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동아일보가 윤석열 대통령 인사에 대해 '이래도 되나'라고 총평했다.

16일 동아일보는 사설 <외청장에다 문체·복지차관까지 기재부 차지, 이래도 되나>에서 "대통령실의 민정과 인사, 총무 라인의 비서관급 6명 중 5명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진 것 등을 놓고 '검찰 공화국' 우려가 나왔다. 법제처장과 보훈처장도 검사 출신이 임명됐다"며 "이젠 '기재부 전성시대'라는 말이 회자된다. '검찰-기재부 공동 정권'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동아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윤석열 정부 차관급 인사를 거론하며 '기재부 전성시대'라고 지적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조용만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최상대 기재부 2차관 ▲윤태식 관세청장 ▲이종욱 조달청장 ▲한훈 통계청장 등이 기재부 출신이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 총리실, 장차관 등의 핵심 포스트에 기재부 출신이 대거 포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략)문체부와 복지부 차관까지 꿰찬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며 "경제를 비롯한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서 기재부 중심의 관치 논리가 판을 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하다간 민간 경제의 활력을 살리기 위한 규제개혁 작업이 시작도 해보기 전에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같은 날 칼럼 <尹의 공정, 公私 구분 흐릿하면 ‘말짱 도루文’>에서 "양식 있는 국민들은 까놓고 우리 편만 챙긴 문재인 나라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다"면서 "그래서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 윤석열 나라는 확연히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조각(組閣)과 대통령실 인사는 기대 이하"라고 평했다.

박 논설위원은 "동창회나 검찰친목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학연 직연(職緣)에 치우치고, 자신과 가족의 변호인단을 다수 요직에 중용한 건 공사(公私) 구분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더구나 김건희 여사를 ‘남편을 빛나게 할 평강공주’에 빗댄 낯 뜨거운 글을 쓰고 문제 발언이 숱한 사람을 대통령비서관으로 발탁했던 건 그야말로 낯 뜨거운 일이었다"고 질타했다.

동아일보 5월 16일 사설 <외청장에다 문체·복지차관까지 기재부 차지, 이래도 되나>

윤 대통령은 자신과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출신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에 임명했다. 국정원 기조실장에는 서울대 법대·검찰 후배인 조상준 변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조실장은 '국정원 2인자'로 불린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로부터 받은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의 법률 대리인이었고, 조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건희 씨의 변호사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캠프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의혹제기를 법률대응했던 주진우·이원모 전 검사를 대통령실 법률·인사비서관에 임명했다. 장·차관 인사 상당수는 대통령과 동문인 서울대 출신이다.

박 논설위원은 "연고 인사는 대통령의 권력의 사유화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윤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권력 사유화의 그림자가 비친 건 우려할 만하다"면서 "아직은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의 마력에 빠졌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정치를, 대통령이란 자리를, 대통령의 인사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함의(含意)를 너무 쉽게 본 건 아닌가"라고 했다.

김희균 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은 칼럼 <모르는 게 나았을 이야기들>에서 공무원들이 적어도 일반인 수준의 도덕성은 갖춰야 한다며 "그렇지만 언제나 그랬든, 이번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런 기대는 짓밟혔다"고 강조했다.

김희균 사회부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불법이나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주창하는 '공정과 상식'에 맞는지 묻고 싶다"며 "사전 검증을 엉망으로 한 정부 탓에, 국민의 눈높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관 한번 해보겠다고 등판하는 사람들 탓에, 인사청문회는 번번이 국민들 마음을 할퀴고 있다"고 적었다.

김 사회부장은 자진사퇴한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 '아빠 찬스' 의혹을 받는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 등을 겨냥해 "교육 문제에 민감한 우리 사회에서 '자식 잘 키우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무척 슬픈 일"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평범한 국민들 중에 이번 인사청문회 이전에 풀브라이트 장학금이라는 걸 들어본 이는 얼마나 될까"라며 "'아빠 직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스펙을 쌓고 의대에 갈 수 있는 자녀는 얼마나 될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장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겨냥해 "고가의 외제차를 사면서 위장전입을 하면 매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5월 16일 <[오늘과 내일] 모르는 게 나았을 이야기들>

한편, 이날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성비위 사건에 연루된 윤재순 총무비서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을 감싸는 데 급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성비위·간첩조작 비서진 비호, 윤 대통령의 ‘상식’인가>에서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다. 사퇴는 고사하고 검증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대선 기간 내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부르짖은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이다. 자신이 강조한 잣대에 이들이 과연 부합하는지 겸허하게 재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재순 비서관은 검찰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두차례에 걸쳐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02년 등단한 윤 비서관은 그의 시집 곳곳에서 왜곡된 성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하철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16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당시 동료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아 검찰 내부에서 'EDPS'('음담패설'을 영문으로 소리나는대로 쓴 은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시원 비서관은 지난 2012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간첩혐의로 구속기소한 후 공소유지를 맡았다. 1심에서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가 선고되자 국정원은 항소심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물을 검찰에 제시했으며 검찰은 이를 그대로 법정에 제출하고 유 씨를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유 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이 비서관은 증거 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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