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 아닌 잠행'이 3개월가량 이어지면서 측근을 통한 일방적 메시지 전달은 정치적 책임회피라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언론은 윤 전 총장의 퇴임 후 행보를 '측근발 단독보도'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윤 전 총장이 측근을 자처하는 인사들의 언론 대응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내용을 또다른 측근의 입을 빌려 보도하고 있다.

2일 유튜브채널 '장예찬TV' <최초 공개! 윤석열, 장예찬과 함께 모종린을 만나다!> 방송화면 갈무리

7일 한국일보는 사설 <윤석열 '간보기 정치' 그만하고 검증대 오르길>에서 "정치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윤 전 총장의 행보가 이어진다"며 "공식적으로 정계 진출을 밝히지 않고서도 대선 주자 지지율이 늘 수위에 꼽히는 기이한 일이 수개월째"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윤 전 총장이 검찰 재직 시 개입 없이 장모의 사법처리가 엄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는 중대한 검증 대상이고 국민의힘 입당은 그의 정치 인생을 가늠할 주요 결정인데도 제3자의 입을 통해 대중에 알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검증을 최대한 늦추는 게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메시지만 내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 4일 기사 <외곽 돌며 간접화법 일방 메시지, 윤석열의 '간보기 정치'>에서 "‘오늘은 누구를 만났다더라’ 하는 소식만 전해진다. 그런데 ‘호평’ 일색"이라며 "이런 잠행 같지 않은 잠행이 벌써 석달째다. 리스크가 큰 직접 노출은 피하면서 하고 싶은 메시지만 전달하는 ‘비대면 일방향 미디어 정치'"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윤 전 총장이 세력 정비 등 준비가 덜 됐거나 전면에 등장했을 때 타격을 적게 입기 위해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을 보는' 행태가 계속되면, 너무 뜸을 들이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수도 있다"는 김덕모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호남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유력대선주자인 그가 쟁점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자신의 입으로 드러내지 않고, 콘텐츠나 정치력에 대한 국민의 검증을 피하는 소극적인 행보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 퇴임 이후 직접 언론 앞에 나서지 않고 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사전투표장에 등장한 것이 공개행보의 전부다. 윤 전 총장이 사전투표를 할 것이라는 소식은 조선일보·채널A 등의 '측근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윤 전 총장은 전문가들을 만나며 청년 일자리, 반도체, 골목상권 등의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측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렸다. 언론이 윤 전 총장 행보에 대해 사후 확인을 요청하면 측근들이 확인해주거나, 측근들이 윤 전 총장 행보 관련 메시지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단독 보도가 이뤄져 왔다. 지난달 말 윤 전 총장이 외가인 강릉을 방문하고 권성동·정진석·윤희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났다는 단독보도가 이뤄지면서 이제는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통해 입당 관련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장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측근, 법률대리인 등을 통해 관련 입장이 전해질 뿐이다. 윤 전 총장 장모는 2012년 11월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업자들과 함께 의료재단을 설립, 경기도 파주 요양병원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윤 총장이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0원 한장' 발언에 대한 여권의 비판이 쇄도했다. 전직 검찰총장이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장모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일자 관련 해명 역시 최측근을 인용한 단독보도를 통해 나왔다. 3일 머니투데이는 기사 <[단독]윤석열 "장모 '10원 한장' 발언은 식사자리 발언 와전된 것">에서 윤 전 총장의 최측근 인사 A씨의 발언을 전했다. A씨는 "윤 전 총장은 '해당 사건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 거꾸로 거액의 피해를 당했는데 그걸 보전받으려고 하다 일어난 일로, 사건 관련인에게 10원 한장 피해준 일이 없다'고 말했는데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또 A씨는 이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A씨는 "윤 전 총장은 통합 야권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을 담아 국민의힘 주자와 함께 국민경선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일 TV조선, 7일 중앙일보의 측근 단독 보도를 통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의사가 분명하지 않다는 또다른 해명기사가 나오고 있다. TV조선은 기사 <[단독] 윤석열, '측근' 자처 인사들에 "왜 없는 말 하냐" 경고>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입당설이 제기된 윤석열 전 총장 관련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며 "이 와중에 자신의 생각과 무관한 내용들까지 보도되자 윤 전 총장이 직접 주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7일 중앙일보는 기사 <[단독]윤석열 죽마고우 이철우 "尹 국힘 입당 결정 안됐다">에서 윤 전 총장 국민의힘 입당설은 '억측'이라는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발언을 전했다. 이 교수는 "윤 전 총장 측근이라는 사람들의 입으로 갖가지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난 측근도 아니고 동지도 아닌 그냥 친구다. 친구로서 정확한 진의를 전달하고 싶어 당당하게 이름을 걸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윤 전 총장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떤 결정도 한 적이 없다"며 "난 국민한테 소환돼서 나왔다. 그러니 날 소환한 국민이 가리키는 길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이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조만간 '공보' 담당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퇴임 직후 불거진 검찰 정치중립성 훼손 논란, 장모 관련 의혹, 주요 정치경제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공보 참모'로 꼽은 인물은 30대 시사평론가 장예찬 씨로, 장 씨는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채널 '장예찬TV'를 통해 윤 전 총장과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의 회동 소식을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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