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책 출간 소식을 빌려, 중앙일보는 풍수지리·관상 분석을 통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띄우기에 나섰다.
8일 조선일보는 출간을 앞둔 윤 전 총장 관련 책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 내일'(서울문화사, 작가 천준)을 바탕으로 <[단독] “尹, 노무현·박근혜 구속수사 반대… 부친과 朴 유세장 찾기도”>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개월 동안 윤 전 총장에 관한 서적이 4권 출간됐지만 본인과 직·간접적인 교감이 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개월여 동안 '윤석열의 시간', '구수한 윤석열', '윤석열의 진심', '윤석열의 운명' 등의 서적이 출간됐다.
조선일보는 이번 책이 '보수주의자 윤석열'의 면모를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특검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찾았고, 평소 주변에 '나는 원래 보수주의자'라고 말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이 2017년 박근혜 특검 수사팀장으로 있을 당시 불구속을 '핵심 기조'로 갖고 있었다며 천준 작가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도한 본류는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었지 윤 전 총장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윤 전 총장이 불구속 수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한편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올해 초 야권 인사와의 면회에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모두 인물이 아니고 딱 한 사람만 보이는데 당신 눈에는 그게 왜 안 보이냐'며 윤 전 총장을 호명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최 전 부총리가 경제기획원 근무 당시 윤기중 교수를 자문 위원으로 모신 적 있고, 윤 교수는 최 전 부총리 연세대 은사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도내용은 보수야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탄핵의 강' 논쟁과 관련돼 있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게 된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 탄핵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당내 견제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하면서 윤 전 총장을 향해 "박 전 대통령 30년 구형은 너무 과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도 유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30년 구형을 하고, 박 전 대통령이 지금 그런 재판을 받는 게 전부 윤석열 시절 검찰이 했던 일"이라고 했다.
대구 달서구가 지역구인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적폐 수사 행동대장이다. 고해성사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은 "과거 직무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윤 전 총장 본인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TK 지지율에는 '박근혜'라는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윤 전 총장 대구·경북(TK)지역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에 육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박근혜 사면론'이 등장하자 TK지역 지지율이 한 달 사이에 20% 가까이 빠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3월 4주차 조사에서 윤 전 총장 TK 지지율은 56.8%까지 치솟았지만, 4월 4주차 조사에선 39.7%로 하락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KSOI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는 '파평 윤씨' 족보 보도에 이어 윤 전 총장 '관상' 보도를 내놨다. 중앙일보는 지난 6일 <윤석열 조상 묘에 꽂힌 식칼… "풍수 모르는 아마추어 소행">기사에서 풍수지리·관상 전문가라며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의 발언을 실었다.
윤 전 총장 '조부 묘 훼손 사건'은 실제 묘 테러가 발생했는지 진위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사건이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언론보도가 이뤄졌지만 경찰은 내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신고도 없었고, 언론 문의에 묘역을 나가보긴 했지만 테러 정황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묘 고의 훼손을 기정사실화하고 백 교수 분석을 실었다. 백 교수는 "윤 전 총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묘를 훼손한 것으로 보이는데, 풍수지리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백 교수는 윤 전 총장 관상과 조상 묘가 관련있다며 "윤 전 총장 관상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악어상(相)"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악어는 살아있는 동물은 물론 썩은 고기까지 먹어 치워 강물을 정화한다"며 "악어상은 사회 부패, 부조리, 불공정 등을 바로잡을 운명"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악어상에 '귀함'이나 '명예'가 없어 무조건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닌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게 윤 전 총장 조상 묘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윤 전 총장의 관상과 조상 묘의 이런 풍수지리적 형국으로 미루어 볼 때 대권 주자로 나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관상'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럴드경제는 지난 3월 <누가 왕이 될 상? AI 관상가가 본 윤석열·이재명> 기사에서 윤 전 총장 관상은 98% 확률로 '왕의 상'에 가깝다고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했다.
백 교수는 중앙일보에서 '백재권의 관상·풍수' 코너를 연재한 바 있다. 해당 코너는 2017년부터 연재가 이어지다 2019년 심석희 한국 여자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0년 6월을 선고받은 조재범 전 코치의 관상을 부적절하게 분석한 일로 폐지됐다. 당시 연재에도 <‘악어相’ 윤석열, 검찰총장 될 것인가> 보도가 있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윤석열 충청 대망론' 놓고 파평 윤씨 문중 갑론을박>(온라인 제목 :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尹대망론에 갈린 파평 윤씨) 기사를 통해 윤 전 총장 족보를 찾아 전했다. 당시 중앙일보는 '배짱 검사' 윤석열 그 자체를 알기 위해 '윤석열의 뿌리'를 찾아가 봤다고 보도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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