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정연주 위원장을 비롯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들과 전·현직 사무처 직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당이 방송 프로그램 심의를 문제삼아 민간독립심의기구인 방통심의위 위원과 직원들을 형사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박성중·윤두현·홍석준 등 국민의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대검찰청에 접수한 고발장에서 방통심의위가 MBC와 TBS를 소위 '봐주기 심의' 했다며 형법 제122조(직무유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왼쪽부터)·박성중·홍석준 의원이 7일 오전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발장에 적시된 피고발인은 ▲정연주 위원장 ▲이광복 부위원장(방송심의소위원장) ▲옥시찬 위원 ▲김유진 위원 ▲정민영 위원 ▲윤성옥 위원 ▲성호선 전 방송심의국장 ▲이용수 방송심의국장 ▲그 밖에 이 사건에 관여한 사무처 직원들 등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권이 임명한 위원들이 타겟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통심의위가 2020년 4월 1일 MBC '뉴스데스크' 기사 <[단독] “최경환 측 신라젠에 65억 투자 전해 들어”> 보도를 심의·의결하지 않았고, 2022년 1월 2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의 "표창장 하나로 징역 4년" 발언을 심의·의결하지 않아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정당이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와 관련해 위원과 직원들을 상대로 형사고발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다. 즉 그동안 정치권력이 형식적 차원에서 방통심의위의 독립성을 보장했다는 얘기다. 고발이 불러올 부작용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방통심의위원과 직원들이 정치권력에 의한 고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정연주 위원장 사퇴 압박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못박았다. 또 국민의힘은 선거방송에 대한 편파심의를 주장해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왜곡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방송에 대한 심의는 공직선거법상 국민의힘 등이 참여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돼 수행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7월 정연주 위원장 사퇴 압박을 당론으로 내세운 국민의힘에 "단순히 언론이나 심의에 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방송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던 발언과도 상충한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장악할 의도도 계획도 없다. 그런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언론 자유를 지킨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정연주 위원장은 지난 5일 전체회의에서 "방통심의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하는데, 밖에서 흔들기 때문에 그런 착각이 있을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는다"며 "그동안 위원회에서 어느 편을 들거나, 발언을 하거나, 제어를 한 적 없다. 위원회의 판단력과 독립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연주 위원장은 "TBS 안건이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TBS에 대한 민원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민원이 제기되는 과정을 아울러 생각한다면 왜 이렇게 되는지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보고 그 문제에 더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정치적 목적의 민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방통심의위는 민원인 보호를 위해 누가 심의민원을 접수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