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야당이 부적격으로 판단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을 임명하면서 협치를 내팽겨쳤다는 언론 비판이 모아졌다. 자타공인 윤 대통령의 '오른팔'인 한동훈 장관이 검찰 인사·감찰권을 쥐게 되면서 주요 보수언론에서마저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더불어민주당이 부적격으로 판단한 장관 후보자 중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은 의회"라며 '초당적 협력'만 3번을 언급했던 윤 대통령의 인사 결정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아빠 찬스' 의혹 등으로 부적격 인사 1순위를 다투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성비위 전력에 왜곡된 성인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에 대해 침묵했다. 윤 대통령의 한동훈 장관 임명으로 야당 동의가 필요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은 불투명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장관 해임건의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지난 2020년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론은 우선 윤 대통령이 '협치' 약속을 하루 만에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협치는 여야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지만 기본 전제조건은 집권 여당이 먼저 한발 물러서는 것"이라며 "시정연설 다음 날 야당과의 추가 협상도 없이, 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한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임명을 강행했다. 법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회 존중과 협치를 강조한 다음 날의 일이라 공교롭다"며 "야당에 '말뿐인 의회주의'라고 공격할 빌미를 준 셈"이라고 적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이 한 장관을 '협치의 벽'으로 반대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 장관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분리하자는 민주당을 향해 '야반도주를 벌이느냐'며 공격했다"며 "전날 검사 사직의 변에는 '(문재인 정부의)광기'와 '린치당했다'는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국정 동반자가 되어야 할 야당을 범죄집단으로 넘겨짚고 적개심을 표출한 것은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짚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려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이라며 "당장 추경안부터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협치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한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을 재고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고, 온당한 처사였다"고 했다.

동아일보 5월 18일 사설 <尹, 협치 강조한 다음날 한동훈 임명… 내민 손 거둬들이나>

이어 언론은 한 장관 임명에 따른 '검찰공화국' 우려를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이러니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동아일보는 "검사 출신이 (법무부)장관을 다시 맡게 되는 것도, 장차관이 모두 검사 출신인 것도 박근혜 정부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라며 대통령실 민정·인사·총무라인, 부속실, 법률비서관실, 장·차관급 등에 검찰 인사가 포진됐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를 직접 지휘하지는 않지만 검찰에 대한 인사권과 감찰권을 통해 얼마든지 검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 상설특검 카드로 구체적인 수사 대상까지 정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웠던 한 장관의 영향 아래 있는 검찰 수사는 정치적 중립 시비에도 더 쉽게 휘말릴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복심'이라고 할 만한 그를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할 때부터 말 그대로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비롯해 법제처장, 법무차관에 자신과 인연이 깊은 검찰 출신들을 줄줄이 앉힌 데 이어 한 장관 임명 강행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썼다.

경향신문 이중근 논설위원은 칼럼 <윤 대통령의 '검핵관' 인사, 군인 대통령 인사>에서 윤 대통령의 '검찰 중용' 인사를 5·6 공화국 시절 군인 출신 대통령들의 인사 스타일에 빗댔다. 이 논설위원은 "권력기관의 핵심 포스트에서 윤 대통령의 뜻을 일사불란하게 시전할 체제를 갖췄다. 권력의 중심이 ‘윤핵관’에서 ‘검핵관’으로 옮아간 느낌마저 든다"며 "문제는 한동훈 장관 임명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 등 검찰 인사의 향배는 물을 것도 없다"고 했다.

한 장관이 단행하는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의 전면적인 등장이 점쳐진다. 검찰총장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한 '윤석열 사단'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한 매장 텔레비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논설위원은 "다양성이 필요하고 상호 견제가 필수인 국가 운영과 국가기관 간 관계를 고려하면 검찰 출신들로 국정 컨트롤타워를 꾸리는 것은 위험하다. 그 인사 다양성 결핍의 폐해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씀씀이를 챙길 윤재순 총무비서관의 성비위 의혹은 어제도 새로운 내용이 나왔다. 문재인 정권의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는 진작에 잘렸어야 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 임명을 강행한 만큼 정호영 장관 후보자를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여권은 정 후보자 임명 보류를 일종의 타협 카드로 여기겠지만 문제 후보자를 빨리 정리하지 않고 정치 거래용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로만 비춰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며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한 마당에 정 후보자 논란도 조속히 매듭짓는 게 마땅하다"고 썼다.

반면 조선일보는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한 장관이나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을 발목잡기로 지적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사퇴하면 한 총리 후보자 인준 절차에 들어가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은 한 장관까지 문제삼고 있지만 무리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라며 "한 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사람이다. 윤 대통령도 협치를 감안해 선택한 인사인데 정작 민주당은 인준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정략적 의도"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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