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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중수청 저지' 인터뷰, 정치적 해석 분분이례적인 국민일보 인터뷰 "법치 말살"…차기 대선 선택의 시간?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3.03 14:3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해 이뤄지는 수사·기소권의 분리에 대해 "법치 말살"이라며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언론에 말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고 있다. 

윤 총장이 직을 걸고 중수청 신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난주 제기됐다. 수사권 분리는 검찰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아울러 유력 대선주자로서 윤 총장이 중수청 저지를 계기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윤 총장의 이번 입장발표는 방식과 시기, 내용 등에서 후자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국민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인터뷰 기사 갈무리

윤 총장은 2일자 국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수청 신설에 대해 반발했다. 국민일보는 "그가 대담 인터뷰에 응한 것 자체가 그의 검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언론을 총장실에 불러 특정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애초 법조계와 언론 등에서는 윤 총장이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할 때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관련 기사에 '여론전'이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나붙었다. 

중수청 설치에 대한 검찰측 의견수렴이 진행중인 상황까지 고려하면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측은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절차에 따라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 특히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된 검찰 구성원들의 여러 걱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다"며 "총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있다. 만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수사·기소의 연계 없이는 갈수록 치밀해지는 중대범죄나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중수청 신설 추진 과정에서 진보·보수진영을 막론하고 우려의 목소리로 나왔던 게 사실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막 시행됐기 때문에 그 효과와 진단에 따라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점진적으로 이뤄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시에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기능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공수처의 수사·기소권 분리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수사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게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의 안착"을 주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검찰개혁 속도조절' 논란이 일고 있지만 오히려 갑론을박하는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보수진영측에서는 '레임덕'을 거론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발언은 인사청문회 당시 윤 총장이 밝힌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과 거리가 있다. 2019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점차적으로 떼어내 분야별로 수사청을 만들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금태섭 당시 민주당 의원 질문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답했다. 

윤 총장은 장기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견지해 왔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중수청은 검찰의 수사통제권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윤 총장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정이 중수청 신설에 대한 결론을 맺지도 않은 상황에서 "헌법정신 파괴", "법치 말살", "형사사법 시스템 붕괴" 등의 격한 표현으로 여론전에 나선 것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운다는 정치적 해석을 불러 일으킨다. 

또 윤 총장은 "검찰이 밉고 검찰총장이 미워서 추진되는 일을 무슨 재주로 대응하겠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삼권분립 파괴"(주호영 원내대표),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을 국회의 거수기들을 이용해 갈아엎으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배준영 대변인) 등으로 호응하고 있다. 

윤 총장의 이례적인 인터뷰는 시기적으로 차기 대선 일정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윤석열 출마 방지법'(검찰청법 개정안)과 관련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제기된다. 해당 개정안은 검사로서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공직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 나서는 검사는 3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 

2일 동아일보는 기사 <사표 내고 출마땐 여야 모두 회오리 바람>에서 "여권의 중수청 설치에 반발해 윤 총장이 7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검사가 퇴직 후 1년 동안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도 변수"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오후 기사 <윤석열의 마지막 전쟁? 檢수사권 대국민 여론전 뛰어들다>에서 최근 윤 총장 거취 문제가 다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조직의 안위가 걸린 이번 사안에서 총장이 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당위론 ▲잔여 임기가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윤 총장이 중수청 저지를 위한 사직을 차기 대권 후보로 치고 나가는 계기로 삼는 것 ▲여권의 검찰청법 개정안 추진 등을 들었다. 

윤 총장의 지지율 하락을 꼽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을 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윤 총장은 올해 들어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검사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 참여 사인으로 볼 수도 있다. 윤 총장에 앞서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도 언론 인터뷰를 했었다"며 "이걸 보면 윤 총장 주변에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총장은 ‘산 권력’의 안티테제(반대편)로 급성장한 측면이 있다"며 "그걸 유지하지 않으면 대중은 금방 잊는다. 앞으로 계속 의도적으로 싸움을 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3일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언론 일각에서는 중수청 신설에 대한 윤 총장의 지적에 일부 동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겨레는 사설 <윤석열 “법치 말살, 헌법정신 파괴” 발언, 도 넘었다>에서 "검찰개혁의 당사자로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으나 수사·기소 분리라는 선진 형사사법의 원칙마저 부정하며 과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합리적인 여론 형성보다는 정치적 선동 효과나 존재감 과시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퇴임 뒤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현직 검찰총장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윤 총장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의 중수청 반대, 막다른 갈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에서 "검찰의 총수라면 오직 수사와 기소로 말해야 하는데 과도하다 싶을 만큼 격한 언사를 동원해 여론전을 펼친 것은 옳은 처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총장의 이의 제기는 그 시기와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 검찰의 권한 축소에 저항하는 검찰의 과장이 심하다"면서 "무엇보다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막다른 지경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윤 총장 중수청 강력 반발, 또 법·검 갈등은 안 돼>에서 "윤 총장은 반대의 주요 논점으로 반부패 수사 역량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국민 권익 침해와 법치주의 퇴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참고할 점도 있고 검찰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수사·기소를 통합해야만 인권 침해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검찰 개혁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간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과 인권 침해가 지적된 사례들은 기소를 전제로 무리한 수사를 한 탓이었지 기소권이 없어 불필요한 수사를 한 결과가 아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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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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