 놀랍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사설 <문자 교환한 대통령실과 감사원, 정치적 중립 유념하라>에서 "이런 단순한 일도 협의하는 사이라면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같은 중대 사안은 대통령실과 감사원이 당연히 교감했으리라고 보는 게 상식"이라며 "감사원은 지난 7월에도 최재해 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6일 사설 <감사원 총장의 대통령실 보고 문자, 독립기관 맞나>에서 "이번 문자 파동은 감사원 독립성이 형해화될 위험성을 직시케 한다"며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이날 조선일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를 주도한 유 총장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서면조사를 주도했다는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감사원 주변에선 '문 전 대통령의 서면 조사 통보의 정치적 배경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직접적 배경이자 원인은 유 총장 개인 스타일'이란 말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시사저널은 유 총장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감사원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며 <“고래사냥을 하라” 유병호가 내부 문건서 밝힌 ‘유병호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 총장은 2021년 내부 지시사항을 통해 20페이지 분량의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제시했다.
유 총장은 '고래 사냥', 즉 큰 인물과 큰 사건을 잡으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유 총장은 평소 내부 직원들에게 "송사리·피라미급 사건엔 관심도 갖지 말고 고래를 사냥하라"고 강조한다고 한다. 유 총장은 월성1호기 재감사, 바다이야기, 수리온 보강감사 등을 자신의 업적으로 거론했다. 유 총장은 이 같은 지시사항을 내리게 된 이유에 대해 "여러 번 직을 걸고 망가진 조직을 구해 놓았더니 법문도 해석할 줄 모르고 팀플레이가 뭔지도 모르는 ‘어떤 생명체’가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일 잘하는 줄 착각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동안의 감사 실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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